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알고보니 동심파괴 전문가, 섬뜩한 닌텐도 괴담 TOP 5
2018.10.25 09:38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할로윈 하면 흔히 아이들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과자 달라고 조르는 천진난만한 광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실 할로윈은 고대 켈트족이 죽음과 유령을 찬양하며 벌인 축제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죽음'이나 '유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미에서는 무덤으로 가서 죽은 친구나 친지를 기리며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고도 하고, 지금도 멕시코는 할로윈을 '죽은 자의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할 만큼 동심파괴 요소가 가득한 축제다.
동심파괴라고 하면 역시 닌텐도의 '검은 닌텐도' 만한 것이 없다. 닌텐도가 만든 게임이라 하면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순수하고 아동 친화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닌텐도가 게임 곳곳에 숨겨놓은 메시지들을 생각하면 이만큼 앞장서서 동심을 파괴한 게임회사도 없다. 오늘은 할로윈 시즌을 기념해 섬뜩한 공포 요소로 동심을 파괴하는 검은 닌텐도 TOP 5를 모아봤다.
TOP 5. 닌텐도 라보 - 토이콘 하우스
▲ '라보'에도 검은 닌텐도의 마수가 뻗쳐있었다니 (영상출처: Skrubly 유튜브 채널)
닌텐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골판지 완구 시스템 '라보'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장난감이라 볼 수 있다. 박스를 뜯어서 조립하는 재미를 느끼고 직접 몸을 움직여가며 게임과 하나 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종의 교육용 교구 같은 게임이다. 실제로 닌텐도는 미국 뉴욕 지역 초등학교에 라보를 공급해 초등학교 교육용 기구로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토록 아동 지향적인 녀석에도 검은 닌텐도가 숨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라보' 버라이어티 킷 토이콘 하우스에는 집을 만들어 꾸미고 아이를 돌보며 놀 수 있는 미니게임이 내장돼 있다. 헌데 이 라보의 집에서 아이를 재우고 시간을 밤으로 만든 뒤 오랫동안 기다리면 뒤에 걸려있던 액자의 눈이 빨갛게 빛난다. 이후 벽지 뒤, 서랍, 카펫 밑에 숨어있던 귀신들이 하나씩 튀어나와 아기를 노려본다. 그중에서도 맨 마지막에 튀어나오는 트럼프카드 귀신은 심지어 아이를 칼로 베어 죽이려고 한다! 다행히 그 순간 아이가 눈을 뜨고 귀신들이 도망치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가 죽는 장면이 나오진 않는다. 행여 그런 장면이 나온다면 이건 그 순간 전연령게임이 아니게 될 테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아기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유령이라니!
TOP 4. 슈퍼 마리오 Wii: 갤럭시 어드벤처 투게더
▲ 이게 마리오게임에 등장하는 장면이라면 믿어지는가? (사진출처: 슈퍼마리오 팬덤 위키)
마냥 동화 같은 '슈퍼 마리오' 시리즈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섬찟한 내용이 잔뜩 몰려있다. 이를테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등장하는 바위나 벽돌, 나무줄기 등이 전부 쿠파의 마법으로 변한 버섯 왕국 국민들이라던가,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선 쿠파주니어가 용암에 빠져 죽은 자기 아버지를 해골로 부활시켜 다시 살린다던가 하는 의외의 요소들이 시리즈 내내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도 '슈퍼 마리오 Wii: 갤럭시 어드벤처 투게더'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넣었는지 모르겠는 이스터 에그가 등장한다.
게임을 하다가 월드 5 '꽁꽁 용암 갤럭시'에 도착하면 절대로 올라갈 수 없는 깎아내린 절벽이 하나 보인다. 여기서 마리오의 시선을 절벽 위쪽으로 맞춰 놓으면 왠 사람 비슷하게 생긴 물체가 마리오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포스럽게 생겼는데, 한 유저가 해당 형체의 텍스처 파일 이름을 확인해 보니 'HellValleySkyTree', 즉 '지옥 골짜기 하늘 나무'라는 뜻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이용가 게임에 이런 이스터에그라니! 소름이...
