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민랩 “동물의 숲과 같은 생활 시뮬 만들겠다”
2024.03.15 09:0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크래프톤은 지난 1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신작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딩컴 모바일(Dinkum Mobile)도 포함됐다. 딩컴은 2022년 7월 1인 개발자 제임스 벤던(James Bendon)이 출시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자연 풍경, 귀엽고 캐주얼한 그래픽, 현실적이고 세밀한 경작 시스템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현재 스팀 유저 평가 '매우 긍정적(94% 긍정)'을 기록 중이다.
딩컴 모바일은 이러한 딩컴을 원작으로 삼아 크래프톤 독립 스튜디오인 5민랩(5minlab)에서 개발 중이다. 5민랩은 박문형 대표가 설립했으며, 스매시 레전드, 킬 더 크로우즈, 장화홍련: 기억의 조각, 토이 클래시 등 중소규모 캐주얼 게임을 주로 만들어왔다. 게임메카는 5민랩 박문형 대표와 이윤재 아트 디렉터(이하 이윤재 AD)를 만나 딩컴 IP로 신작을 개발하는 이유와 제작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5민랩이 딩컴 기반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하는 이유
딩컴을 처음 눈여겨 본 것은 크래프톤 본사였다. 크래프톤은 2023년 초 호주라는 독특한 배경과 세밀한 시스템, 귀여운 아트가 장점인 딩컴을 발견했고, 이후 5민랩에 원작자와 협업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5민랩은 원작자 제임스 벤던과 접촉했고, 그의 동의를 얻어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딩컴 모바일을 기획할 수 있었다. 이후 원작자가 한국에 찾아오거나, 개발팀이 직접 호주 자택에 방문해 캠핑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교류하는 중이다.
딩컴 모바일은 5민랩이 시도하지 않았던 생활 시뮬레이션이다. 이에 대해 5민랩 박문형 대표는 “회사 목표는 좋은 게임플레이와 작동 방식에 기반한 훌륭한 글로벌 IP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생활 시뮬레이션은 한국에서는 도전적인 시도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회사 철학이나 방향과 일치한다”라고 전했다.
원작 시스템과 게임플레이를 계승하려는 딩컴 모바일
딩컴 모바일은 원작으로부터 수십년 뒤 호주를 배경으로 독자적으로 전개되며, 플레이어는 후발 개척단원으로 활동한다. 박문형 대표는 "호주는 북쪽으로 가면 따뜻해지고, 해가 북쪽 하늘을 가로지르는 등 한국과 다른 부분이 많다"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특색 있게 받아들일 것 같고, 호주 광물이나 생물 특징을 토대로 캐릭터성을 살릴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원작자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특히 원작 개발자는 오랜 기간 딩컴 PC 버전을 개발하며 재미 포인트를 전부 알고 있기에, 다른 개발사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기종으로 게임을 제작하며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박문형 대표는 "원작 개발자 제임스 밴든의 의사를 1순위에 놓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그는 주로 향후 방향성이 기대된다거나, 재미있다거나,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좋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밝혔다.
딩컴 모바일은 사전 개발 단계에 있으며 다양한 요소를 구상 중이다. 우선 원작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 기후와 상호작용하는 세밀한 경작 시스템을 살린다. 여기에 호주라는 지역 특색을 살려 일부 등장인물을 현지 동·식물 외형을 토대로 디자인하거나, 여러 동물을 길들일 수 있는 시스템도 구현할 예정이다. 원작에 존재하던 전투도 모바일 특성에 맞춰 선보인다.
원작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멀티플레이 요소를 모바일 특징에 맞춰 좀 더 강화한다. 딩컴 모바일에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나만의 섬이 있고, 이곳에 친구들이 찾아온다. 원작에서는 스팀 친구 등록이 되어있거나, IP 주소를 알아야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는데, 모바일에서는 좀 더 접근성을 높이고 함께 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박문형 대표는 "딩컴 모바일에서는 섬 초대 버튼만 눌러도 사람들이 섬이 올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며 "동굴을 탐험하거나, 거대한 동물과 맞서는 레이드 등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원작보다 더 귀여운 아트와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딩컴 모바일이 원작과 다른 또 다른 요소는 귀여운 아트다. 원작도 귀엽지만 캐릭터가 다소 각지거나 투박하게 묘사된 반면, 딩컴 모바일은 유저와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캐릭터 얼굴이 더 동그랗고, 전반적인 스타일도 더 동화적으로 묘사된다. 이윤재 AD는 "3D 그래픽 이외에도 개척단원이 일지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2D 연출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원작보다 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과 의복 등을 지원한다. 이윤재 AD는 "원작자도 아트 스타일을 자유롭게 하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라며, "다양한 의류와 아이템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이 장르 대표작 격인 동물의 숲 시리즈와 같은 게임으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외모도 더 동화적이고 귀엽게 구성하고, 싱글플레이 경험도 강화한다. 박문형 대표는 "디자인 측면이나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동물의 숲과 같은 방향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라며, "특히 동물을 길들이거나 매일매일 경작을 하는 등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더 살릴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가겠다"라고 전했다.
생활 시뮬레이션을 모바일에서 개발하는 어려움
당찬 포부와 계획을 토대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현재 5민랩에서 딩컴 모바일에 투입한 인원은 15명이며, 이 중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본 인원은 없었다. 박문형 대표는 "현재 40명까지 늘이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생활 시뮬레이션, MMORPG, 인디게임 개발 경험이 있거나, 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활동한 분들, 게임 기획자 분들을 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PC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민도 많았다. 모바일 유저들은 PC보다 진입장벽을 더 민감하게 느끼며, 생활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반복 작업이 필수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박문형 대표는 "반복 작업은 지루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물에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라며, "모바일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라고 밝혔다.
조작감이나 하드웨어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특히 원작에서는 건물 설치를 마우스로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이를 터치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었다. 또한 많은 CPU 리소스를 요구하는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를 모바일이라는 제한된 하드웨어에서 구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박문형 대표는 "원작만큼 세밀한 시스템을 유지해서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완성하는대 집중하고, 이후에 최적화를 거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딩컴 모바일은 사전 제작 단계며, 내년 2분기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4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박문형 대표는 "생활 시뮬레이션 로망을 모바일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윤재 AD는 "딩컴이라는 IP에 걸맞는 경험을 신규 유저에게 전하고 싶다"라며, "기존 팬 분들에게는 원작에서 재미있었던 요소를 충분히 물려받은 스핀오프작으로 다가가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