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대전이’ 업데이트, 휴면유저를 깨우는 특별 조치
2013.09.17 15:18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 지난 12일 본 서버에 적용된 '던파'의 시즌 4 업데이트 '대전이'
인기 온라인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서비스 8주년 기념 대규모 업데이트 ‘대전이’가 테스트를 거쳐 지난 12일(목) 본 서버에 적용됐다. ‘던파’에서는 매년 한 두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대전이’는 이전과 비교해 볼륨에서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 기존 아라드 대륙(세계관)의 흔적을 지웠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유저가 육성해온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1~60레벨 구간의 던전, 이에 따른 새로운 스토리와 퀘스트 진행, 그리고 핵심 NPC 중에서도 누군가는 사라지거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덩달아 일부 퀘스트 시스템도 새로워졌다.
흔히 업데이트라면 새로운 캐릭터나 지역 추가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던파’ 역시 그러한 맥락으로 수년 동안 서비스됐다. 그러다 이달(9월)을 기점으로 기존의 이야기를 모두 뒤엎고 새로운 세계관을 선보였다.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을 초기화하는 일은 온라인게임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던파’에서는 왜 스토리와 퀘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던전을 리뉴얼했을까? 그리고 ‘대전이’가 제시한 해답이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해봤다.
▲ '대전이' 스토리 애니메이션 영상
‘던파’의 현주소, 신규 유저는 줄고 기존 유저도 지쳐갈 즈음
‘대전이’ 업데이트로 인한 게임 내 변화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던파’의 현주소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던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저는 드물 것이다. 국내 온라인게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액션 RPG임과 동시에 8년 넘게 서비스 중인 넥슨의 대표 장수 게임이기도 하다. 한때 제2의 ‘던파’를 꿈꾸며 우후죽순 액션 RPG들이 쏟아져 나와 각축을 벌인 일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09년에는 동시 접속자 20만 명을 돌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던파’의 인기는 정체 혹은 내림세에 접어든 모습을 보였다. 중국에서의 대히트와 비교해 국내에서는 최고 동시 접속자 수나 기타 이슈가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외산 게임들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PC방 점유율도 크게 빼앗겼다. 이를 타개하고자 넥슨 캐시나 점핑 캐릭터 제공 및 신규 캐릭터와 지역 추가 등 이벤트와 업데이트를 동시에 병행했지만, ‘반짝’ 호황만 누릴 뿐 유저들의 발걸음이 다시 끊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 수년 동안 같은 시작과 진행 방식, 그리고 대사까지 반복되다 보니 지루함이 컸다
이벤트가 약했던 탓은 아니다. 이유인즉,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결같은 게임 진행 방식이 유저들의 환심을 사지 못한 것이다. ‘던파’에서는 텍스트 외 이벤트라 할 만한 요소는 거의 없으며 또 같은 던전과 보스만 여러 차례 왕복하는 뻔한 퀘스트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터무니없이 어렵거나 맥 빠지게 쉬운 들쭉날쭉한 보스전 난이도까지, 전반적으로 게임 시스템이 최근 트렌드와 동떨어져 신규 유저가 지속해서 흥미를 느끼기 어렵고 또 애정으로 즐겨온 팬들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전이’는 많은 이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낙마했던 초중반 던전 콘텐츠를 전면 개편해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새 출발’을 의미하며, 지금까지 즐겨온 유저들을 위한 ‘스페셜 던전’을 추가하는 등, 신규 그리고 기존 유저들까지 붐볐던 과거의 전성기를 회복하고자 기획된 회심의 업데이트다. 과연 개발사 네오플의 계획대로 이번 업데이트가 유저들에게 한층 더 다가갔을까? 본격적으로 ’대전이’에 대해 알아보겠다.
‘대전이’ 업데이트로, 던전 수 간소화 그리고 맵 압축
이번 ‘대전이’ 업데이트로 ‘던파’에서는 총 38개의 신규 던전과 5개의 에어리어, 그리고 ‘스페셜 던전’을 선보여졌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초반 던전 수 간소화와 이전보다 2배 이상 빨라진 전직 구간 레벨업에 있다. ‘대전이’ 이전에는 로리엔과 그란플로리스 두 지역 및 10곳 이상의 던전 왕래, 그리고 9명에 달하는 NPC가 제공하는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전직 레벨인 15에 이를 수 있었다. 그 사이사이 퀘스트를 받기 위해 NPC를 찾아 곳곳을 이동하면서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되는 일이 많았고, 일반 퀘스트는 에픽 퀘스트와 달리 알림을 제공하지 않아 모르고 그냥 넘어가야 했던 불상사도 많았다.