TOP 3. 스플래툰 2: 옥토 익스팬션
▲ 열심히 부품을 모아서 만든 '믹서기'의 정체는 알고보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힙하게 차려입은 오징어들이 물총을 뿌리는 건전한 게임 '스플래툰'도 생각해보면 벌써 인류가 멸망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1편에서야 약간 찜찜한 수준에서 그친 설정이었는데, 2편에 들어오면서는 아예 대놓고 딥다크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특히나 최근에 출시된 확장팩 '옥토 익스펜션'에선 무섭다 못해 징그러운 배경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본 확장팩에서 플레이어가 하게 되는 일들의 대부분은 신인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그것'의 부품을 모으는 것이다. 부품을 다 모으고 최종보스와 대면하는 순간 '그것'이 완성되는데 여기서 '그것'의 정체는 무려 '믹서기'다. 그러니까 선별된 실험체들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린 셈이다. 오징어나 문어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믹서기 안에 있는 발자국이나, 믹서기를 조립하는 순간 들리는 비명소리를 보면 내가 지금 뭔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TOP 2. 포켓몬스터 도감 설명
▲ 7세대부터 출현한 '모래성이당' (사진출처: 포켓몬 위키)
'포켓몬스터'가 많은 블랙 유머와 성적 묘사를 숨겨놓길 좋아하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매 시리즈 마다 호러 스팟을 숨겨놓는 것은 이미 다 아는 부분이며, 대보라홀딩스로 대표되는 다양한 사회 비판적 요소는 덤이다. 7세대에 들어서는 포켓몬들을 냉동보관 시켜놓고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빌런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내용들도 도감 설명이 전하는 반전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식인을 하는 포켓몬은 예삿일이며 내용에 따라서는 설정만 가지고 공포 영화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포켓몬이 있다.
일례로 7세대에 등장한 포켓몬인 '모래성이당'를 보면 "모래 속에 먹잇감의 생명을 묻어서 정기를 빨아들이고 그 모래 안에는 정기가 빨린 자들의 뼈가 묻혀있다"라고 적혀있다. 생긴 건 애들 장난감 같이 생겼는데, 속에는 사람 뼈가 묻혀있다는 이야기다. 4세대 포켓몬인 '흔들풍손'은 풍선으로 착각하고 자신을 잡은 아이들을 데리고 저승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는 몸 안에는 많은 혼으로 가득 차 있어 터지면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영혼이 흘러나온다고 적혀있다. 오죽했으면 공포 만화의 대가인 이토 준지가 포켓몬스터와 콜라보가 가능했겠는가. 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TOP 1. 마더 시리즈 - 기그
▲ 왼쪽이 1편의 기그, 오른쪽이 2편의 기그다 (사진출처: 마더 팬덤 위키)
'마더' 시리즈는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RPG로 세상을 모험하는 동심을 그린 게임이다. 주인공이 철저히 어린 아이로 표현되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하고, 칼이나 창보다는 야구방망이나 프라이팬 등 안전한 것들이 무기로 나온다. 등장하는 적들도 어린 시절 누구나 상상해 봤을 법한 디자인의 외계인이나 로봇이 등장한다. 물론 이건 겉으로 보이는 것만 서술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는 어린이에게 맥주를 권하는 어른이 나오던가 진흙탕 속에서 발견되는 버섯이 최고의 아이템이라던가, 하나하나 뒤져보면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아도 너무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역시 최종보스 '기그' 되시겠다.
기그는 '마더' 1편과 2편의 최종보스로 많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제공한 주인공이다. 1편에서는 그냥 조금 특이하게 생긴 외계인이었는데, 2편에서 묘사된 기그는 핏빛을 뿜어내는 유령 모습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보스전을 진행할수록 더욱더 기괴한 형태로 변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태아를 뒤틀어 놓은 형상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2편의 기그가 이렇게 공포스런 형상을 취하게 된 것은 제작자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헌병과 토막 난 미인'이란 영화를 우연히 본 후 생긴 정신적 상해를 게임에 구현한 것이다. 이러니 트라우마가 전염될 수밖에. 그야말로 검은 닌텐도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