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스트: 트라이얼, 공포 대신 알콩달콩 재미 살렸다
2023.05.24 18:09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아웃라스트는 암네시이와 함께 플레이어를 압도할 듯한 심리적인 공포를 전해준 대표적인 호러 게임으로 손꼽힌다. 이 점은 인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공포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아웃라스트에 관심은 있으나 부담스러워 시도하지 못했던 유저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렸다. 공포를 다소 줄었으나 협동하는 재미를 강조한 신작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이 지난 19일 출시됐다.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의 가장 큰 특징은 싱글이었던 전작과 달리 최대 4명에 함께 할 수 있는 협동 플레이를 특징으로 앞세웠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치밀한 설계를 통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줬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유저가 힘을 합쳐 마치 AI 적을 상대하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를 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줬다. 특히 사람이 늘어날수록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적에 대처하며 수월한 진행이 가능했으며, 처음 만난 팀원들과 실수를 반복하며 합을 맞춰가는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극한의 공포에서 우여곡절을 곁들인 협동 게임으로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전작보다는 약해진 공포 분위기
먼저 공포는 전작보다는 다소 줄었다. 갑자기 시설에 납치되고, 수술을 받고, 실험에 내던져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롤로그에서는 시리즈 주요 흑막인 머코프사의 잔인함을 부각시키며 무서운 테마를 전한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도 추격하는 적을 따돌리는 큰 축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플래시를 켜서 시야를 확보해야 하고, 적을 공격하느 것은 가능하지만 수단은 제한되어 있다. 적어도 프롤로그와 첫 트라이얼에서는 전작에 버금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나 점점 진행할수록 공포보다는 다른 유저와 어울리는 협동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린다. 앞서 해보기에서 공개된 스토리 챕터는 총 4개며. 트라이얼 하나와 MK 챌린지 2개, 심화 트라이얼 2개로 구성됐다. 트라이얼은 미션 중심으로 진행하며, 첫 트라이얼인 ‘밀고자 죽이기’를 예로 든다면, 경찰서로 잠입해 밀고자를 찾고, 전원을 복구하고, 밀고자를 전기 고문실로 옮겨 살해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트라이얼은 난이도가 높지만 실패를 반복하면 익숙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반복하는 과정에서 공포는 점점 옅어진다. 트라이얼을 진행할 때마다 소모품, 미션 아이템 위치는 바뀌지만, 그 과정과 악역은 고정되기 때문에 몇 번만 플레이하면 금방 익숙해지며 심리적인 압박감이 줄어든다.
여기에 협동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줄인다. 고립된 공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며, 생존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이 무서운 상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미션 난이도 역시 동료 숫자에 따라 낮아지기에 클리어 시간도 단축된다.
이 외에도 달리기가 유일한 저항 수단이었던 전작과 달리 적에게 벽돌을 던지거나, 문을 닫아 길을 막거나, 함정을 설치하는 등 소극적인 저항이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으로 인해 전작 수준의 치밀한 공포 게임을 기대한 팬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반면 아웃라스트를 해보고 싶었으나 악명에 포기했던 게이머라면 이번을 입문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협동 플레이 재미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전작 특징이었던 심리적인 공포를 덜어내면서까지 완성해낸 협동 플레이는 어떨까?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은 모든 스테이지 구성과 미션이 멀티플레이에 맞춰져 있으며, 협동해야 하는 이유와 그 재미를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도록 치밀한 설계가 돋보인다. 솔로 플레에도 가능하지만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익숙해진 후에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게임 내 모든 미션은 필연적으로 적의 이목을 끌도록 기획됐다. 예를 들어 챕터 1과 2의 트라이얼에서는 밝은 곳에서 수레를 미는 미션이 있다. 수레가 시끄럽기 때문에 이를 미는 플레이어는 적에게 우선적인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기 쉽다. 이 외에도 발전기를 수리하는 등 모든 미션 수행에 큰 소음이 생겨 필연적으로 미션을 하다가 적이 나타나면 도망치고, 따돌리면 돌아와서 다시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적 또한 여러 명을 배치해 협동에 대한 동기를 확실히 준다. 챕터를 상징하는 메인 빌런 하나와 졸개 여럿이 등장하며, 각기 다른 공격과 이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션을 수행하는 공간에 최소 2명이 활동하기 때문에, 역할을 나눠 적의 이목을 적절하게 조정하며 임무를 진행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이처럼 트라이얼을 진행하며 서로 힘을 합해 적을 유인하고 도망치며 미션을 성공시키며 스스로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 덕분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가까스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협동에 대한 보람도 맛볼 수 있다. 미션 자체는 단순하지만. 해결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정신 없이 뒹굴고, 공포 테마에서 오는 긴장감 덕분에 트라이얼을 마치고 탈출하는 순간에 밀려드는 해방감이 높은 쾌감을 준다.