▲ '대전이' 이전 그란플로리스 던전
▲ '대전이' 이후 개편된 초반 던전, 전직까지 더 빠른 레벨 업이 가능해졌다
이랬던 과거의 전직 구간이 ‘대전이’에서 실버 크라운(시작 지역) 내 7곳의 던전만 왕래하면 전직에 이를 수 있도록 간단해졌다. 시작 마을에서 곧장 전직 레벨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이동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없앴고, 퀘스트를 제공하는 NPC 역시 3명뿐이라 의뢰를 받거나 완료하는 데 있어 빠트리고 지나갈 가능성도 낮췄다.
퀘스트를 제공하는 NPC와 왕래하는 던전 수 역시 압축함으로써 ‘대전이’ 이전과 비교해 전직 구간 레벨업은 체감상 2배 이상의 빨라진 듯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 눈여겨볼 점은 게임 내 존재하는 지역 대부분 일직선 형태로 꾸며졌다. 이 역시 월드 이동에 따른 불필요한 이동 시간을 줄였다는 장점과 함께 지역별 던전 입구도 하나로 통합하면서 지형 파악이 한결 수월해졌다.
▲ '대전이' 이전 아라드 대륙, 보기만 해도 헷갈릴 만큼 지형이 꼬여있다
▲ '대전이' 이후 달라진 아라드 대륙, 한 눈에 지형 파악이 가능해졌다
특히 ‘‘대전이’부터는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인 NPC만이 던전 관련 퀘스트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전만 해도 대화 한 번을 위해 다른 지역에 위치한 NPC를 찾아 이동해야 했던 불편함이 존재했다. 또한, 군데군데 분포됐던 NPC들의 위치를 일직선 상에 간격을 두고 배치해 놓아, 초보자라면 한 번쯤 겪었을 전체 지도에서 해당 NPC를 찾아야 했던 번거로움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읽는 사람만 읽었던 ‘스토리텔링’을 부각
앞서 ‘던파’에는 텍스트 외 이벤트라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게임은 나름의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갖췄음에도 대부분 텍스트로만 설명해왔기에 가독성은 물론 이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전이’부터는 조금씩이지만, 스토리를 부각하기 위해 이벤트성 요소를 추가했다. 이제 지역마다 스토리진행을 위한 1인 전용 던전이나 반강제적으로 이벤트 장면 및 텍스트를 읽어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구간도 존재한다.
▲ '대전이' 이후 스토리텔링을 부각하는 1인 던전과 이벤트가 다수 추가됐다
▲ 이전에도 대화를 주고 받은 적이 있지만, 텍스트 양에서 좀 더 신경을 썼다
이 같은 진행 방식은 이전에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부분이라 유저에 따라 낯설게도 느껴지겠지만, 스토리텔링과 이벤트 요소를 부각한 것은 최근 트렌트에 걸맞게 바뀐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대전이’ 스토리의 핵심은 이전 아라드 대륙과 다른 평행세계(플레인)라는 단서가 나온다. 그 때문에, 게임 내 지역에 따라 ‘환영’이라는 전개 하에 과거 아라드 대륙의 NPC를 만나거나 사라졌을 과거의 보스들과도 다시 싸울 수 있는 던전도 존재한다.
▲ 기존 아라드 대륙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악몽' 지역, 추후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감을 높인다
이전의 세계관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전이'에서는 반강제적으로라도 초반부터 스토리텔링을 부각한 덕분에 이전보다 좀 더 많은 유저들이 ‘던파’의 스토리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싶다.
긴장감 넘치는 보스전, 그리고 보상 확실한 ‘스페셜 던전’
‘던파’가 ‘대전이’로 지역 이동을 간소화하고 스토리텔링을 부각했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던전 사냥의 재미가 어떻게 변했는지 일 것이다. 막연하게 보스방까지 이동해 제압하면 끝이었던 기존 방식은 ‘대전이’에서 좀 더 색다르게 꾸며졌는데, 바로 보스방에 다다를 때까지의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심어 지루함을 덜었다는 것이 이번 던전 개편의 핵심이다.
‘대전이’로 인한 던전 개편의 핵심은 크게 기존 던전과 비교해 전반적인 난이도 상승과 보스전다운 스케일의 변화, 그리고 이계 던전과 다른 매리트가 있는 ‘스페셜 던전’의 추가라 할 수 있다.
