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다 있지만 정체성은 없는 '더 크루 2'
2018.07.05 19:0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더 크루 2'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비소프트 공식 유튜브)
'GTA' 시리즈 성공으로 생겨난 오픈월드 붐은 레이싱 장르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쳤다. 정해진 트랙만 달리는 트랙 레이싱보다는 맘대로 맵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레이싱을 펼치는 자유주행방식 게임이 레이싱게임의 주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14년 출시된 '더 크루'는 오픈월드 레이싱게임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다. 미국 전역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표현한 방대한 맵과 그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스템까지 자유주행 레이싱게임으로서는 손색 없다. 물론, 빈약하고 불안정한 멀티플레이 요소나 개성 없는 스토리라인, 불편한 조작감 등 두드러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미국 지형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장점이다.
지난 6월 29일 출시된 '더 크루 2'는 전작의 장점을 충실하게 가져왔다. 여전히 넓고 세밀한 맵과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불편한 조작감을 개선했다. 여기에 비행기와 보트가 추가되면서 육해공 모든 레이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너무 많은 요소를 한 번에 집어넣은 탓일까? '더 크루 2'를 플레이하는 내내 '이 게임이 레이싱 게임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더 크루 2'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더 크루 2'는 첫 레이스부터 일반적인 레이싱게임과는 다른 작품임을 제대로 보여준다. 튜토리얼 격인 첫 레이스에선 영화 '인셉션'이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연출과 함께 공공도로 레이스, 오프로드, 수상, 항공을 오가며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혼이 쏙 빠지는 화려함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게임에 돌입하게 된다.
▲ 게임 시작 후 첫 레이스부터 영화 '인셉션'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닥터 스트레인지'가 절로 떠오르는 화려한 연출을 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주인공이 비교적 복잡하고 구체적인 사연을 지니고 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스토리 비중이 거의 없다. 유저는 '스트리트 레이싱', '프리스타일', '오프로드', '프로 레이스'를 오가며 '팔로워'를 늘리고 돈을 모아 각 분야의 챔피언을 꺾어야 한다. '팔로워'는 경험치와 같아서 미션을 완수하거나 레이스에서 순위권에 들면 얻게 된다.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유저의 호칭도 '신입'에서 '인기', '유명' 등으로 바뀌며 이에 따라 더 많은 레이스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 처음엔 겨우 4개 미션으로 시작하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플레이 하다보면 수십개가 넘는 미션이 쉬지 않고 추가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의 스케일이 전방향으로 넓어진 만큼 DLC 포함 54종의 세계 유수의 명차가 등장했던 전작보다도 더 많은 탈 것이 등장한다. 특히 오프로드 차량이 추가되면서 등장하는 차종도 더욱 다양해졌다. 상남자의 오프로드로 유명한 '험머 H1'이나 '모터 크로스'용 오토바이는 물론 F1 차량과 세계에서 제일 빠른 자동차로 알려진 '레드불 X2010'을 본뜬 차량도 등장한다. 상대적으로 종류가 적은 비행기나 선박도 프리스타일과 경주용으로 나누어져 있어 다양한 탈 것을 골라 즐길 수 있다.
▲ 상남자의 드림카인 '험머 H1'도 만날 수 있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는 자동차 '레드불 X 2010'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산전, 수전, 공중전을 자유롭게 오가는 레이스
'더 크루 2'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산전, 수전, 공중전을 오가는 다양한 탈 것에 있다. 자유주행이 가능한 게임인 만큼 맵을 이동하는 와중에 바로바로 탈 것을 바꿀 수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별도 로딩 시간도 필요 없이 선박과 비행기, 자동차를 불러낼 수 있어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플레이 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는 다른 레이스보다도 이 강점을 잘 살렸다. 어느 시골에서 자동차를 탄 채로 레이스를 시작해 바다로 넘어가 파도를 즐기고 하늘로 날아가 도심을 휘젓다 보면 내가 지금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더 크루 2'는 산과 바다를 오가며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게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작과 같이 광활한 맵도 게임의 장점이다. 작게는 뉴욕 시내나 시골의 한적한 거리부터 크게는 모뉴먼트 밸리, 그랜드 캐니언 등 미국의 명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맵 상에서 유저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은 없다. 또한, 중간에 야생동물이 튀어나기도 하고, 시민들이 마트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는 등 식생이나 사회도 자세히 구현돼 있다. 느긋하게 운전하면서 사람이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 그랜드 캐니언과 모뉴먼트 밸리 등 미국의 주요 명소를 탐험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작보다 비교적 실제와 동일해진 조작감도 주목할만하다. 전작의 경우 약간의 내리막길에도 차체가 뜨고 상대 차량과 충돌하면 10M씩 차량이 날아가기도 하는 등 기본적인 물리 엔진이 매우 허술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차량의 움직임과 조작이 한결 자연스러워져 실제와 비슷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몰입감이 떨어지는 레이스
수많은 레이스 종류와 멀티플레이가 더해진 다양한 콘텐츠, 방대하고 디테일한 맵 등 분명한 장점이 있는 '더 크루 2'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게임에 몰입할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특히, 잊을만하면 이름도 모르는 주변 인물들이 나와 읊어주는 스토리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공공도로에서 하는 레이스의 로망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좋은 일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저는 많지 않다. 가로등이나 철조망을 박살내며 진행하는 레이스가 어찌 되었건 불법이라는 사실은 초등학교 1학년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자체에 아케이드성이 너무 짙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작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였던 경찰 추적 시스템이 삭제되면서 게임의 현실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게임상에서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유저에겐 패널티가 없으며, 그야말로 과속을 하고 기물을 부수며 도로를 질주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보다 현실적이고 실감 나는 레이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 공공도로 레이스를 미화하는 스토리를 이해할 유저는 많지 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들쑥날쑥한 레이스 난이도에도 문제가 있다. 초반부 레이스는 매우 쉬운 것에 반해 중반부로 넘어가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오른다. 특히나 공공도로 레이스에서 지름길을 사용해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상대 차량을 보고 있으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점수를 획득해야 하는 드리프트 레이싱은 조작이 매우 난해해 요령을 익히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이에 반해 프리스타일 레이스는 왼쪽 상단에 출력되는 항목들만 착실히 따라 해도 클리어가 가능할 만큼 매우 쉽다.
▲ 다른 레이스는 지독히도 어려운데, 프리스타일은 너무나도 쉽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제적이진 않지만, 과금 유도도 있다. 새로운 차량을 살 때 돈이 모자를 경우 과금을 통해 재화를 충전할 수 있는데, 몇몇 특전 차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차량은 과금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원하는 레이스를 다 클리어하고 새로운 차를 사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고자 하면 십중팔구는 돈이 모자란다. 결국 억지로 멀티플레이나 하기 싫었던 다른 레이스를 클리어하며 돈을 벌기 위한 플레이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픈월드를 통한 비선형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임임을 고려하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과하지는 않지만 넌지시 과금을 유도 하는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픈월드의 묘미는 잘 살렸지만....
'더 크루 2'는 오픈월드의 묘미가 매우 잘 살아있는 게임이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 본토 외곽선을 따라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고, 친구와 함께 동서 횡단을 목표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탈 것도 많은 만큼 놀 거리도 많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집어넣다 보니 레이싱게임으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점은 아쉽다. 주어진 미션의 난이도가 높고 현실감이 떨어지다 보니 레이스 자체의 재미가 반감된 것이다. 오픈월드 재미를 구현하는데 신경 쓴 만큼 레이싱에도 좀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오픈월드의 묘미는 갖췄지만 레이싱의 정체성을 잃은 '더 크루 2'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