여기에 플레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수와 캐리가 반복되고, 여기서 협동 게임다운 재미도 드러난다. 문을 닫았는데 아군이 갇히기도 하고, 함정 위에서 아군을 치료하다 죽기도 하지만, 혼자서 미션을 모두 수행하거나 쓰러진 아군을 모두 살리고 칭찬받는 것도 가능하다. 플레이적으로 팀원과 얽히고 설키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서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 자체를 강조한 느낌이다.
협동 플레이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적절한 공포
전작보다 덜 무섭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등장하는 적 외모에서는 공포스러움을 살렸다. 스테이지는 이것이 실험장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네킹이 많고, 도중 죽은 시체가 널려있다. 특히 기괴했던 장소는 고아원으로, 어린 아이와 수녀 마네킹, 내장과 피로 덮인 풍경은 혐오스러움과 공포를 확실히 드러냈다.
주요 적 역시 배경과 어울리는 설정과 외모를 지녔다.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은 코일로, 처음 마주치는 경찰서에서 전기봉으로 죄수를 감전시켜 죽이며 광기를 보인다. 이 적은 전기 자극과 성적 쾌감을 연관짓는 설정이 있는데, 마네킹과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 성기를 우선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졸개 중에서는 임포스터라는 적이 있는데, 트라이얼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와 같은 모습에 비슷한 아이디를 가졌으나 다가가면 갑자기 공격하며 큰 피해를 입힌다. 어몽 어스의 임포스터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초보 유저에 대한 접근성 강화 필요하다
아웃라스트: 트라이얼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팬들은 좋아했으나 대중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과도한 공포를 줄이고, 협동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해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협동 플레이로 난이도는 낮출 수 있지만 초보 유저에 대한 진입장벽은 다소 높은 편이다. 매치 메이킹에서 레벨 제한과 같은 조건이 없어 신규 유저가 난이도 높은 트라이얼에 납치되는 경우도 잦고, 이럴 경우 참여하지 못하고 강퇴당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강퇴되는 가장 큰 요인은 숙련도 문제도 있지만 트라이얼 성공에 따라 경험치를 얻어 개방되는 처방전과 장비에서 비롯된다. 플레이를 통해 레벨을 올리면 처방전과 장비가 점점 열리며, 장비는 2레벨에, 슬라이딩이나 처방전은 3레벨부터 가능하다. 두 부분은 같은 자원을 사용하는데, 특히 처방전은 슬라이딩이나 달리면서 문 열기와 같은 핵심적인 능력을 제공한다. 개방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유저는 상대적으로 배척되며 플레이에 더 어려움에 처한다.
앞서 이야기한 매치메이킹과 처방전 문제가 맞물리면 자칫 잘못하면 '뉴비 배척'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앞서 이야기한 조건으로는 레벨이 낮으면 트라이얼을 혼자 하기도 어렵고, 파티에 들어가도 쫓겨나기 십상이다. 공포를 줄여 팬층을 넓혀보려는 의도를 살리고 싶다면 초심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