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GTA 6의 출시가 오랜 기다림 끝에 다가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AI 영상 제작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 한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도쿄 등 이색적인 제3국을 무대로 한 가짜 인게임 영상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GTA 6 발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참으로 징글징글한 기다림이었다. 2001년 GTA 3부터 2008년 GTA 4, 그리고 2013년 GTA 5까지 원래 넘버링 신작 주기는 길어야 7년이었고, 그 사이에도 수많은 확장팩이 갈증을 달래줬다. 반면 GTA 6는 전작으로부터 무려 13년이나 걸렸고, 온라인에 과몰입한 나머지 확장팩조차 내지 않았으니 체감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억겁의 세월이었다.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 '13년이나 기다렸는데 기대에 못 미치면 가만 안 둔다'는 살기 어린 애증이 피어오를 정도다.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AI 영상 제작 기술까지 급발전하면서 목마른 팬들은 직접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과거 SNL 코리아의 'GTA 경성'이나 울산 남구청의 '울산고래축제 GTA'처럼 눈물겨운 실사 패러디로 만족하던 것을, 이제는 AI로 누구나 그럴싸한 인게임 느낌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본편이 죽어도 미국 배경만 고집하는 탓에, 한 맺힌 팬들이 제3국을 무대로 기상천외한 요소들을 넣는 것이 유행을 타고 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찰지게 제작된 AI GTA 영상 5개를 모아 봤다.
TOP 5. GTA 서울 - 고깃집에서 짜장면을 주문?
5위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수도 서울이다. 실사풍 그래픽에 '산 안드레아스'를 끼얹었는데, 그래서인지 주인공 칼 존슨(CJ)과 빅 스모크가 서울 한복판을 활보하는 것부터가 개그 포인트다. CJ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한옥마을 근처에서 차를 훔쳐 달아나다 한국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경찰서 정문을 나서자마자 스쿠터를 날치기해 빅 스모크를 태우고 고깃집으로 직행한다. 여기서 삼겹살 2인분, 양념갈비 대짜, 김치찌개, 식혜에 이어 난데없이 짜장면 두 그릇까지 시켜 먹는다. 대체 어느 동네 고깃집이 짜장면을 파는지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식사 후엔 본격적인 K-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길 가던 시민과 시비가 붙어 때려눕히고, 노래방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복수하러 온 동네 건달들을 마주친다. 이들에게 황금 권총 한 자루를 슬쩍 보여주니 욕설과 함께 줄행랑을 친다. 당연하다. 한국에서 저런 총 가지고 다니는 놈은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 외에도 한밤중 흰색 쏘나타를 뺏어 타고 롯데월드타워를 향해 질주하거나, 태권도장에서 사범과 대련하다 뻗어버리는 등 나름의 한국적 디테일이 살아 있다. 압권은 병원 씬인데, 멍 자국을 가리라며 성형수술을 권한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성형 강국이라지만 단순한 멍에 성형수술을 추천하는 미친 병원은 없다고!
▲ 멍 가리는 데 성형수술을 권하는 K-의료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Aillusory)
TOP 4. GTA 도쿄 - 메이드 카페에서 폴댄스를?
이번엔 바다 건너 도쿄다. GTA 5를 기반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여행지인 일본의 풍경을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차량 좌측통행은 기본이고 야경 속 도쿄타워, 좁은 골목마다 늘어선 이자카야와 편의점, 큼직한 입간판까지 디테일이 상당하다. 서서 마시는 선술집 '타치노미야'에서 가볍게 한잔 걸친 주인공은 이내 더 딥한 일본을 맛보러 메이드 카페로 향한다. 그런데 홀 중앙에서 메이드가 갑자기 봉을 잡고 폴댄스를 춘다! 우리가 아는 '모에모에큥'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뭔가 잘못 섞인 문화충격의 현장이다.
다음 날 아침엔 동네 패밀리마트 직원을 협박하며 진상을 부리더니, 갑자기 캐릭터가 광기의 아이콘 트레버로 바뀐다. 후지산이 보이는 한적한 교외 시골 마을에서 온갖 패악질을 부리고, 가와구치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해변에서 제트스키를 즐긴 뒤 고급 전통 가옥에 누워 애니메이션을 시청한다. 원작 속 마이클과 트레버의 행보를 일본풍으로 로컬라이징한 듯한데, 광기의 결말은 결국 편의점에서 샷건을 겨눈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는 것으로 끝난다. 아무리 친절을 강조하는 오모테나시의 나라라도 트레버의 미친 짓은 용납할 수 없나 보다.
