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엔 아침에 머리를 감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머리를 감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바로 머리 말리기다. 머리 긴 사람들은 완벽 건조를 위해 한 시간 넘게 말려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하지만 여기 소개할 캐릭터들에 비하면 우리의 고민은 사치에 가깝다. 이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독보적인 머리숱과 길이를 자랑하는데다, 머리 만들기 더욱 힘든 이유를 몇 개씩 가지고 있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엔 아침에 머리를 감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머리를 감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바로 머리 말리기다. 귀찮아서 대충 수건으로 털고 나가면 습하고 따뜻한 두피에서 비듬균을 포함한 세균들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모낭염이나 지루성 피부염 등이 발생해 결국 탈모라는 새드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긴 사람들은 완벽 건조를 위해 한 시간 넘게 말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드라이어와 사투를 벌이다 보면 차라리 삭발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하지만 여기 소개할 캐릭터들에 비하면 우리의 고민은 사치에 가깝다. 이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독보적인 머리숱과 길이를 자랑하는데다, 머리 만들기 더욱 힘든 이유를 몇 개씩 가지고 있다. 드라이어 하나로는 택도 없고, 공업용 송풍기 정도는 가져와야 할 것 같은 게임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봤다.
TOP 5. 메이플스토리 - 찬란한 흉성
메이플스토리의 보스 몬스터 '찬란한 흉성'은 제른 다르모어의 사도 이미르의 분신이다. 아래 소개할 캐릭터들처럼 키보다 훨씬 긴 머리카락이 특징인데, 이 캐릭터가 유독 힘든 이유는 신체 비율 때문이다. 메이플 특유의 가분수 체형 탓에 손이 머리 꼭대기까지 닿지 않는다. 머리카락 끝부분은 바닥에 닿아 오염되기 딱 좋고, 정작 제일 중요한 정수리 쪽 두피는 짧은 팔 때문에 드라이어 바람을 제대로 쐬어주기도 힘들다.
게다가 찬란한 흉성은 원본(?)인 이미르와는 달리 수백 년 동안 습기 가득한 검은 바다에 홀로 유폐되어 있었다. 같은 머리 길이를 가지고 있는 이미르는 좋은 샴푸 쓰고 누가 옆에서 머리라도 말려주겠지만, 찬란한 흉성은 염분 가득한 바닷물로 머리를 감아가며 그 긴 세월을 보냈을 테니, 저 찰랑이는 머릿결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머리 말리기에 힘써왔는지 안 봐도 비디오다. 축축한 바다 한가운데서 홀로 머리를 말렸을 생각을 하면, 차라리 유저들에게 얼른 사냥당해 퇴장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더 나은 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 저 머릿결을 유지하기 위해 짧은 손으로 머리를 말려왔을 수백 년의 나날을 생각하면... (사진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TOP 4. 승리의 여신: 니케 - 리틀 머메이드
니케에는 장발 캐릭터가 넘쳐나지만, 리틀 머메이드는 그 중에서도 머리 길이로 순위권에 꼽힌다. 일명 '세이렌'으로 불리는 그녀는 자신의 키를 훌쩍 넘겨 땅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의 머리 길이를 자랑한다. 단순히 머리만 길다면 다른 캐릭터들에게 밀려 여기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녀의 스킬들이 전부 '물'과 관련되어 있고, 설정상 수영을 즐겨 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쓴 스킬 때문에 머리가 젖고, 수영하느라 젖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그 축축한 머리카락이 온갖 먼지를 다 흡수하며 끌려다닐 테니 거의 걸어 다니는 대걸레나 다름없다. 꼼꼼히 말리지 않으면 머리카락 무게 때문에 목디스크가 올 게 뻔하고, 습기로 인한 냄새라도 나기 시작하면 지휘관의 신뢰도는 수직 하락할 것이다. 말려놓으면 또 젖고, 또 말리면 또 젖는 이 무한 루프는 그녀가 가진 가장 잔혹한 형벌이 아닐까 싶다.
▲ 성능도 0티어인데다 인기도 많아서 자주 불려다니니, 머리를 관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 국민트리)
TOP 3. 포켓몬스터 시리즈 - 라임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체육관 관장이자 래퍼인 라임이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평범한 드레드락을 넘어선 예술의 경지다. 굵게 꼰 머리가 해골의 팔 뼈와 상체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드레드락이라는 게 관리하기가 영 까다로운 게 아니다. 머리를 감을 때도 거품을 사이사이로 통과시키며 조심스럽게 눌러 닦아야 하고, 말릴 때는 더 지옥이다.
드레드락은 겉만 말리면 속에서 곰팡이가 피거나 냄새가 나기 십상이라, 찬바람으로 아주 오랫동안 속까지 바짝 건조해야 한다. 그런데 라임의 머리는 가닥가닥이 거의 팔뚝 굵기 수준이다. 이걸 다 말리려면 랩 배틀 한 번 하는 시간보다 머리 말리는 시간이 열 배는 더 걸릴 거다. 고스트 타입 전문이라 바람을 일으켜줄 포켓몬도 마땅치 않으니, 오늘도 그녀의 두피는 축축한 소울로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하다.
▲ 저 두꺼운 드레드락을 말리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사진출처: 포켓몬 위키)
TOP 2. 길티기어 시리즈 - 바이켄
2위는 길티기어 시리즈의 영원한 카리스마 누님, 바이켄이다. 한쪽 눈과 한쪽 팔을 잃은 외팔이 검객임에도 불구하고, 사지가 멀쩡한 녀석들을 썰고 다니는 그 포스는 여전하다. 호쾌하게 술과 담배를 즐기는 그녀의 성격상 머리에 냄새가 밸 일이 많을 텐데,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머리숱이다. 그냥 긴 것도 아니고 웬만한 성인 남성 몸통만 한 굵기로 숱이 많으니, 저걸 한 손으로 감고 말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그녀의 오른쪽 소매 안에는 온갖 암기와 쇠사슬이 달린 의수가 들어있긴 하지만, 공격에 올인한 특성 상 그 의수가 드라이어를 정교하게 잡아줄 리 만무하다. 전투 중에는 그 누구보다 민첩한 그녀라도, 샤워 후에는 딜라일라나 미토 안지가 옆에서 붙어서 드라이어 네 대 정도는 돌려줘야 겨우 한 시간 안에 마를 판이다. 만약 혼자 말린다면 머리 속까지 다 건조되기도 전에 다음 시리즈가 출시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차기작에선 탈모가 온 바이켄을 보겠지.
▲ 한 손으로 저 풍성한 머리를 말리려면 얼마나 힘들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TOP 1. 워크래프트 시리즈 - 아만툴
대망의 1위는 판테온의 수장이자 '대부' 티탄 아만툴이다. 일단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애초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종족인데, 무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과 관우 이상으로 풍성한 수염을 지녔다. 인간 기준으로 치면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가 웬만한 고층 빌딩 수준일 텐데, 이걸 감고 말린다는 건 행성 하나를 세탁기에 돌리는 수준의 노동이다. 그렇다고 안 말리자니, 머릿속에서 세균이 아니라 이끼, 벌레, 동물, 오크와 인간, 언데드와 나이트엘프까지도 발생해 그 안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진행될지도 모른다.
만약 이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려면 태양 근처에서 플레어를 쐬는 게 빠를 판이다. 나름 작아진 모습으로 등장할 때도 여전히 수십 미터는 되기에, 데스윙이 와서 브레스라도 뿜어줘야 겨우 말리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저 머리와 수염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뭔가 방법이 있는 듯한데, 이래저래 티탄 노릇 해먹기도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