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X, 재회는 반갑지만 키마가 그립다
2020.06.29 17:40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크로스파이어는 스마일게이트가 낳은 한류스타다. 중국 동시접속자 수 400만 명 돌파, 활발한 e스포츠, 소니 픽쳐스가 배급을 맡은 헐리우드 영화화 등으로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중국에서 받은 국민 FPS 대접을 바탕으로 후속작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크로스파이어X는 컨트롤, 앨런 웨이크 등으로 유명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담당했으며, PC 온라인게임이었던 전작과 달리 MS의 콘솔 Xbox One으로 출시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테스트에서는 멀티플레이 모드만 플레이 가능했는데, 재회는 반가웠지만 PC로 플레이했던 전작의 경험이 남아 있는지라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 본 체험기는 MS로부터 테스트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됐습니다
키보드 & 마우스가 그리워진다
이번 테스트에서 제공된 게임 플레이 방식은 전작 시스템을 반영한 '클래식'과 최근에 나온 FPS 시스템을 차용한 '모던' 2가지로 구분된다. 클래식에는 '8 대 8 매치', 그리고 전작의 고스트 모드와 동일한 '스펙터'가 있다. 모던에는 팀 데스매치와 거점 점령이 어우러진 '포인트 캡쳐' 모드가 있다. 각각의 모드마다 플레이 가능한 맵이 정해져 있는데, 예를 들어 전작의 대표 전장인 ‘블랙 위도우’는 8 대 8 팀 매치 전용이다.
모든 모드에서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교전을 벌이게 된다. 양 진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는 민간군사기업 글로벌리스크와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블랙리스트로 구분된다. 전작 유저라면 반가워할 만한 이름이다.
8 대 8 팀 매치는 다른 FPS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폭탄 설치 & 저지 미션으로, 4라운드에서 공수 교대가 이뤄지며 5승을 먼저 가져간 팀이 승리한다. 전작의 고스트 모드를 계승한 스펙터는 폭탄 설치 미션이라는 점에서 8 대 8 팀 매치와 동일하지만, 블랙리스트는 투명화 상태인 대신 근접무기만 사용 가능하며, 글로벌리스크는 투명화된 적을 식별하기 어려운 대신 모든 무기를 이용할 수 있다.
클래식으로 묶여 있는 위 2가지 모드에서는 저격총을 제외한 모든 무기에서 정밀 조준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작과 동일한 시스템이지만, 크로스파이어X에선 이 부분이 유독 진입장벽으로 느껴진다. 게임패드를 이용해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보드와 마우스에 익숙한 전작 유저들은 적을 +자 조준선 위에 놓는 것부터 난제다. 처음에는 기자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사망 후 팀원들의 플레이 화면을 보니 갈 곳을 잃은 조준이 자주 눈에 띄었다.
갈 곳 잃은 조준의 그대, 모던으로 오라
이에 비해 모던 방식은 정밀 조준을 지원해 게임패드 초심자라도 조준이 비교적 수월하며, 달리기도 가능해 클래식에서 느꼈던 이동의 답답함이 없다. 또한 자가 치유, 방어력, 공격력, 이동 속도 등 패시브 능력을 강화하는 택티컬 그로스(Tactical Growth)라는 시스템으로 자신에게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 덕분에 클래식보다 모던이 게임을 즐기기 훨씬 수월했다.
모던 방식에는 포인트 캡쳐 모드 하나만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무제한으로 되살아나며, 총 150포인트를 선취한 팀이 승리를 거두는 팀 데스매치다. 1킬 당 1포인트가 오르며, 2개의 거점을 점령해 유지해도 포인트가 쌓인다.
모던 모드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모던 전용 맵 ‘GR타워’는 복층으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전체 면적은 8 대 8 팀 매치의 블랙 위도우나 스펙터의 연구소(Laboratory, 래버러토리)보다 넓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부활 시나 중반 이후 제한시간 1분 내에 야외로 탈출할 때 무적 적용이 안돼 적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점, 그리고 거점 점령 요소 등으로 교전이 빈발한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75킬 팀 데스매치보다 2배나 많은 킬 수를 요구함에도 시간은 비슷하게 소요돼 게임 플레이가 늘어지지 않는다.
국산 FPS의 ‘모범생’ 될 수 있을까
이번 테스트에서 체험한 크로스파이어X는 대체적으로 준수하다는 감상을 남겼다. 일단 언리얼 엔진 4로 만든 3D 그래픽은 평균 이상이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정평이 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나온 발로란트는 간단히 압도하는 비주얼이다. 사격 시 손 맛과 소리, 킬 달성 시 효과들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시카고 타자기’란 별명으로 유명한 톰슨 기관단총이나 다목적기관총 MG3로 총알 세례를 퍼붓는 맛은 일품이었다.
아울러 크로스파이어X는 Xbox 라이브 골드에만 가입돼 있다면 패키지 구매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분유료 게임이다. 이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쟁쟁한 경쟁작들에 비해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올해 내로 예정된 정식 서비스 때는 세계관에 깊이를 더해줄 ‘서사 명가’ 레메디 엔테테인먼트의 싱글플레이 캠페인까지 준비돼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역시 게임패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작 크로스파이어 유저들은 물론, 국내나 중국 FPS 유저 대부분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애용한다는 점에서 게임패드 조작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크로스파이어X가 국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산 FPS의 모범생이 되기 위해선 콘솔 뿐 아니라 PC로도 하루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