▲ 아무리 트레버라도 샷건 경찰 앞에서는 공손해진다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Aillusory)
TOP 3. GTA 러시아 - 짝퉁 아디다스 마피아가 설치는 마더 러씨아
특유의 삭막하고 큼직한 건축물, 정교회 양식과 살을 에는 추위 등 구소련-러시아 배경은 배틀그라운드의 '에란겔' 등으로 게이머들에게도 꽤 익숙하다. 이런 곳에서도 GTA를 찍는다. 주인공은 최소한의 가구만 놓인 침울한 구소련식 아파트에서 벽돌만 한 구형 휴대폰을 쥔 채 눈을 뜬다. 로고가 미묘하게 찌그러진 짝퉁 아디다스 트랙탑을 걸치고, 등에는 AK-47을 멘 채 탱크가 행진하는 붉은 광장 열병식 한복판을 뛰어다니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공권력이 쿨한 건지 그냥 러시아의 평화로운 일상인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무대를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 다리로 옮긴 주인공은 차를 훔쳐 항구 군부대를 습격해 차량을 쏴 불태우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어 합류한 동네 갱단원들도 죄다 똑같은 짝퉁 아디다스 자켓을 맞춰 입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아디다스 마피아'다. 화려한 모스크바 지하철역과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시베리아의 험준한 도로를 거쳐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그리즐리 베어의 습격을 받는 등 러시아 관련 밈이 총출동한다. 동네 아줌마가 통나무로 곰을 때려잡는 고증만 들어갔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다. 물론 현실 러시아에서 군부대를 상대로 저런 짓을 하다간 방사능 홍차 마시기 딱 좋다.
▲ 짝퉁 아디다스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불곰국 패밀리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Front Row History)
TOP 2. GTA 인디아 - 갠지스강 입수는 곧 죽음이다
배낭여행의 최종 보스라 불리는 인도는 특유의 진한 문화와 혼돈의 길거리 풍경만으로도 오픈월드 게임에 최적화된 국가다. AI로 빚어낸 인도판 GTA 6는 바라나시 갠지스강 일대의 매력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시작부터 돈을 달라며 매달리는 아이들과 다짜고짜 여성 관광객에게 셀카를 찍자며 음흉하게 들이대는 현지인들을 뒤로하고, 길바닥의 정체불명 오물을 밟으며 걸어간다. 급기야 현지인과 시비가 붙어 길거리 격투를 벌이더니 애꿎은 노점상까지 박살 내며 완벽한 GTA식 신고식을 치른다.
이후 몽둥이를 든 인도 경찰을 피해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질주한다. 과일 노점을 들이받으며 도주하는 와중에, 이 아수라장 속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는 현지 아주머니의 표정이 킬링 포인트다. 마지막엔 바라나시의 계단식 가트에서 오토바이를 탄 채 그대로 갠지스강에 입수한 뒤 콜록대며 기어 나온다. 이때 '강물을 빨리 씻어내지 않으면 곧 사망한다'는 경고 문구가 뜨는데, 갠지스강 물이 극도로 오염되어 있음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인터넷 속 인도 밈을 몽땅 때려 박은 것 같지만 인도를 수차례 다녀온 경험자로서 딱히 과장이 아니라는 게 제일 무섭다.
▲ 총알보다 무서운 갠지스강 수질 오염 도트 데미지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GooFul)
TOP 1. GTA 북한 - 평양역 광장 드리프트는 아오지 직행열차
대망의 1위는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가진 북한이다. 한국과 미국 국적자는 방문조차 불가능하고, 외국인도 철저한 감시 속에 제한된 여행만 가능해 언제나 호기심과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주체사상탑이 우뚝 솟고 노면전차가 덜컹거리는 평양 시내에서, 과거 한국군에 보급되던 일명 '태권V 활동복'을 빼닮은 옷을 입은 주인공이 달리는 차를 강탈한다.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외화벌이가 쏠쏠하다더니, 의외로 평양 큰길에 굴러다니는 차가 꽤 많다.
차를 뺏은 주인공은 돌연 평양역 건물을 향해 인도로 돌진한다. 길거리 과일 노점을 산산조각 내고 아랫광장 시민들을 헤치고 계단을 점프해 위쪽 광장으로 날아오른다. 인공기를 흔들며 군무를 연습하던 평양 시민들을 추풍낙엽처럼 치어버리며 데굴데굴 굴러 역 앞에 멈춰 선 자동차. 달려온 사회안전원 두 명을 맨주먹으로 순식간에 제압한 주인공은 옆 사다리를 타고 전차 지붕 위로 올라가 여유롭게 미소 짓는다. 배경이 급작스럽게 바뀌거나 경찰차가 한국 경찰차처럼 생긴 옥의 티가 있지만 넘어가자. 어차피 실제 북한에서 별 하나 달면 체포가 아니라 고사포 총살 엔딩일 테니까.
▲ 현실이었으면 아오지 탄광으로 패스트 트랙 감이다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Vincent Grimm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