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네이버는 `한국형 스팀` 이 될 수 있을까?
2012.10.12 17:23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메카만평
[관련기사]
▶
네이버, PC게임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 오픈
▶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셧다운제 족쇄 가격으로 풀겠다
전세계 게이머들의 게임 구매 문화를 바꿔놓은 디지털 게임 다운로드 플랫폼 ‘스팀(Steam)’. 저도 몇 개인가의 게임을 스팀을 통해 구매했는데요, 그 편리함과 안정성에 감탄하면서도 왠지 머릿속 한 켠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도 XXX 같은 거 못 만드나’ 라는 말이 떠올라 약간 씁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 10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라는 이름의 한국산 스팀 을 론칭했습니다. 네이버와 디지털 게임 다운로드 플랫폼의 만남이라… 왠지 ‘카카오톡’ 과 게임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처럼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인구와 같다고 볼 수 있는 회원 수를 등에 업고 검색, 카페, 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강한 철옹성을 구축했으니까요. 평소 게임을 잘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에 대한 영향력은 스팀보다 훨씬 막강합니다.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론칭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구매도 쉽고 가격도 패키지에 비하면 싸다” 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팀의 경우 한글이 지원되긴 하지만, 국내 정식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비자카드 혹은 해외 결제대행을 통해야만 게임 구매가 가능합니다. 한 번만 결제해 보면 그 후엔 쉽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까지 게임을 돈 주고 사야 되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게임에 대한 ‘의지의 차이’ 겠지만, 결제 편의성과 일반 유저 접근성에 있어서는 확실히 네이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를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사실 몇몇 게이머들이 지적하는 네이버 유저끼리만 가능한 폐쇄적 멀티플레이나 스팀 시스템과의 연동 부재 등은 스팀 역시 마찬가지니, 조금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가격 관련 얘기는 다른 게임들이 계속 나와 봐야 아는 것이구요. 위에서 말한 심상치 않은 점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스팀의 경우 위에서 말했듯 국내 정식서비스가 아니라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결국 똑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를 이용하는 유저만 셧다운제를 적용받는 것이죠.
실제로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의 셧다운제 적용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은 대부분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게임메카 ID 앨런웨이크 님의 "차라리 스팀을 이용하겠다", ID MaryJane 님의 "왠만하면 국내기업 꺼 이용해 주겠는데, 셧다운제와 여성부가 존재하는 이상 죽었다 깨도 스팀 못이김" 같은 반응이 대표적이죠.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글로벌 플랫폼 ‘스팀’ 과 겨루는 상황을 보아하니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 그것도 아이에게만 수많은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 같습니다.
셧다운제라는 무거운 족쇄를 걸고 있는 ‘네이버 게임 플레이어’ 가 과연 스팀과의 경쟁을 뚫고 국내 PC 패키지 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요? 유저 풀을 충분히 확보하고 신작 게임을 재빠르게 한글화 출시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모르겠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