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지성과 인성은 반비례? 게임 속 ‘매드 사이언티스트’
2016.05.19 11:04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그다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매년 5월 19일은 이른바 ‘발명의 날’입니다. 국민의 창작 의욕을 북돋고 발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기념일이죠. 조선시대 장영실이 측우기를 발명한 세종 23년 4월 29일(양력으로 5월 19일)에서 연유했다는데, 솔직히 좀 생소하긴 합니다. 국민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려면 역시 일단 공휴일로 지정해야…
재미있게도 게임에 등장하는 발명가는 대부분 악역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의 적수인 폭주 로봇이나 돌연변이 괴물을 만들어낼 ‘누군가’가 필요하니까요. 이들은 주로 배후에서 권모술수를 펼치는 역할을 맡는데, 간혹 자신의 피조물에게 허무하게 살해당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지성과 인성이 반비례하는 게임 속 ‘매드 사이언티스트’들, 함께 보시죠.
5위 닥터 에그맨(소닉 더 헤지혹),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야심 찬 로봇공학자
▲ 홀로 로봇 군단을 꾸려나가는 '닥터 에그맨'의 남다른 풍모
5위는 ‘소닉 더 헤지혹’의 영원한 맞수 ‘닥터 에그맨’입니다. 팔과 다리는 얇고 배만 불뚝 튀어나온 전형적인 E.T 체형의 소유자죠. 이러한 모습은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학구파에게서 종종 발견되는데, 그가 얼마나 위대한 과학자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닌가? 여하간 ‘닥터 에그맨’도 여느 미치광이 과학자과 마찬가지로 노벨상보다는 세계 정복에 더 관심이 많은 악당입니다.
‘닥터 에그맨’의 전공은 공학 전반, 그 중에서도 로봇공학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입니다. 웅장한 기계 요새와 온갖 거대 병기를 비롯하여, 셀 수 없이 많은 로봇 군단을 홀로 창안했죠. 다만 그가 만든 로봇 ‘배드닉’은 동물을 생체 전지로 쓰기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 ‘소닉’에게 번번히 방해를 받습니다. 동물을 이용한다니까 그럭저럭 온건해 보이지만, 이 세계에선 동물이 일반 주민(…)이라 이건 뭐 영화 ‘매트릭스’가 따로 없습니다.
4위 닥터 문도(리그 오브 레전드), S와 M을 넘나드는 절정 천ㅈ… 변태
▲ 이래 봬도 박사다,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뇌 문도'라고 칭찬해주자
4위는 ‘자운의 미치광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33번째 챔피언 ‘문도’입니다. ‘헐크’를 연상시키는 부담스러운 육체미와 “문도! 자기 이름 많이 말한다! 안 그러면 까먹는다!”라는 대사와는 달리 이 녀석도 일단은 과학자입니다. 무언가 매우 위험해 보이는 약물을 상시 과다로 복용해서 지금과 같은 정신 나간 모습이 되어버렸죠. 물론 원래부터 그다지 정상은 아니었습니다만…
‘문도’가 자신하는 분야는 화학입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인 그는 어려서부터 ‘고통’에 집착하여 동물을 잡아다 끔찍한 실험을 자행하고, 끝내 부모를 포함한 수십 명의 사람을 살해했죠. 그 결과 화학 작용을 통해 뇌의 말초신경을 조작하는 방법을 알아내 고통을 강화하거나, 혹은 말소시키는 약물을 발명했습니다. 이윽고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문도’는 타오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학증과 가학증을 모두 느끼는 절정의 변태(…)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3위 닥터 바일(록맨 제로), 기계를 증오하다 기계가 되어버린 복수귀
▲ '엑스' 곁에 서있는 어항(?)을 쓴 노인이 바로 복수귀 '닥터 바일'
