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업G] 닌자 아닌 무당이 펼치는 액션이다, 카르마나이트
2020.05.07 09:00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작년 BIC에서 유난히 눈에 띈 게임이 있다. 무당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주인공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션을 펼치며 한국식 몬스터들을 때려잡는 횡스크롤 액션, 카르마나이트다. 기사나 전사, 마법사, 군인 등 상투적인 설정을 거부함과 동시에, SF와 한국의 멋이 적절히 어우러진 아트 스타일로 일약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한국적인 요소만 넣은 것이 아니다. BIC를 시작으로 지스타, DDP 독립게임 전시회 등에 출품하면서 특유의 액션 역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순한 조작으로 깊이 있고 화려한 콤보 액션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차츰 공개되면서 해외에서도 이 게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게임메카는 오는 5월 20일, 스팀 출시를 앞둔 카르마나이트 제작사 울트라마린소프트를 만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불교 철학 기반으로, 한국 문화와 SF 섞었다
카르마나이트를 제작한 인디게임사 울트라마린소프트는 대표 겸 게임디자인과 아트를 맡고 있는 박유일, 프로그래밍을 전담하고 있는 신동재 단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 둘은 20년지기 친구 사이로, 게임 및 IT업계에서 경력을 쌓다가 2017년 게임 제작을 시작했다.
박유일 대표는 게임을 만들면서 한국적 요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일본 게임을 많이 즐긴 입장에서, 닌자나 사무라이 등 일본 문화가 반영된 작품들을 많이 보다 보니 한국 문화를 잘 녹여낸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한국적 문화에 메카닉과 SF를 섞은 퓨전 스타일을 통해 국내외 게이머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적인 게임을 보기 쉽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카르마나이트의 독특한 콘셉트다.
카르마나이트 주인공은 무당 복장을 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만나는 적을 보면 조선 장수 복식, 하회탈, 기생, 삿갓, 심지어 돌하루방까지 한국 문화가 짙게 밴 캐릭터들이 많다. 여기에 기계가 결합된 SF 메카닉 요소가 섞여 카르마나이트만의 독특한 조선펑크 콘셉트를 완성한다.
대체 무슨 세계관인지 묻자, 박 대표는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SF를 섞은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불교 사상이란 카르마. 즉 업(業)을 기반으로 한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한 행성에 외계 종족이 침범해 온다. 그 외계 종족은 기술이나 문화적으로 월등히 앞서 있었고, 이를 내세워 행성 토착민들에게 신으로 추앙받기 시작한다. 신으로 대접받게 된 그들은 전지전능한 기술력을 앞세워 토착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에 대한 카르마의 반대급부로 행성 주민들은 생명력을 빼앗기게 된다. 애초에 이 외계 종족은 타 종족의 생명 에너지를 뺏어 가며 삶을 무한히 살아가는 약탈자였던 것이다.
결국 생명력을 뺏긴 행성 주민들은 전멸했지만, 주인공은 한을 품고 망자이자 복수귀가 된다. 죽음과 삶으로 이루어진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죽더라도 다시 살아나 전투를 벌이고, 이를 통해 외계 종족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참고로 주인공의 행성은 성황당이나 무당 등 한국적 색채가 짙은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주인공이 물리치는 외계인 역시 그러한 문화를 빼앗아 한국적 복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발전한 기술력 등으로 인해 SF적인 요소도 군데군데 섞여 있다.
박 대표는 “캐릭터는 한국풍이 가미된 것부터 SF와의 퓨전, 순수 SF, 심지어 일본식 음양사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라며 “한국 뿐 아니라 불교를 기반으로 한 동양 문화와 SF적인 서양 문화를 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투와 플랫포머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다
개발진 설명에 의하면, 카르마나이트는 어려운 게임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지상과 공중에서 대쉬가 가능하고, 2단 점프와 벽타기를 통해 각종 트랩을 피해 가며 이동해야 하고, 적은 수많은 패턴과 속성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하고, 일반 공격과 마법, 특수공격 등을 섞어가며 빠른 콤보를 펼쳐야 한다. 나름 눌러야 하는 버튼 수를 줄여 조작을 간편화 했다고는 하지만, BIC 시연 당시에도 “이게 튜토리얼 맞아?”라며 게임이 어렵다는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울트라마린소프트는 BIC 이후 게임 난이도를 낮추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들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소울라이크처럼 몇 번이고 도전해서 겨우 한 단계 나아가는 게임이 아닌, 통쾌하고 빠른 액션을 즐기는 게임이었다. 초보자를 위해 대미지를 받지 않고 진행하는 이지 모드를 넣었고, 게임 전반적으로 반복적 전투 비중을 낮췄다. 대신 스테이지 별로 개성 있고 공략의 재미가 있는 덫이나 이동 등 플랫포머 비중을 높였다. 이를 위해 맵을 랜덤으로 만드는 로그라이크적 특성을 버리고, 완성도를 중시한 고정형 레벨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렇게 완성된 카르마나이트는 출시 시점에 6개 스테이지와 3개 페이즈를 선보인다. 각 스테이지는 불, 얼음, 전기, 레일 등 각자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그에 맞는 트랩과 적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공략법과 기믹도 각기 다르다. 스테이지마다 주요 적이 등장할 때는 인게임 이벤트가 일어나며 스토리 몰입을 도우며, 조건을 갖추면 입장 가능한 숨겨진 루트(빠르게 공략할 수 있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도 존재한다. 숨겨진 파츠를 모아 두 번째 무기를 얻어 새로운 스타일로 즐길 수 있는 서브웨폰도 들어 있다. 이를 통해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한다. 게임 볼륨은 숙련자가 한 번도 안 죽고 플레이 할 경우 2~3시간, 보통의 경우 7~8시간은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구성돼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인디게임은 항상 볼륨이 작다는 것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르마나이트는 볼륨 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정식 출시 후 액트 3를 선보일 것이며, 이후 패치를 통해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투 역시 공격키 두 개+점프+대쉬를 기본으로 아이템과 마법 사용이 더해진 간단한 조작을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빠르고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그중 하나가 마크어택이다. 원거리에 있는 적을 조준하고, 버튼 하나만으로 지상과 공중을 오가며 쫒아가 공격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방향키와의 조합으로 콤보 공격이 가능한 칼라 어택, 공격과 이동에 특성을 부여하는 속성 룬 등도 전투의 깊이를 더한다.
카르마나이트는 5월 20일 스팀으로 출시 예정이며, 향후 스위치를 통한 콘솔 진출도 고려 중이다. 출시 시점에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지원하며, 향후 중국어, 프랑스어도 지원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레딧과 SNS, 인디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외국 게이머들에게도 게임을 알렸는데, 모션과 움직임 측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외국에선 로그라이크 게임이 많다 보니 고전적인 플랫포머 레벨링 방식에도 관심을 가졌고, 한국적인 그래픽 역시 좋게 봐 주시는 경우가 많았다”며 출시를 앞둔 기대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