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리고 지금도… 마비노기의 힘은 ‘스토리’
2014.07.14 10:22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넥슨의 PC MMORPG ‘마비노기’가 정식 서비스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자가 처음 ‘마비노기’를 접했을 때가 중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이제는 나름 업계 선배의 위치에 있는 ‘마비노기’임에도, 인기를 유지하며 넥슨의 간판 게임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 '마비노기' 10주년 기념 영상 (영상제공: 넥슨)
사실 ‘마비노기’가 2004년에 첫 번째 테스트를 시작했던 당시, 높은 자유도는 오히려 게임의 방향성을 잃게 하기 때문에 100%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쏙 들어갈 만큼 ‘마비노기’는 여타 게임과는 다른 정체성을 확립하며 장수 온라인게임으로 남았죠.
10년이 넘도록 방향성을 꽉 잡아 준 매개체는 바로 스토리입니다. 북유럽 켈트 신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제네레이션과 챕터 혹은 메인 스트림으로 불리는 ‘마비노기’의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되며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네레이션’ 전설의 세 전사로 시작하다
‘마비노기’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신들의 권력 다툼 사이에 죽어 나가는 애꿎은 마족과 에린 사람들을 구출하는 유저, 즉 밀레시안의 이야기죠. 어찌 보면 선이 악을 징벌하는 상투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사이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이야기는 한층 풍성해집니다.
▲ 전설의 세 용사 중 귀여움을 담당했던 '마리'
현재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밀레시안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마비노기 공식 홈페이지)
▲ 낮에는 곰, 밤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유저를 맞이하는 '타르라크'
퀘스트를 클리어하다 보면 그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 어찌 보면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인 '루에리'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각 캐릭터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 중 마리와 루에리, 그리고 타르라크는 지금까지도 ‘마비노기’의 세계관과 가장 잘 부합하는 캐릭터로 평가되는 인물들입니다. 더불어 ‘마비노기’ 초창기 시나리오인 제네레이션 1부터 3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지라 유저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리고 많이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서비스 초기 공공의 적이자 최강 보스 몬스터였던 ‘글라스 기브넨’의 소환을 막기 위해 뛰어들었던 캐릭터들이니까요.
그러나 그들은 글라스 기브넨을 막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가 됩니다. 제네레이션에서 유저는 다양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세 전사의 행보를 쫓고, 마침내 글라스 기브넨을 물리칩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마비노기’의 배경이 되는 에린에 얽힌 슬픈 사연들을 깨닫고 제 3자가 아닌, 이야기의 중심인물로서 서서히 세계관에 몰입하게 됩니다.
▲ 지금은 아니지만, 초창기만 해도 가장 무서웠던 보스 '글라스 기브넨'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 챕터 시나리오들
제네레이션 1부터 3까지는 전설의 세 전사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면, 챕터 2 ‘이리아의 개척자’부터 4번째 챕터인 ‘셰익스피어’까지는 오롯이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갑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업데이트되어 온 챕터 내용에는 각 신들의 갈등 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다소 안정된 것 같았던 에린이 인간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더욱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챕터 2 당시까지만 해도 신규 종족인 엘프와 자이언트가 추가되고, 유물이 등장하는 등 ‘마비노기’ 배경 스토리에 나름대로 당위성을 더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뤘지만 세 번째 챕터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욕심껏 연금술을 연구하던 사람들 때문에 생긴 그림자 세계, 신들에게 대항하는 파르홀론 족… 그리고 밀레시안을 모두 학살하려는 신까지.
▲ 자매라면서 매번 다투는 여신 네반(좌)와 모리안(우)
▲ 유저를 신으로 만들어준다며 현혹하는 누아자(좌)와 알고 보니 착했던 마신 키홀(우)
제네레이션 시절만 해도 신을 구출하는 용사로 칭송받던 플레이어는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한순간에 에린의 균형을 뒤흔드는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그와 동시에 여러 캐릭터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인물도 대거 등장합니다.
사실 챕터 2부터 4까지는 ‘마비노기’에 있어 과도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초기 개발팀장을 역임했던 데브캣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 ‘나크’가 떠난 데다 정통 판타지 세계관을 지향했던 ‘마비노기’와 살짝 어긋나는 콘텐츠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비노기’의 경우는 새로운 챕터 시나리오는 신규 지역 및 콘텐츠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연금술이나 연극과 같은 시스템이 기존 세계관을 흐트러트린다는 의견도 종종 나왔죠.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마비노기’ 세계관으로 다시 풀어내려 했던 시도와 화면 연출 방식의 변화, 수두룩하게 등장했던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시나리오 자체의 매력은 잃지 않았습니다.
세 전사의 귀환을 이야기하는 ‘더 드라마’
2012년부터 업데이트된 ‘더 드라마’는 ‘마비노기’가 10년 동안 축적해 온 탄탄한 시나리오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재조명하는 콘텐츠입니다. 초창기 시절 핵심 캐릭터인 루에리와 타르라크도 다시 등장하며, 이전에 석연찮게 마무리됐던 스토리를 각 캐릭터의 시선에 맞춰 새롭게 풀어냈으니까요.
게다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업데이트하는 연재 방식을 택해, ‘더 드라마’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실제로 일일드라마를 시청하듯 저녁 9시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마비노기’의 스토리가 게임 내에서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죠.
▲ '마비노기: 더 드라마' 트레일러
‘더 드라마’ 시즌 1의 내용은 지난 4월 책으로도 출간됐습니다. 당시 직소 퍼즐이 동봉된 한정판 박스도 따로 판매됐는데, 유저들 사이에서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책 제본이나 동봉된 상품 질에 대한 의견은 들쑥날쑥한 편이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게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출판을 시도하는 건 드문 일이라 신선한 시도로 여겨졌습니다.
▲ 상, 하권으로 출간된 '마비노기: 더 드라마' 스토리 (사진제공: 넥슨)
온라인게임의 엔드 콘텐츠 중 하나로 시나리오를 꼽는 건 흔한 일은 아닙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완결성 있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콘솔게임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온라인게임은 PvP나 레이드를 주요한 콘텐츠로 삼으니까요.
그렇다면 ‘마비노기’ 메인 스트림의 어떤 부분이 유저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나리오를 기대하게 할까요? 그 답은 콘텐츠와 캐릭터, 시나리오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 하나의 ‘세계’를 만든 데에 있습니다. 제네레이션부터 ‘더 드라마’까지 10년 동안 ‘마비노기’의 세밀한 이야기는 수없이 변해왔지만, 한가지는 여전히 같습니다. 바로 밀레시안, 곧 유저를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것이 10년 동안 ‘마비노기’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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