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4, 한국에도 통할 열도의 MMORPG가 왔다
2014.10.02 17:35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파이널 판타지 14' 국내 서비스는 2015년 예정되어있다(사진제공: 액토즈소프트)
스퀘어에닉스의 MMORPG ‘파이널 판타지 14’는 한 차례 실패를 딛고 일어난 작품이다. JRPG를 대표하는 ‘파이널 판타지’의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일본과 미국 글로벌 서비스 당시에 전작인 ‘파이널 판타지 11’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과 함께 2년 만에 서비스를 잠정 종료했었다.
스퀘어에닉스는 이 실패를 기회로 삼아, 게임을 다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윽고 2013년,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14: 신생 에오르제아’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졌다. 새롭게 돌아온 ‘파이널 판타지 14’는 기존에 제기되었던 최적화 문제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스토리도 마감하고 새롭게 바뀐 메인 스토리 ‘렐름 리본(A Realm Reborn)’을 선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14’의 재탄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글로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일본, 미국, 유럽에서 250만 명 이상의 유저가 등록해 게임을 즐겼다. 또한, 최고 동시 접속자가 34만 4000명을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MMORPG에 등극했다.
이렇게 일본, 미국, 유럽에서 큰 인기몰이를 한 ‘파이널 판타지 14’가 2015년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14’가 과연 우리나라에도 통할 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게임을 체험해봤다.
▲ '파이널 판타지 14' 공식 트레일러(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아저씨부터 아가씨까지, 다양한 조합의 외형 커스터마이징
‘파이널 판타지 14’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다. 우선 플레이어는 ‘에오르제아’ 대륙에서 살고 있는 5개의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인간과 비슷한 ‘휴란’을 시작으로, 고양이 종족 ‘미코테’,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소인족 ‘라라펠’, 판타지 게임의 단골 소재인 엘프와 비슷한 ‘엘레젠’, 사자와 같은 코를 지닌 거인족 ‘루가딘’까지 총 5개의 종족이 등장한다.
이번 게임을 체험해보기에 앞서 봤던 스크린샷에는 전부 아름다운 모습의 ‘미코테’ 혹은 귀엽고 앙증맞은 ‘라라펠’이 주를 이뤄서, 아저씨나 우락부락한 서양 게임 특유의 외형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그러나 게임에 접속해보니, 각 종족 내에도 두 가지 타입이 있어 취향에 맞는 캐릭터 생성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휴란’은 전형적인 일본 RPG의 미형 캐릭터인 ‘미드랜더’와 서양인의 체격과 외모를 지닌 ‘하이랜더’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에 키, 수염, 흉터, 문신, 근육밀도 등을 세세하진 않지만 직접 설정할 수 있어, 캐릭터 외모에 자신만의 특징을 줄 수 있었다. 덕분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등장할법한 미남자부터, 강직한 아저씨 인상의 서양풍 캐릭터까지 제약 없이 만드는 게 가능하다.
▲ 스크린샷에 보이는 '라라펠'보다 실물이 10배는 더 귀엽다
▲ '미코테'가 '/환영' 모션을 취하면 심장이 멈출 것 같다
▲ 물론 기자가 선택한 건 우락부락한 하이랜더 아저씨다
JRPG 못지 않는 스토리 구성, 단지 말이 좀 많다
‘파이널 판타지 14’의 새로운 스토리인 ‘렐름 리본’은 전작에서 강력한 용 ‘바하무트’가 부활하고 ‘에오르제아’ 대륙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힌 지 5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플레이어는 이제 막 대도시에 도착한 신출내기 모험가로, 추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세계의 구원자인 ‘빛의 전사’로 각성해 나간다.
스토리는 상당히 매끄럽게 흘러간다.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퀘스트도 단순히 무슨 아이템을 구해오라 식이 아니라, 회화와 컷신을 통해 왜 가져와야 하는지 설명하기 때문에 그저 빨리 넘기고 보는 다른 RPG보다 공감이 간다. 여기에 NPC의 행동들이 전반적으로 생동감 있게 느껴져서, 스토리 자체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 용사처럼 선택도 받아보고...
▲ 마왕의 부하로 보이는 악당과도 싸우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맵에서 벌어지는 이벤트형 퀘스트 ‘F.A.T.E’다. ‘파이널 판타지 14’의 맵은 넓기 때문에, 아무래도 초반에는 퀘스트 이동거리가 상당히 긴 편이다. 그러나 각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중간 길목에서 ‘F.A.T.E’가 나타나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지루함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특히 ‘F.A.T.E’에서는 많은 경험치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어, 레벨업에도 도움을 준다.
단지 게임 내내 아쉬운 점이라면 전반적으로 퀘스트에서 진행되는 회화와 컷신이 과하게 많다는 것이다. 각 퀘스트 별로 다른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간단한 의뢰에도 대화문 길이는 메인 스토리에 버금간다. 간단한 예로, 몬스터 잡기나 임무 수행하는 데 5분이 걸렸는데, NPC와 대화하느라 거의 20분을 소비했다. 이처럼 긴 대화나 컷신은 확실히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하게 느껴지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 어...그러니까...아까 뭐라고 하셨죠?
