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게임 개발 환경에서 ‘생성형 AI’ 활용은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엇갈리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AI 활용이 미래’라며 적극적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이 있는 반면, AI 남용으로 인한 질적하락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이머 사이에서도 결과물만 좋다면 AI 사용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반응부터, AI를 사용해 개발한 게임에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부정적인 의견까지 편차가 크다
작년에 게임 개발 환경에서 ‘생성형 AI’ 활용은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엇갈리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AI 활용이 미래’라며 적극적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이 있는 반면, AI 남용으로 인한 질적하락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이머 사이에서도 결과물만 좋다면 AI 사용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반응부터, AI를 사용해 개발한 게임에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부정적인 의견까지 편차가 크다.
이처럼 생성형 AI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와중, 국내 유명 게임 개발자나 개발사 대표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임메카는 AI로 인한 변화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을 맞이해, 국내 대표 게임 개발자를 초빙하여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테일즈샵(Talesshop)은 ‘재미를 만드는 이야기 가게’라는 뜻의 비주얼 노벨 전문 개발사다. 2012년 2월에 문을 열었고, 방구석에 인어아가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기적의 분식집, 썸썸 편의점, 사니양 연구실 등 게이머의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 다수를 선보였다. 작년 12월에는 무림 고수를 꿈꾸던 주인공이 우연히 술집의 바텐더로 일하며 여러 인물과 인연을 맺어가는 ‘사랑 한 잔 말아주세요!’를 발매했다.
이러한 테일즈샵을 이끄는 한준 대표는 소규모 인디 개발사와 서브컬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성형 AI의 효용이 크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인디 게임사 측면에서는 LLM의 코어가 대동소이해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기에, 대기업과 다른 매력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강점이 되레 퇴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와 동일한 모델을 사용할 경우, 품질 면에서 일반인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이 인디 게임사에는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브컬처 측면에서도 평균으로 돌아가려 하는 AI의 특성으로 인해 특유의 미묘한 느낌을 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료, 법률, 회계, 세무와 같은 정형화된 분야의 경우 AI가 강점을 보일 수 있으나, 특정 분야에 평균을 뛰어넘는 ‘집착’이 요구되는 콘텐츠 제작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준 대표는 현재는 AI라는 신기술의 ‘허니문 기간’이며,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금 인간의 영역이 부각되리라고 보고 있다.
Q: 현재 테일즈샵의 AI 활용률은 어느 정도인가?
한준 대표: 다른 회사보다는 낮다고 생각한다. 큰 기업의 경우 B2B 거래로 모델을 사서 운영하거나, 커스텀 AI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하면 아직은 각각 개인적인 수준에서 잘 활용하는 정도다.
Q: AI를 활용하고 있는 주요 분야는?
한준 대표: 현재는 기획 콘셉트 작업, CG의 러프 작업 참고자료, 개발자의 코드 작성 보조 등에 사용하고 있다. 기획 콘셉트 작업에서는 사전에 짠 기획에 대한 세계관 설정, 히로인 설정 등을 가상으로 뽑아보는 데 유용하다. CG 부분은 구도 설정이나 몸의 움직임 등에 대해 미리 AI로 뽑아보고 참고자료로 삼는다. 코드 작성 보조는 코드의 예제를 찾아보고 문제점 발생을 미리 파악해 보는 스마트 레퍼런스처럼 사용하고 있다.
Q: AI 사용 결과물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이 크다. 이러한 반감이 게임 콘텐츠의 수용도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한준 대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다른 각도로 보고 싶다. 기존에는 신기술이 나오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 게이머들은 그것의 편익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3D, 온라인, VR, 하드웨어의 발전은 이러한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시점의 AI 생성물은 다른 것 같다. AI 생성물로 인해 게이머가 얻은 편익은 없고, 오히려 불쾌감이나 질적 저하를 느끼게 만들었다. AI 도입으로 인해 게이머들이 새로운 즐거움이나 놀라운 완성도, 이익을 체감했다면 이러한 반감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 지브리풍 AI 생성 이미지 사용으로 지적을 면치 못했던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 (자료출처: 찰리인텔 공식 X)
Q: AI가 생성한 일러스트, 영상, 음성 등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만든 창작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는가?
한준 대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지적인 업무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가 나온다고 해도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보면서 기대하는 부분은 새로운 자극으로 인한 도파민이다. AI는 방법론이 정립된 것을 생산하는 도구로서 훌륭하지만 새로움을 공급하는 도구가 되기는 힘들다.
이것은 양산형 플랫폼 자체로서의 한계이기도 하다. 개인부터 기업까지 모두 같은 플랫폼을 써서 비슷한 것이 양산된다면 사용자는 결국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비슷한 그림, 내용으로 뒤덮이는 현상은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AI도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역량에 달렸다. 현재는 기능 그 자체로서만 활용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참신한 감각과 시각을 가진 인간을 위한 보조 도구로서 빛나게 되리라 예상한다.