3위는 ‘록맨 제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악역 ‘닥터 바일’입니다. 작 중 일어난 모든 비극이 이 자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류와 로봇 ‘레플리로이드’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그는 순수한 인간만의 낙원을 꿈꾼 위험한 사상가였습니다. 일그러진 이상을 위해 최악의 병기 ‘오메가’와 이를 지원하는 전자 생명체 ‘다크 엘프’를 만들어 ‘요정 전쟁’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닥터 바일’은 ‘요정 전쟁’을 통해 ‘레플리로이드’의 90%를 궤멸시켰으나, 이 와중에 인류까지 휘말려 절반 이상이 죽어갔습니다. 결국 영웅 ‘엑스’에 의해 전쟁이 종결된 후 1급 전범으로 체포되어 ‘불사의 형’, 즉 죽을 수 없는 기계가 되어 영원히 감금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죠. 그렇게나 혐오하던 기계로 개조된 ‘닥터 바일’은 복수심에 미쳐 모든 것을 파멸시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2위 케이브 존슨(포탈), ‘왜 안 되는데?’라 말하는 역발상의 귀재
▲ '포탈 2'에서 볼 수 있는 '케이브 존슨' 초상화들, 게임에서는 이미 고인이다
2위는 명작 퍼즐게임 ‘포탈’ 숨은 마스코트 ‘케이브 존슨’입니다. AI ‘글라도스’를 비롯해 온갖 정신 나간 기술을 발명한 에퍼처 사이언스 창립자로, 본편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입니다. 그는 “과학은 ‘왜?’가 아닌 ‘왜 안 되는데?’에서 출발한다”는 지론에 따라 온갖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죠. 그게 피험자 동의도 없이 커피에 형광성 칼슘을 섞고, 발암물질이 함유된 의자에 앉히고, 석탄 똥(…)을 싸게 하는 등 생명윤리와 담쌓은 짓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포탈건과 고성능 AI를 만들고 ‘하프라이프’에도 언급되는 첨단 쇄빙선 ‘보리알리스’를 건조하는 등 실력은 확실합니다. 비록 방식은 살짝 엇나갔지만 죽어가면서까지 실험에 매진한 참된 과학자에요. ‘케이브 존슨’의 강한 의지와 실행력에 감화된 플레이어가 적지 않을 정도죠. ‘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주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라(시련을 받아들여라)’는 긍정에 대한 속담을 비틀어 ‘가연성 레몬을 만들어 녀석의 집을 불살라버려라’고 일갈한 것은 지금도 명대사로 자주 회자된답니다.
1위 제임스 마커스(바이오하자드), 모든 바이러스 사태의 시발점
▲ 악명 높은 엄브렐러의 창립자이자 바이러스 사태의 원흉 '제임스 마커스'
1위는 ‘바이오하자드’ 만악의 근원 ‘제임스 마커스’입니다. 그간 시리즈가 이어지며 T, G, TG, C, 베로니카, 우로보로스, 어비스, 포보스까지 온갖 흉악한 바이러스가 다 나왔는데, 이 모든 악몽의 시작이 바로 ‘제임스 마커스’가 만든 시조 바이러스에요. 그는 1966년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시조화’라는 정체불명의 식물을 연구 끝에, 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바꿔버리는 가공할 바이러스를 만들어냅니다. 이후 ‘오즈웰 E 스펜서’, ‘에드워드 애쉬포드’와 함께 악명 높은 엄브렐러 코퍼레이션을 창설하기에 이르죠.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최종 보스급이지만, 의외로 ‘바이오하자드’ 1편이 시작되기도 전에 허무하게 사망합니다. T 바이러스 개발 및 무기화를 한창 진행하던 중에 믿었던 측근에게 배신당했거든요. 이 배신자가 바로 ‘바이오 하자드’ 대표 악역 ‘알버트 웨스커’입니다. ‘웨스커’는 ‘제임스 마커스’의 시체를 하수구에 던져버렸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폐기된 바이러스와 융합하여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되죠. 바이러스 사태의 시발점인 그가 힘과 지식을 모두 갖춘 채 부활한 겁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플레이어 때문에 되살아나자마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말로가 다 그렇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