▲ 컷신으로 NPC의 회상장면까지 보여주는 퀘스트
한 순간에 요리사가 궁수로 바뀌는 자유로운 ‘아머리’ 시스템
‘파이널 판타지 14’의 직업은 크게 전투를 담당하는 ‘파이터’와 ‘소서러’, 채집과 제작을 담당하는 ‘개더러’와 ‘크래프터’ 계열로 나뉜다. 물리 공격을 담당하는 ‘파이터’ 계열로는 검술사, 부술사, 창술사, 격투사, 궁술사가 있으며, 마법 공격을 담당하는 ‘소서러’계열로 주술사, 환술사, 파술사가 존재한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면 이 전투 계열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채집과 제작 계열 직업은 게임 초반부에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여 얻을 수 있다. 수집 담당인 채굴사, 원예사, 낚시꾼부터 제작 담당인 목수, 대장장이, 갑주사, 조금사, 가죽세공사, 재봉사, 연금술사, 조리사가 있다. 전투계열과 생활계열 직업을 모두 합하면 총 19종의 직업이 있는 셈이다.
▲ 파술사가 되면 이런 귀여운 소환수를 부리는 것이 가능하다(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궁수와 격투가를 조합하면 상위 직업인 '바드'로 전직할 수 있다(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물론, 이 많은 직업 중 한 가지만 선택해서 끝까지 플레이 하는 것은 아니다. ‘아머리 시스템’을 통해 현재 착용하고 있는 무기를 다른 직업의 무기로 바꾸면 직업이 간단히 전환된다. 만약 새로운 직업으로 무기를 변경하면 다시 레벨 1부터 시작하며, 본래 직업의 레벨은 그대로 보존되어 무기만 바꾸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기자는 처음에 아군 치유와 마법을 사용하는 파술사를 선택했지만, 무기를 바꾸자 격투가나 검투사 등 다른 직업군의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었다. 단지 전투 중에 무기를 바꿨을 때는 일정 시간 스킬에 대기시간이 걸려, 이를 자유자재로 응용하기는 어려웠다.
이 밖에도 다른 직업의 스킬을 가져와서 사용하거나,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두 직업을 합쳐서 일반 직업보다 강력한 2차 상위직업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검투사 레벨 30과 환술사 레벨 15를 달성하면 ‘나이트’로, 궁수 레벨 30과 격투가 레벨 15를 달성하면 ‘바드’로 퀘스트를 통해 전직하는 게 가능했다.
▲ 일단 전직 퀘스트를 수행한 후, 무기를 장착하면...
▲ 레벨제한에 걸리는 장비들이 벗겨지면서, 초보 요리사로 변신!
익숙한 전투방식에 차별점을 깨알같이 집어넣다
‘파이널 판타지 14’의 전투나 조작 방식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상당히 유사하다. WASD 이동 키나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스킬을 얻고, 단축창에 등록한 스킬 위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등 인터페이스나 방식에서는 크게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 14’는 이런 익숙한 느낌의 MMORPG에 자신만의 차별점을 집어넣었다. 우선 ‘콤보 연계’ 시스템을 통해, 각 스킬을 순서에 맞춰 사용하면 추가 대미지나 다양한 상태이상 효과를 줄 수 있다. 물론 타 게임과 비슷하게 상태이상에 추가 효과를 주는 것이라면 식상하겠지만, 연계를 성공할 때마다 연계 콤보 수가 화면에 표시되어 타격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줬다.
▲ 연계를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존재한다
‘리미트 브레이크’ 시스템도 ‘파이널 판타지 14’만의 재미다. ‘리미트 브레이크’는 일종의 필살기 스킬로, 최소 4인 이상의 파티 플레이 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을 회복시켜주면 화면 상단에 표시된 ‘리미트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이를 모두 채우면 파티원 중 누구라도 ‘리미트 브레이크’ 스킬을 발동하는 게 가능하다.
‘리미트 브레이크’ 스킬의 위력은 실제 사용해봤을 때 가히 필살기라고 부를만 했다. 특히 파티 내에서 대미지 딜러들이 사용하는 ‘리미트 브레이크’ 스킬은 연출이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근접 계열의 딜러는 무기에 광원효과가 맺히면서 단일 적에게 강력한 대미지를 주거나, 소서러 계열의 딜러는 거대한 운석을 소환한다. 효과 자체도 연출만큼이나 강력해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 '리미트 브레이크' 스킬로 운석을 소환해보자!(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북미서버에서 ‘파이널 판타지 14’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기존 게임의 익숙한 느낌에 자신의 색을 확실히 입혔다는 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리미트 브레이크’, ‘콤보 연계’, ‘F.A.T.E’ 등의 고유의 시스템과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를 추가했다. 덕분에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험과 느낌을 줬다.
‘파이널 판타지 14’ 국내 서비스는 단독 서버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직 정확히 어떤 방식이나 콘텐츠를 선보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게임성만 봤을 때 앞으로 2015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 '파이널 판타지'의 로망, 비공정도 게임에 등장한다
▲'라라펠'은 키는 작지만 나름 중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종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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