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공개만으로는 문제 해결할 수 없습니다"
2021.03.17 18:56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현재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몇 년 전부터 곪아왔던 상처가 터진 것이다. 유저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될 정도로 주요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논의 중인 규제 수위도 확률 공개부터 컴플리트 가챠 금지, 이용자 감시기구 설치까지 차츰 높아지는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주제로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이 17일 연 정책토론회에서도 이러한 공감대가 이어졌다. 게임업계가 주장하는 자율규제는 6년간 성과가 없었으니 법으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기본이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위정현 의장은 “확률 정보 공개를 조기에 입법화하여 관련 논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 이후 확률 자체의 적정성, 컴플리트 가챠 금지 여부,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 대한 규제 여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일본은 자율규제, 중국은 국가에 의해 확률형 아이템이 규제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위 의장은 2016년에 동일한 주제로 열렸던 토론회에서 업계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확률 공개를 비롯해, 공개되는 정보의 공정성을 담보할 방법을 업계 스스로 찾고, 사용 금액 제한이나 확률을 발표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준수 업체에 대해서는 게임위와 협조해 심의를 취소하는 등 강경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당시에도 게임업계는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았고, 5년이 지난 현재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업계 차원의 대응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도 자율규제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법으로 확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안타깝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게임을 사행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오는 실정이다”라며 “정부는 이용자가 즐기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국회 입법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 게임사에 대한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이는 게임은 물론 모든 산업영역에서 참 답하기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다. 그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하실 때 국내대리인 제도를 포함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국내대리인 적용 대상 해외 개임사나 규모 등은 시행령에 위임해서 현실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확률 공개 이상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현재 구조로는 유저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고, 업계 차원에서도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은 “국내 게임업계는 지금까지 북미, 유럽 등 메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한 적이 없다. 현재까지는 부분유료화나 확률형 아이템을 바탕으로 BM을 설계해왔으나, 이제는 콘솔 등 새로운 부분에 대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현재 대기업(대형 게임사)에서는 이 부분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고, 중소 게임사는 여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비노기 트럭시위를 주도한 총대로 활동 중인 이재원 씨도 패널로 참가해 “유저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원하는 아이템이 안 나와도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