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 프론티어에서 엔씨의 노림수는 '모바일화'였다
2020.03.03 18:32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26일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에 새로운 서버가 열렸다. 언리얼 4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 리마스터와 기존과 다른 전투 및 성장 방식을 도입한 블소 프론티어였다. 블소는 현재 기존에 서비스되던 라이브 서버와 새로 연 프론티어 서버, 2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두 버전을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엔씨소프트가 블소 프론티어를 열기 전에 강조했던 부분은 새로운 엔진을 기반으로 한 달라진 그래픽과 전투와 성장에
도움을 줄 새로운 필드였다. 여기에 블소 초반 전성기를 대표하는 포화란을 진보된 그래픽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에 블소를 즐겼던 유저 중에는 초반 콘텐츠에 새로운 그래픽을 입힌 클래식 버전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블소 프론티어는 유저들이 생각하는 클래식 버전하고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리니지M에 블소를 씌워놓은 것 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블소의 모바일화가 프론티어 개편의 핵심이다. 실제로
프론티어 월드에서 게임을 시작하면, 상당히 모바일스러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액션을 강조했던 블소에 자동전투가 도입됐다
프론티어 월드로 오며 가장 달라진 부분은 전투다. 출시 당시 블소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짜임새 있는 연계였다. 내력을 회복하는 평타와 주요
스킬, 스킬 사용 후 활용하는 연계기를 이어가며 콤보를 맞춰가는 맛이 있었다. 아울러 파티 플레이에서도 다른 유저와 힘을 합쳐 특정 스킬을 활용해 보스를 제압하고, 공격을 넣는 합격기가 메인으로 떠올랐다. 보스 공략법을 모르면 몇
번을 죽을 정도로 어렵지만 공략해가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프론티어 월드는 일단 자동사냥이 지원된다. F4 키를 누르면
평타부터 스킬까지 자동으로 쓰며 사냥이 진행되고, 평타와 이동은 플레이어가 하되 스킬만 자동으로 쓰는
모드도 있다. 여기에 다른 MMORPG에서는 보기 드문 블소만의
특징이었던 저항기, 합격기 등이 다수 없어졌다. 여기에 내력도 평타가 아니라 물약을 먹어 회복하며, 내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물약을 써서 채우는 것도 자동으로 돌릴 수 있다.
기존에 블소는 내력 활용에 대한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며 어떻게 연계하면 대미지를 많이 입힐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프론티어 월드에서 전투 부분이 크게 바뀌고,
자동사냥이 더해지며 출시 당시 가장 독보적이라 평가 받았던 특유의 액션성이 많이 죽었다. 여기에
자유 PK가 도입되며 프론티어 월드는 블소보다는 리니지M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볼륨이 줄어든 것은 전투만은 아니다. 퀘스트도 굉장히 가벼워졌다. 주요 스토리를 알려주는 메인 퀘스트는 남아 있으나 소소한 재미를 줬던 서브 퀘스트가 사라졌다. 서브 퀘스트는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죽어가면서까지 플레이어를 끝까지 도와줬던 화중 사형이나 구천을
떠돌다가 플레이어 도움으로 승천한 귀신 호숙이 등 게임 속 인물에 얽힌 사연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화중 사형의 경우 지금도 많은 유저가 기억할 정도로 아련함을 남겼는데 그를 프론티어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 대신에 추가된 것이 ‘천하무림 퀘스트’가 생겼다. 레벨에 맞춰 특정 지역에 가서, 특정 몬스터를 잡는 것인데 스토리적인 재미는 부족하지만 라이브 서버와 비교하면 50레벨까지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정리하자면 퀘스트의 경우 스토리적인
재미보다는 50레벨을 최대한 빨리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트랙에 더 가깝다.
리니지 통해 발견한 성공 전략, 블소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블소 프론티어는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다. PC 게임을 모바일에
불러와서 즐기는 엔씨소프트 자체 서비스 ‘예티’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블소 전에도 리니지, 리니지 2 등 자사 PC 게임을 예티로 제공해 모바일에서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PC와 모바일 간 경계를 무너뜨리리고, 이용자가 언제든지 원하는 기기에서 게임을 하도록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처럼 엔씨소프트가 블소를 크게 바꿀 수 있었던 근간에는 먼저 모바일 친화적으로 변화한 리니지와 리니지 2가 있었다. 리니지는 작년 3월에
그래픽 리마스터와 함께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와 자동사냥 등이 적용됐다. 이어서 그 해 4월에는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요금제를 바꿨다. 그래픽 리마스터라는
주요 이슈에 맞춰 요금제, 자동사냥, 예티까지 PC 리니지를 모바일에서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리니지 2도 리니지와
비슷한 노선을 탔다. 2018년 12월에 진행된 15주년 기념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사냥을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작년 8월에는 신규 클래스 데스나이트 추가와 함께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됐다.
아울러 부분유료화 전환 시점에 맞춰서 리니지 2 역시 예티를 통해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앞서 이야기한 PC 리니지 형제와 블소가 걸어온 길은 굉장히 비슷하다. 블소는 리니지보다 앞서서 2016년에 부분유료화로 바뀌었고, 프론티어 서버 오픈에 맞춰서 그래픽 리마스터와 콘텐츠 개편, 자동전투와
모바일 스트리밍 플레이가 갖춰졌다. 리니지, 리니지 2, 블소까지 엔씨소프트 주요 PC 게임은 모바일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달라졌다.
왜 엔씨소프트는 PC 게임을 모바일화 하나?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매출 성장으로 돌아왔다. 먼저 PC 리니지의 경우 리마스터 업데이트와 부분유료화 전환이 진행된 다음 분기였던
2019년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는 19%, 전
분기보다는 142% 매출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윤재수 CFO는 “리마스터 업데이트와 요금제 개편으로 전
분기 대비 142% 증가했다. 리마스터 후 유저 지표는 업데이트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서 PC 리니지 2에
대해서도 부분유료화 전환 등이 진행된 다음 분기인 2019년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47% 늘었다. 아울러 리니지와 리니지 2 모두 작년 연간매출이 공개되어 있는데 리니지는 2018년보다 16% 증가한 1,741억 원, 리니지 2는 46% 늘어난 936억
원을 기록했다. 업데이트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분기매출은 물론 1년
매출도 두 게임 모두 2018년보다 높은 결과를 거뒀다.
이처럼 엔씨소프트는 작년에 자사 주요 PC 게임 리니지와 리니지 2에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용하고, PC 게임을 모바일에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 게임은 모두 매출이 크게 뛰었다. 리니지M을 만들고 서비스하며 쌓은 노하우를 PC 게임에도 이식해서 괄목할 성과를 냈다. PC 리니지 형제를 통해
직접 검증한 엔씨소프트의 성공 전략이 블소에도 내려온 것이다.
다만 PC 리니지 형제와 블소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리니지와 리니지 2는 공성전이 메인이며, 액션이 강조된 게임은 아니었다. 반면 블소는 출시 당시 대전격투게임이
생각난다는 평가를 종종 들었을 정도로 콤보 위주 액션을 메인으로 앞세웠다. 오랜 기간 게임을 즐겨온
유저 입장에서는 액션의 재미가 사라지고, 모바일게임처럼 변한 블소의 변화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