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中 게임판 사랑과 전쟁,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2007.10.29 18:51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韓中 게임판 사랑과 전쟁, 이 부부는 이혼해야 될까요?
결혼한지 햇수로는 3년을 좀 넘긴 부부가 있다. 남편은 중국에서 사업을 활발하게 하는 제법 큰 규모의 사업체 사장이며, 아내는 동네에서 소문난 솜씨를 자랑하는 전업 주부다.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슬하에 아이 하나를 두었다. 얼마 전에는 결혼 2주년을 맞이해 앞으로도 둘이서 계속 행복하자는 식의 약속도 새로 맺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집으로 가져가야 할 월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전 약속과 다른 태도였고,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아내는 힘들었다. 아내는 처음 약속과 다르지 않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를 제대로 못 돌보지 않았냐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결혼 전 약속과 180도 돌변한 남편에게 크게 실망한 아내는 급기야 이혼장을 내밀었다. 당신과 더 이상 못 살겠으니, 새로운 사람을 찾아보겠다며 아이는 자신이 낳은 자식이니 자신이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며 득달같이 법정을 찾아 소송을 걸었다. ‘아내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라’며 강경하게 나오는 남편은 아이까지 뺏을 것처럼 보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즈음에서야 남편은 우리 사이에 대화가 부족했다며, 아내를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가 원만히 해결되기 전 까지 아이는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만 있어야 한단다. 시댁은 어머니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CDC 측 ‘엠게임과의 분쟁은 부부싸움과 같은 것, 이해해달라’
드라마 시리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해 본 ‘열혈강호 온라인’을 둘러싼 CDC게임즈와 엠게임의 관계다. 이런 비유는 다름아닌 29일 열린 CDC게임즈의 기자간담회가 발단이 되었다.
CDC그룹 피터 입 회장의 비유에 따르면, ‘열혈강호 온라인’이라는 세 살짜리 아이를 둔 CDC는 아버지이고, 엠게임은 어머니로,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다. 그는 현재 두 사람은 대화 부족과 오해에서 생긴 문제들로 부부싸움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등장한 ‘결혼(marriage)’이라는 단어는 이 날 간담회를 통해서만 수십 차례 반복됐다.
계약 조건을 들어, 미지급된 재개약금을 지급했느냐는 질문에도 CDC 측은 계약서대로 다 이행했다며 한사코 결혼 관계의 비유를 통해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계약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 간 관계와 인간적인 부부관계를 어떻게 비교하느냐’는 질문에도 CDC그룹의 피터 입 회장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부부와 비슷하다. 이혼하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게 맞듯이, 이혼하기 전부터 새로운 파트너를 찾겠다는 (엠게임의) 태도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양 사의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엠게임의 새로운 게임은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한국과 중국은 매우 다르다. 중국 정부는 나름의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양 측의 체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열혈강호 온라인’에 대한 게임 라이센스는 엠게임이 아니라 CDC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엠게임은 단독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양 측의 냉정한 관계 정립과 현실 판단이 필요해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마지막은 배우 신구의 목소리로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마무리된다. 조정기간 이후에도 양 측의 입장차이가 계속 이어지면 이혼이 성립된다. 번번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4주의 조정기간으로도 다 헤아릴 수 없는 심각한 입장차이를 느꼈다. 이익을 추구하는 업체가 대립하는 것은 부부관계와 다르다. 때로는 부부관계처럼 협력하는 게 당연하지만, 계약서를 두고 이루어진 분쟁에서 부부관계를 비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양 측의 잘잘못을 흐릿하게 만들고, 인정에 호소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희생과 이해로 이루어지는 인간적인 공동체이며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지향한다. |
부부는 정이 오가지만, 기업은 돈이 오간다. 이번 분쟁은 철저히 계약으로 이루어진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다. 결정적인 문제인 ‘돈’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며, 무작정 부부관계라는 비유를 들어 양 사의 틀어진 관계를 봉합하려는 CDC의 노력이 무력하게 다가왔던 것은 현장의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다툼이 있은 뒤에 더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지 않은가?’ 라는 CDC의 물음에 답해줄 상대는 기자가 아니다. 그들이 부인으로 생각하는 엠게임에게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 부부관계라는 설명에 동의하는가? 나아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바른 판단이 가능한가? 엠게임은 이번 갈등에 대해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간담회 직전인 29일 오전부터 CDC 측과의 직접 협상에 들어갔다. 아직은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없다는 것이 엠게임이 내놓은 답변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에서는 이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혼 소송을 준비하려면 심각한 피해를 무릅 써야 한다. 중국 판 ‘사랑과 전쟁’의 결말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아이를 위해 모두 다 참자’인 것이다. 과연 4주 후에 어떤 결말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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