일부 던전을 제외하고 사실 ‘던파’에서 보스 몬스터는 몇몇 개체를 제외하고 손쉽게 제압당하는 병풍과 같은 존재였다. 외형과 공격 방식이 일반 몬스터와 다르다곤 하나, 광범위 스킬이 거의 없고 공격 역시 눈에 빤히 보이는 패턴이 난무한 탓이다.
반면, 특수 던전의 경우 체력이 지나치게 높음은 물론 어려운 난이도덕에 적응 시간을 꽤 필요로 할 정도다. 이처럼 보스전은 던전에 따라 난이도가 너무 쉽다 혹은 매우 어렵다로 극과 극인 성향이 강했다. 그랬던 보스전이 ‘대전이’에서는 변칙 플레이를 구사하는 까다로운 존재로 탈바꿈됐다. 단순히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손에 땀을 쥐는 전개가 펼쳐지는 기분 좋은 어려움이다.
▲ 단순히 보스방에 도달해 쓰러뜨리면 끝났던 이전의 '던파'는 없다
특히 보스에 따라 시간을 끌수록 점점 힘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거나 해당 맵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스킬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보스다운 특별함을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이동, 쓰러지지 않는 슈퍼아머 구사 등 고유 스킬이나 이를 활용하는 인공지능도 예전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 전투가 더욱 리드미컬해졌다. 오랫동안 ‘던파’를 해온 유저가 기다려왔을, 컨트롤로 상대해볼 만한 짜릿한 보스전이 이번 기회에 실현된 것이다.
▲ 광역기에 고유 기술까지 '대전이' 이후 보스들의 품격이 달라졌다
▲ 상태 이상과 강한 대미지 등,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진 던전 난이도
▲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닌, 컨트롤로 상대해볼 만한 짜릿한 보스전으로 꾸며져 재미를 더한다
또한, 던전에 따라 함정이 즐비하거나 여러 곳에 아이콘을 띄어 놓고 보스가 은신하고 있는 진짜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등 새로운 진행 방식도 존재한다. 항상 같은 장소만 반복해서 돌고 돌던 과거에서 탈피한 것이다. 특히 퀘스트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보스가 계속해서 바뀌는 곳도 있는 등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던전 사냥의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공들인 노력이 엿보인다.
이 같은 매력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로터스나 사룡과 같은 거대 보스전이다. 두 거대 몬스터는 ‘대전이’를 통해 이전의 나약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크기에 따른 위압감이나 장소를 바꿔가며 전개되는 총 3번에 걸친 장시간 전투도 특징이다. 단일 보스를 상대로 이처럼 장시간 상대하는 경험은 이전 ‘던파’에서도 흔치 않았던 일이다. 이에 맵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 보스의 공세를 극복하고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은 배가된다.
▲ 병풍과 다름 없었던 보스 로터스가 '대전이' 이후 진정한 위용을 드러냈다
▲ 크기에 따른 위압감, 강력한 대미지, 그리고 맵 전체를 휘감는 연출 등, 거대 보스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스페셜 던전’은 고레벨 유저들의 전유물이었던 이계 던전의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보상 체계로 누구나 던전을 탐험하고 싶은 마력이 있도록 꾸며졌다. 지역마다 하나 이상 존재하는 ‘스페셜 던전’은 기존 던전보다 더 어렵고 강한 몬스터가 산재하며 공격 패턴 역시 다채롭다. 쉽게 말해 그 지역 던전 중에서 가장 강하고 까다로운 몬스터들의 집합소인 셈이다.
▲ 기존 던전과 비교해 목적이 남다르고, 보상 역시 화끈한 '스페셜 던전'
▲ 해당 지역에서 가장 강하고 까다로운 몬스터가 모인 곳인 만큼 난이도도 높다
퀘스트와 별개로 계속해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큰 것도 특징인데, 바로 새롭게 등장한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덕분이다. 오직 ‘스페셜 던전’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전용 레어 아이템을 보상(확률)으로 제공해 초반 지역에 배치된 ‘스페셜 던전’이라도 고레벨 유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한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
‘던파’의 새 출발은 합격점이었다. 전직까지의 초반 진입 장벽은 낮추면서 점점 까다로워지는 던전 난이도를 통해 클리어 이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전면 개편됐다. 여기에 월드 맵 구성이나 NPC 배치에서도 불필요한 부분은 줄였다. 또한, 하루에 한 번씩 서버 안정화 작업을 통해 시스템도 조금씩 수정해 나가고 있는 등 계속해서 변화해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런 고리타분한 전개 방식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금 시점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이른 시일 적용이 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어쨌든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있는 휴면 유저들에게 다시 한 번 접속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단언컨대 지금의 아라드 대륙은 이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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