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호아킨 피닉스보다 불쌍한, 게임 속 조커 TOP 5
2019.10.17 17:18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0월 2일 국내 개봉한 영화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DC 유니버스 대표 빌런이자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를 새로운 방향에서 재해석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국내외에서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다. 총기 문제나 폭력성, 잘못된 분노 표출 등도 그렇지만, 장애와 아픈 과거를 가진 소시민으로서 힘겹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아서’의 모습이 마음을 찌르는 느낌이다. 그에게 닥치는 삶의 역경들을 보고 있자면 그간 광기의 화신으로만 알았던 조커라는 캐릭터에게 은근히 동정심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게임계에는 그보다 더 불쌍한 조커들이 있다. 특유의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임에 등장한 조커지만, 험한 꼴만 잔뜩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지금도 게임 속에서 고통 받는 조커들을 보고 있자면, 호아킨 피닉스의 인생은 비극이나 코미디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영화보다 더 큰 고통을 매일같이 받는, 불쌍한 게임 속 조커 TOP 5를 꼽아 보았다.
페이탈리티라니… 쿨하지 않잖아!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
사실, 캐릭터 입장에서 ‘모탈 컴뱃’ 시리즈에 출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재앙이다. 웬만한 게임에선 치고 받고 싸운 후라도 마지막엔 잘 싸웠다면서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끝나는데, 어째 모탈 컴뱃 출신들은 마지막에 숨통을 끊어놓는 ‘페이탈리티’를 기본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범하게 저승에 보내는 것이 아닌, 산산히 찢어놓지 않으면 적성이 안 풀리는 악마들이다. 그에 맞춰 인간성을 버린다면 성이라도 풀릴 텐데, 기존 유명 캐릭터들이라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어려운 일이다.
조커 역시 2008년, 이들을 처음 만나 힘든 일을 겪었다. 전격을 맞거나 불태워져서 뼈만 남는다거나, 칼날에 꿰뚫리고, 목이 꺾이고, 짓눌리고, 부풀어 터지고… 불살을 핵심 가치로 삼는 배트맨과 싸울 땐 겪어 보지 못 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DC 코믹스’라는 핸디캡 탓에 딱히 제대로 된 복수도 못 하고 총이나 카드 정도만 날리는 ‘히로익 브루탈리티’ 만으로 한을 달랬으니, 이 게임에 등장한 모든 DC 캐릭터들에게 애도를.
모탈 컴뱃 빠진 건 좋은데 취급이 안습, 인저스티스 시리즈
앞서 모탈 컴뱃 시리즈에 출연한 DC 캐릭터들이 단체로 항의를 했는지, 5년 뒤에는 DC 캐릭터들만 모인 새로운 격투게임이 나왔다. 바로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다. 페이탈리티 살인마들을 빼고 맨날 싸우던 친구들끼리 모여 만화처럼 싸우는 화기애애한(?) 게임이었지만, 여기서도 조커는 약간 불쌍하게 나온다. 첫 번째 이유는 성능이다. 기본기나 콤보 대미지도 약한 데다 기술도 활용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인 약캐였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벌인 배트맨과 같은 반격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조커의 그것은 반격기 지속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 덕분에 배트맨이 반격기 잘만 쓰는 와중, 조커는 신명나게 얻어맞는 것이 일이다.
사실 성능이야 숙련자가 다루면 되는 것이기에 딱히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스토리에서의 취급까지 눈물난다. 조커는 게임에 앞서 공개된 인저스티스 프리퀄 코믹스에서 슈퍼맨에게 몸을 꿰뚫려 살해당해 버린다. 물론 그 사건으로 슈퍼맨이 타락하고 이후 다른 차원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서 인저스티스에서 멀쩡히 등장하긴 하지만, 해당 세계에서 그가 죽은 사건은 변하지 않아서 결국 인저스티스 2편에서는 고인이나 환각 등으로만 등장한다. 뭐, 그가 일으킨 혼란으로 전세계가 망가졌으니 조커 성격 상 저승에서도 웃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죽어버린 조커의 흔적만 보고 있자면 불쌍하기 그지없다.
