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프로게이머는 일단 잡고 보는 슬라임이 아니에요
2015.05.08 21:20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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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e스포츠 업계가 한 차례 들썩였습니다. 한 프로게이머의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져 나온 거죠. 이 사태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논란이 된 선수는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으며, 조작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 문제의 시초는 브로커와 투자자의 갈등이었습니다. 불법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은 브로커가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했지만, 선수가 이를 거절한 거죠. 그러자 손해를 본 투자자가 브로커를 감금한 후 협박을 했고, 브로커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시된 겁니다.
그런데, 승부조작 논란이 처음 보도됐을 때 여론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승부조작을 한 프로게이머가 누구냐’는 거죠. 그리고 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하려 했던 당사자들은 브로커와 불법 투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게이머에게 화살이 먼저 날아간 겁니다.
물론,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승부조작 때문에 e스포츠 업계 자체가 휘청거렸던 때도 있었으니, 업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ID 타락성애자타릭님의 “종목을 불문하고 이제 승부조작 사건 터지면 e스포츠 자체가 흔들리는거라고 생각함.”이라는 의견처럼 생각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승부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브로커와 투자자를 비롯해 불법 베팅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심지어 브로커들은 선수의 가족에게 접근해 승부조작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즉, 승부조작의 주체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대상이 선수다 보니, 여론의 화살은 판을 짜는 사람들보다 프로게이머에게 먼저 향하곤 합니다.
게이머들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임메카 ID Cultist103님은 “선수 탓만 하는것도 솔직히 웃긴 거임. 정작 뒤에 있는 브로커는 이야기도 안 나오는데, 가루되게 까이는 건 프로게이머”라고 말했죠. ID 군터님도 “브로커가 진짜 문제인데 프로게이머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간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한국 e스포츠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받을 날이 머지않은 데다, e스포츠로 발전하는 게임의 수도 점점 늘어나며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죠. 그런데 이를 불법 베팅에 활용해 이득을 취하는 관행을 내버려두면, 과거처럼 곪아 터질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승부조작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주요 비판 대상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경향은 사라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선수들만 뭇매를 맞는다면 문제의 원인인 브로커와 불법 투자자들은 더욱 교묘히 모습을 숨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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