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소한, 글로벌에서 뜨거운 국산 e스포츠 대회 ‘CFS’
2016.11.29 17:33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올해 e스포츠 대상에서 우수 해외활동상을 받은 '크로스파이어'
스마일게이트 글로벌사업운영본부 정수영 실장이 대표로 수상했다
지난 11월 23일에 열린 2016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는 ‘우수 해외활동상’이라는 특별상이 있었다. 해외에서 활약한 선수 및 종목을 치하하는 상인데, 이 상에 국내 유저들에게는 다소 낯선 국산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온라인 FPS ‘크로스파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며 국산 종목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것이 한국e스포츠협회가 밝힌 수상 이유다.
그러나 국내 유저들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일단 한국을 대상으로 한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리그가 없기에 국내 팬 입장에서는 분위기를 실감하기 어렵다. 여기에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으나 그 외 국가에서는 어떤지, 글로벌 대회가 잘 열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크로스파이어’가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외에도 수많은 국가가 출전 중인 글로벌 FPS e스포츠 종목으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오는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중국 쑤저우 뚜수호 체육관에서 열리는 ‘크로스파이어 스타즈 2016 (이하 CFS 2016’)’ 그랜드 파이널에는 중국과 한국은 물론 11개 지역에서 12개 팀이 출전한다.
▲ '크로스파이어' 글로벌 e스포츠 리그 'CFS' 로고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국적도 다양하다. FPS 강호로 알려진 유럽이나 e스포츠 기반이 있는 한국, 중국, 북미, 러시아를 비롯해 신흥 국가도 다수 출사표를 냈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e스포츠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남아메리카에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 지역과 e스포츠 기틀을 마련 중인 일본도 이번 대회에 대표팀을 출격시켰다. 다시 말해 e스포츠 주요 국가와 신흥 지역을 품은 것이다.
그렇다면 e스포츠 리그로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인 인기는 어떨까? 작년 12월에 열린 ‘CFS 2015’의 경우 누적 시청자 수가 2,300만 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리그를 지켜봤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스마일게이트나 현지 퍼블리셔 텐센트가 공식 프로리그를 마련하기 전부터 PC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리그가 열리고 있었으며, 이후 게임사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프로리그’ 체계를 정립한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다시 말해 한국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면 중국에서는 ‘크로스파이어’가 e스포츠의 뿌리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 중국을 응원하는 관중(상)과 CFS 2015 그랜드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던 중국 EG (하)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여기에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관심은 중국 한정이 아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작년부터 베트남, 필리핀, 브라질과 같은 e스포츠 신흥 국가에서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를 직접 주최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국내와 달리 e스포츠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2015년에 열린 국가 초청전 ‘인비테이셔널’에서 45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브라질에서 열렸던 ‘크로스파이어’ 특별전 CFS 2015 인비테이셔널 역시 e스포츠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리우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3일 동안 매일 5,000여 명씩, 총 15,000명에 달하는 유료 관중을 동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한정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이벤트 대회가 아닌 e스포츠 프로 리그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 위부터 베트남, 브라질, 필리핀 인비테이셔널 현장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상금 규모도 계속 상승 중이다. 우선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하는 ‘크로스파이어’ 국가대항전 ‘CFS’는 2013년부터 5회 째 개최 중이다. 첫 회 총 상금은 17만 7,000달러에 그쳤지만, 그 다음해에는 연 2회 개최에 상금이 각각 18만 달러, 22만 1,000달러로 늘어났다. 이후 2015년에는 22만 1,000달러로 기존 시즌과 동일했으나 올해에는 3배 더 늘어난 63만 달러로 상금 규모가 확대됐다.
국산 FPS가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렇다면 국산 FPS ‘크로스파이어’가 전세계에서 사랑 받는 e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부분은 풍부한 유저 풀이다. 2015년 기준 ‘크로스파이어’는 전세계 80여 국에 서비스 중이며 누적 회원 수는 4억 명에 달한다. 여기에 최고 동시 접속자는 지난 2014년 8월에 달성한 600만 명이다. 여기에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2012년에 동시 접속자 420만 명을 달성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한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적도 있다.
e스포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때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얼마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우선 유저들이 충분히 있어야 선수 수급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일단 기본적인 유저 수가 보장되어야 그 중에 선수로 뛸 가능성이 보이는 게이머들을 발굴해낼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e스포츠의 가장 크고, 확실한 팬은 게임을 직접 즐기는 유저들이다. 다시 말해 선수 수급과 팬층 확보, 두 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플레이어를 보유한 것이 유리하다. 4억 명에 달하는 유저를 보유한 ‘크로스파이어’는 e스포츠로서의 기본이 탄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풍부한 유저풀은 곧 풍부한 선수층으로 이어진다
CFS 2015 출전 선수 단체 사진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그러나 아무리 유저들이 많아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리그’가 없다면 종목은 생명을 잃어버리고 만다. 다시 말해 여러 나라에 리그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임사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2013년부터 5회에 걸쳐 ‘크로스파이어’ 국가대항전이라 할 수 있는 ‘CFS’를 꾸준히 열어왔다. 여기에 2015년부터는 중국 외에도 브라질, 필리핀, 베트남에서 프로를 대상으로 한 공식 리그와 아마추어 선수에 초점을 맞춘 인비테이셔널을 열어왔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리그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 부분은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출전하는 리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열리느냐다.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진다면 더 이상 ‘크로스파이어’ 선수로 활동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 선수들의 이탈은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라 할 수 있는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아우르는 ‘크로스파이어’의 리그 구조는 선수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년 흥미로운 경기가 펼쳐지며 점점 팬층이 두터워지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