멋이 생명인 조커에게 탈모라니! 아캄 트릴로지
아직도 많은 팬이 최고의 배트맨 게임이라고 꼽는 락스테디 아캄 시리즈 3부작, 일명 아캄버스. 여기서 조커는 배트맨에 이은 제 2 주인공격 포지션으로 등장했다. 1편인 아캄 어사일럼에서는 고담 시를 장악하려는 최종보스가 되어 타이탄 약물을 투여해 배트맨과 정면으로 싸우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실컷 얻어맞고 강냉이가 나간 채 끌려나간다. 뭐,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좋은 모습이었다.
조커의 비극은 2편인 아캄 시티부터 시작된다. 1편에서 타이탄 약물을 투여한 부작용으로 인해 거의 죽기 일보 직전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 M자 탈모가 심하게 온 머리, 갈라진 피부, 쉴 새 없이 내뱉는 기침까지. 특유의 장난기마저 쏙 빠진 모습에 많은 조커 팬들이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중간에 약을 먹고 다 낫나 싶은 장면도 있긴 하지만, 여자저차해서 결국 조커는 몸을 고치지 못한 채 배트맨 앞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이후 마지막 편인 아캄 나이트에서는 오프닝에서부터 시체 화장씬이 나오며 안습에 절정을 찍는다. 사실 이후에도 뭔가 더 출연하긴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게이머들의 즐거움을 위해 굳이 말하지 않겠다.
분량이… 이게 다야? 배트맨: 더 텔테일 시리즈
텔테일 게임즈에서 제작한 배트맨 어드벤처 게임 ‘배트맨: 더 텔테일 시리즈’에도 조커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보통 배트맨 게임에서는 서브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조커가 어째 이 게임에서는 일반 조연 1 정도로 절하됐다. 에피소드 5까지 있는 게임에서 에피소드 4 초반에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게임이 조커를 어떻게 다루는 지 대충 짐작 가능하다.
아캄 수용소에서 브루스를 구해주며 등장한 조커는 ‘존 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누가 봐도 조커지만 끝까지 조커라는 이름으로는 불리지 않는다. 수용소 내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한다거나 하는 장면은 분명 인상깊긴 한데, 결국 아캄 수용소에서 브루스를 조금 도와주다가 바깥에서 보자며 웃으며 퇴장하고 끝. 아마 조커가 시리즈 대본을 받아 봤다면 당장 각본가를 총으로 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짧은 등장이다. 이 한(?)은 후속작인 ‘배트맨: 디 애너미 위딘’에서 대충이나마 풀리는데, 아마도 격분한 조커가 각본가를 협박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왜 나만!! 왜 나만!!!!! 모탈컴뱃 11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조커, 대망의 1위는 ‘모탈 컴뱃 11’이다. 사실, 앞서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는 역대 시리즈와는 달리 잔혹성을 대폭 낮췄다. 그러나 ‘모탈 컴뱃 11’은 다르다. 최고의 그래픽과 그에 따라오는 잔혹한 페이탈리티는 그야 말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런 게임에, DC 캐릭터 중 혼자 잡혀와서 내동댕이 쳐졌으니, 이 어찌 불쌍하지 않을까.
모탈 컴뱃 11의 잔혹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면 이 기사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걸어야 할 정도다. 그런 세계에서 조커는 말 그대로 찢기고, 꼬이고, 떼이고, 불타고, 짓눌리고, 가루가 된다. 첫 DLC로 등장한 인기 캐릭터라 그런지 픽률도 높다. 조커 입장에서는 그토록 괴롭히고 싶어하는 배트맨도 없고 더 혼란에 빠뜨릴 수도 없는 잔혹한 이세계에 두 번씩이나 떨어져 끔찍하게 죽는 것을 반복하는 최악의 세계다. 만약 여기 조커와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내 인생이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비극이었어” 라는 답이 돌아올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