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펭수'가 다 무엇이냐! 게임계 최고참 펭귄 TOP 5
2019.10.03 08:0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캐릭터 순위를 매긴다면, 1순위는 당연히 ‘펭수’가 아닐 수 없다.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데뷔한 펭수는 ‘펭귄 백수’의 줄임말(이라는 설은 본인이 '마리텔'에 나와 정식으로 부정했다. 남극 '펭'에 빼어날 '수'를 쓴다고 한다)로 여겨지며, EBS 출신답지 않게 심상치 않은 캐릭터다. 남 탓하기, 허풍, 근거 없는 자신감, 다른 캐릭터 견제, 노골적 야심, 표정을 읽기 힘든 동태눈에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선넘기 인성(펭성) 인증까지. EBS 29년 역사상 이런 캐릭터는 전무했다.
스스로 ‘BTS’ 급이 목표라는 ‘펭수’의 인기는 지난 9월 19일, EBS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EBS 육상대회(이육대)’ 영상이 공개되며 절정에 달했다. 이 날 대회에서 ‘펭수’는 똑딱이, 뿡뿡이, 뽀로로 등 기존 고참 캐릭터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며 해당 방송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너 때문에 계주에서 졌다며 같은 펭귄 캐릭터인 뽀로로 멱살을 잡는 장면은 그 중 백미. 다만, EBS 대선배님인 뚝딱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펭수’의 고공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게임밥 좀 오래 드셨다는 펭귄 5인이 출동했다. 이름하야, 게임계 '고참' 펭귄 TOP 5다.
디스가이아 마스코트 '프리니'
첫 번째 주자는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마스코트 ‘프리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펭귄이라기 보다는 펭귄 모습을 한 무언가에 가깝지만, 어쨌든 게임계 고참 펭귄 캐릭터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다. 데뷔연도가 2003년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니, 벌써 17년차다. 회사로 따지면 대략 부장급인 셈이다.
연차만 부장급인 것이 아니다. 이 놈들, 내용물도 부장급이다. 생전에 죄를 지은 인간들이 환생하기 전 죄를 씻기 위한 봉사활동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중년 이상급 아저씨들이 많다. 어딘가 걸걸하면서 음흉한 목소리도 그렇고, “~함다” 말투도 그렇고… 거기다가, 던지면 폭발하는 특성 상 ‘펭수’에 맞서기 위한 고참 펭귄 어벤저스로서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포켓몬의 펭귄을 책임진다 '딜리버드'
‘포켓몬스터’의 펭귄을 책임지는 ‘딜리버드’. 1999년 ‘포켓몬스터 금/은’ 때부터 나온 2세대 포켓몬이니, 벌써 데뷔 20년을 꽉 채웠다. 등장 초기에는 귀여운 외모 속 흰수염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노년의 기운이 조금 거슬렸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럴 만하다… 라는 생각이다. 데뷔년도로 치면 그룹 god의 ‘와썹맨’ 박준형과 같으니까…
사실, 딜리버드 하면 무능한 포켓몬의 대명사이긴 하다. 능력치도 낮고 상성도 안 좋은데다, 20% 확률로 상대의 체력을 체워주는 ‘프레젠트’는 이미 실전보다는 개그성 기술이다. 그래도 산타클로스를 모티브로 한 놈이라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주목을 받고, 게임 속 성능과는 관계 없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캐릭터인지라 ‘펭수’의 인기를 막아서기엔 시즌 한정으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약하지만 원로는 원로 '아이시 펜기고'
록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보스 캐릭터 ‘아이시 펜기고’. 얼음 슬라이딩으로 유명한 그 역시 게임 펭귄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고참 캐릭터다. 1993년 ‘록맨X’ 부터 출연했으니 27년차다. 회사로 따지면 임원급, 군대로 치면 장성이나 주임원사급은 될 것이다.
다만, 어딜 가든 경력과는 상관 없이 무능한 사람들이 하나둘씩은 있지 않은가. ‘아이시 펜기고’가 3위에 위치한 것은 아무래도 무능 때문이다. ‘록맨 X’ 에서는 가장 쉬운 보스인데다, 나중에는 배경 정도의 위치로 전락하곤 한다. 인질을 잡는 비겁함까지 보여줘 놓고, 정작 활용가치는 아이스 건 셔틀 정도니. 마음 같아선 5위에 넣고 싶지만 경력을 인정해 3위에 놓겠다.
메이플스토리 일등공신 '페페'
‘메이플스토리’의 마스코트를 책임지고 있는 펭귄 몬스터 ‘페페’. 사실 뽀로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펭귄 캐릭터 중 인지도는 단연 1위였던 몸이시다. 사실 메이플스토리 자체부터가 200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근속연수(?)는 5위 프리니 아래지만, 아무래도 게임 내 위상과 인지도 면에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캐릭터인데다 ‘두유노~’ 버프를 받아 2위에 자리했다.
사실 페페 자체는 꽤나 초기 몬스터인지라, 체력도 기껏해야 만 단위다. 보스 체력 인플레이션이 과거 짐바브웨 급으로 일어난 지금 기준(검은마법사 체감체력 기준 1,000조)에서 보면 초보자들이나 가끔 가지고 노는 과거의 유물 취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때 메이플스토리의 거의 유일한 인기 마스코트로 활약하며 게임을 지금까지 끌고 온 초기 공신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게이머들의 경배를 받는다. 혹시나 전성기 페페 정도라면 펭수를 누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아~ 남극탐험 걔? 게임계 펭귄 지존 '펭타'
펭수에 맞설 대망의 게임계 고참 펭귄 1위는 ‘펭타’다. 얼핏 들으면 낮선 이름일 수 있겠지만, ‘남극탐험 걔’ 하면 바로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 소싯적 남극기지를 찾아 열심히 뛰어다니던 바로 그 펭귄이다. 첫 작품인 ‘남극탐험’이 1983년작이니, 일반 회사로 치면 이미 은퇴해서 외부고문으로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다. 아니면 사장쯤 되던가!
펭타의 위력은 단순 인지도와 경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얼핏 부실한 애들만 있는 이번 [순정남]에서 유일하게 탈지구급 스펙을 가졌다. ‘남극탐험’만 봐도 900킬로에 달하는 스테이지를 80초 이내에 주파하는데, 이를 속도로 계산해보면 시속 4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음속의 32배가 넘는 속도인데, 이 속도면 남극에서 한국까지 오는 데 20분이면 충분하다. 펭수가 남극에서 출발해 저가항공으로 스위스를 거쳐 요들을 배우고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고 하니까, 이 정도면 덤벼 볼 만 한 상대가 아닐까? 과연 펭수 vs 펭타의 맞대결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펭수에 한 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