Q: 게임 개발에서 AI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준 대표: 의사소통에 있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바로 만들어서 보여주며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간극을 줄여준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가가 생각하는 히로인에 대해 ‘이렇게 생긴 캐릭터다’라며 CG(게임 아티스트)에게 전달한다거나, 기획자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리소스를 명확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식이다.
아울러 소규모 팀은 비상시에 어쩔 수 없이 본인이 맡은 일이 아니라 다른 업무도 하는 경우가 있다. AI 보조를 통해 인력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동화할 수 있는 단순 업무들의 폭이 늘어난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 생각한다.
Q: 반대로 AI가 갖는 명확한 한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준 대표: 서브컬처 관점에서만 한정해서 말씀드리자면, 현재 AI는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잘 만든 ‘패턴 인식기’다. 그렇기 때문에 서브컬처에 있어서는 한계점이 있다. 프롬프트로 아무리 애를 써도 코어 데이터로 인해 AI는 평균치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보인다.
AI로 그림을 만들 때 서브컬처의 그 미묘한 느낌을 살리기가 힘든 이유는, 코어 데이터의 패턴은 평균점이라서 프롬프트를 열심히 써도 일반인 정서를 가진 아티스트가 커미션을 받아서 최대한 흉내 내어 그린 그림 같은 것이 나오게 된다. 어쩌다 한두 번 성공해도 관성처럼 일반적인 느낌으로 다시 끌려간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서브컬처는 한 분야, 한 소재, 하나의 아이템에 대한 변태에 가까운 집착과 열광에서 온다. 애초에 보편적인 패턴 인식기인 현재의 AI가 반영할 수가 없다. 이것은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본다. 서브컬처는 수많은 분야에 대한 집착의 점조직 같은 것이라 어디 하나를 찍어서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 리소스의 품질은 제작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졌다. 그러나 AI를 사용할 경우 일반인과 기업이 사용하는 코어가 같기에 품질 격차가 확 줄어드는 감이 있다.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는 효용이 좋아지지 않은 셈이다. 일반인이 뽑아낼 수 있는 작품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기업의 경우 품질이 내려가는 흐름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년 12월에 출시된 '사랑 한 잔 말아주세요!'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토브 상점 페이지)
Q: 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는 AI로 빠르게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완성할 수 있어 기회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한준 대표: 인디 게임사도 돈을 받고 게임을 판매하기에,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품질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자금이 부족하기에 유저와 완전히 같은 모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품질 면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인디 게임사는 대기업과 다른 길을 감으로써 틈새시장을 가져가는 것인데, 같은 지점으로 수렴하는 LLM 코어로 인해 인디로서의 강점이 퇴색할 수도 있다. 되레 팬 게임, 졸업 작품, 유저 개인이 만드는 콘텐츠에는 혜택이 있다. 팀 단위로 해야 할 일을 AI로 개인이 하게 되는 시대가 오며 완성도가 향상될 수 있다.
Q: 그렇다면 향후 3~5년 이내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 사용 범위는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한준 대표: 지금은 AI 과열 시대인 것 같다. 모든 것을 다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하다. 큰 기업을 중심으로 1~2년 사이에 전 범위로 확대되었다가 환상이 걷히면 사람이 다시 필요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3~5년은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기업이 알아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Q: AI 활용으로 인해 게임 업계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리라는 전망도 있다.
한준 대표: 단기간 사이에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AI에 대한 환상이 과대하고, 큰 기업일수록 효율화를 명목으로 이것을 사용해보고 싶을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환상이 사라지며 현실을 본 기업들의 채용이 일정 수준 복구될 것이라 전망한다. 단, 이때 필요한 인력은 AI와 잘 협업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AI가 하지 못하는 발상과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해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 AI가 발전할수록 사람이 가진 '오리지널리티'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 (사진출처: 픽사베이)
Q: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준 대표: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AI로 가속화되는 로봇의 발전까지 생각하면 단순한 일은 완전히 대체되며 절대적인 일자리 수는 줄어들 것 같다. 길게 보면 궁극적으로 남는 직업군은 4가지 분야로 국한되고, 이 직업군이 확장될 것이다. 사람을 직접 대하고, 사람이 사용해야만 하는 서비스 직업군, 지속적인 창의력이 요구되는 직업군, 운동선수나 연예인처럼 사람의 몸이 필요한 직업군, AI나 로봇을 감시 및 관리하는 직업군이다.
Q: AI 시대에 대비해 개발자에게 어떠한 역량이 요구되리라 생각하나?
한준 대표: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개발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을 잘 알아야 하고, 그 기본이 왜 필요한지 통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은 지식만 주입하며, 생각이나 통찰하는 능력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 부분의 역량 강화가 AI 시대의 필수가 될 것이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각은 AI가 끝없이, 무한히 할 수 있다. 사람은 AI에게 주도적으로 새로운 발상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내 스스로가 생각이 없으면 AI에게 끌려가게 된다. 여기에 AI 도구 사용법 습득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Q: AI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준 대표: AI를 이용해서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 놀라운 체험을 선사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은 없다. 소기업(6인) 수준에서 일반 상용이 아닌 AI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접근권을 가지기 위한 여유나 자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