나는 포켓... 아니 템템 마스터가 될 거야!
2022.09.16 19:32게임메카 최정민 기자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은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피카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큰 IP 중 하나다. 그런 와중 포켓몬과 굉장히 비슷한 게임성과 완성도를 보여줘 눈길을 끈 게임이 있다. 일명 ‘PC판 포켓몬’이라는 별명으로 화제가 된 게임, 2년간의 앞서 해보기를 끝내고 9월 7일 정식 출시한 템템(Temtem)이다.
템템은 크래마(Crema)에서 개발한 수집 육성형 턴제 MMORPG다. 12가지의 속성과 개성 있는 외형을 가진 몬스터 '템템'을 수집하고 성장시키며,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지역을 담당하는 관장들에게 도전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게임이다. 포켓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개발사의 설명답게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신입 테이머가 되어 포켓... 템템 마스터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3마리의 스타트 템템 중 하나를 받아 6개의 지역을 여행하고, 템템을 모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장에게 도전해 테이머로서 능력을 증명해간다. 그런 과정 속 군도를 장악하려는 악당 벨소토단의 계획을 막고 물리친다는 간단하면서 익숙한 스토리 라인이다.
운빨은 줄이고 전략성은 높인 배틀
게임의 메인 요소인 템템 배틀은 각자 템템 2마리를 꺼내서 진행하는 2 대 2 배틀이다. 포켓몬과 비교하면 명중률과 치명타 같은 확률적 요소를 제거해, 중요한 상황에서 공격이 빗나가거나 치명타로 맞아 한방에 쓰러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독, 화상, 수면 같은 상태 이상은 지속되는 턴이 정해져 있는 등 불합리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한 것이 보였다.
템템 배틀은 템템 간 상성과 기력관리 등 전략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이중 기력과 기술의 쿨타임인 대기 시스템이 특이하다. 템템은 기술을 사용할 때 자원인 기력을 소모하며, 보유한 기력보다 많은 양의 기력을 소모하면 탈진되어 대미지를 받는다. 또한 고위력 기술들의 난사를 막기 위해 강력한 기술들은 일정 턴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이 있다. 기자는 이를 미처 알지 못하고 고위력 기술들만 가지고 갔다가, 대기 시스템에 막혀 제대로 배틀을 하지 못하거나 탈진 대미지에 역으로 쓰러져 버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특정 조합을 맞추면 기술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효과를 부여하는 시너지 시스템도 있다. 예시로 격투 속성의 템템과 함께 나와있다면 추가적인 공격력 버프를 주는 ‘과시하기’를 첫턴에 사용해 강력한 버프를 받은 뒤 다른 템템은 상성을 고려해 서브 템템으로 교체시키는 등, 배틀 시작부터 내보낼 템템의 순서를 시너지와 상성을 고려해 짜는 전략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육성의 경우 템템 정보창에서 계체값과 훈련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개의 한도 내에서 다른 기술을 습득하려면 기존의 기술을 잊어버려야 했던 포켓몬 시리즈와 다르게, 템템은 RPG의 장비처럼 자유롭게 습득했던 기술을 교체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여러 기술의 조합을 시도하거나 유리한 속성의 기술로 바꿔 보다 쉽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었으며, 같은 템템이라도 다른 특성과 기술을 배치해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온라인으로 플레이하는 포켓몬?
템템은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MMORPG다. 마을과 필드에는 다른 유저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MMORPG답게 다른 유저와 템템이나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고, 친선 배틀을 하거나 채팅으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8마리의 템템으로 팀을 만들어 참여 가능한 경쟁전은 템템의 핵심 PvP 콘텐츠다. 경쟁전은 픽밴룰이 적용된다. 우선 각각 상대의 템템 2마리를 금지한 다음, 나머지 6마리 중 5마리를 선발해 배틀에 나선다. 상대방의 팀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템템을 금지하고 남은 템템과 자신의 상대의 팀 구성을 예측해 상성에 맞춰 자신의 템템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경쟁전에서 모든 템템은 계체값과 레벨은 모두 최대치로 보정되어, 보다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유저간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게임내에는 경매장이 있어 자신이 가진 템템이나 각종 치장품, 아이템의 거래가 가능하다. 경매를 통해 평소 갖고 싶었던 희귀한 템템을 사거나, 높은 계체값을 가진 강한 템템을 구해 실전용 템템 팀을 짤 수도 있다,
이외에도 다른 유저와 협동 배틀을 통해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모아 일종의 길드인 클럽을 만들고, 자신만의 집을 꾸미는 하우징 시스템 등 멀티 플레이적 요소를 보여준다, 이러한 MMORPG 요소야말로 템템과 포켓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틀 횟수
앞서 언급한대로 템템의 배틀 시스템은 상당히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틀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스토리 진행 길목마다 배치되어있는 NPC 배틀은 지나치게 많아 길가에 NPC가 보이면 두려울 정도다.
게임 초반엔 치료약과 돈 둘 다 부족해 한번 배틀하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마을에 있는 일종의 포켓몬 센터인 템포리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치료하고 다시 스토리를 진행하고, 또 배틀하고 다시 돌아오고, 이러한 행동의 반복이 이어져 지겨운 느낌을 받는다. 특히 악당 벨소토단을 처음 만나는 해풍 기지에서 관장 소피아를 구출하는 퀘스트가 있는데, 보스로 가는 마지막 길목의 벨소토단과의 5 연속 배틀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NPC들은 시선에 내가 들어오면 무조건 말을 걸며,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결론은 결국 ‘템템 배틀이다!’로 귀결되어 대화의 존재 의미는 없다. 수풀에서 등장하는 야생 템템들은 2~3걸음 걸으면 나타나고, 치료받으러 돌아가는 길에 나오고... 상대하기 귀찮음에 도망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면 상당히 피곤하다.
맵 시스템도 불편하다. 우측 상단의 미니맵은 현재 위치만 보여주는 수준이라 큰 도움이 안 되며, 필드 맵을 봤을 때도 자세한 정보는 현재 자신이 있는 지역만 알려준다. 다른 지역의 정보를 알고 싶다면 직접 가는 방법밖에 없으며, 직접 가지 않은 지역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C라는 지역으로 가서 NPC를 만나라는 퀘스트를 받은 뒤 C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맵을 펼쳐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앞서 해보기 때부터 많은 유저가 지적한 문제점이지만, 정식 출시된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단점이 있지만, 짜임새 있는 배틀 시스템과 육성 시스템, MMORPG같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즐거움, 화려한 기술 연출과 깔끔한 그래픽 등 확실히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닌텐도 콘솔로만 발매되는 포켓몬과 다르게 PC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큰 장점이다. 포켓몬 시리즈를 좋아하고 깊이 있는 턴제 전투 게임을 좋아한다면 템템은 나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