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계·여야 모두 반대, 셧다운제 왜 이 지경 됐나
2021.07.06 17:56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여야에서 셧다운제 폐지 물결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하 의원이 연이어 셧다운제 폐지법을 발의했다. 움직이는 쪽은 국회만이 아니다. 게임업계는 오랜기간 숙원으로 밀어 왔고, 정부에서도 규제개선 프로젝트에 셧다운제 개선을 포함하며 해외보다 과한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머, 업계를 넘어 정부, 국회까지 전방위적으로 셧다운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셧다운제가 처음 언급된 시기는 2008년이지만, 본격적인 논의의 장에 오른 시점은 2010년이다. 당시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밀어붙였고, 문체부에서는 대안으로 선택적 셧다운제를 꺼내 들었다. 두 부처는 10년이 넘게 흐른 현재도 셧다운제를 하나로 합치지 못했고, 결국 셧다운제는 두 개로 갈라져 있다.
그 중에도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발의 당시부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가장 큰 부분은 청소년과 학부모의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2014년에 진행된 헌법소원 당시 셧다운제 대상인 청소년과 학부모가 주장한 부분은 청소년의 기본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와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몇 시에, 하루에 몇 시간이나 게임을 할 것이지 결정하는 권한은 가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을 수 있다. 셧다운제 폐지법을 발의한 허은아 의원 역시 1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도 BTS를 꿈꾸며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청소년과 달리 제 2의 페이커, 임요환을 꿈꾸며 게임에 매진하는 청소년을 중독자로 낙인찍는 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규제 시행 준비 과정에서 대상 게임을 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올해 기준으로 셧다운제 대상은 온라인게임, 웹게임, PC 패키지게임이며, 모바일과 콘솔은 제외다. 청소년이 즐겨 하는 게임은 PC 게임으로 한정되지 않는데, 셧다운제는 PC만 대상으로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것이다. 여기에 콘솔의 경우 유료로 제공되는 게임은 셧다운제 범위에 포함되는 반면, 구 배틀넷 기준 스타크래프트처럼 게임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지 않는 게임은 제외된다. 대상 게임을 선정하는 기준이 ‘청소년이 심야에 즐겨 하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유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MS, 소니, 닌텐도까지 콘솔 3사는 국내에서 미성년자의 계정 생성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셧다운제를 준수 중이다. MS와 소니는 청소년 계정 생성이 아예 불가능하고, 닌텐도는 계정은 만들 수 있으나 닌텐도 e샵에 들어갈 수 없기에 실질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유명무실하다. 이어서 모바일의 경우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주요 플랫폼 사업자가 구글, 애플 등 해외 대형 업체라 사실상 규제가 어러워서 배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여기에 셧다운제 발의 전부터 10년 넘게 여성가족부가 앞세운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통계청이 국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수면 부족 여부 및 이유’ 통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7%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수면이 부족한 이유로 손꼽히는 것은 가정학습, 학원 및 과외, 동영상 등 인터넷 사이트, 게임 순이다.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시절에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했던 “중학생은 잘 먹고 잘 자야 하는 것 아닌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다각적으로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고, 셧다운제는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소해줄 방법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셧다운제는 글로벌 기준에 역행한다. 지난 6월에 셧다운제가 ‘규제챌린지’ 과제로 선정된 당시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6월부터 해외와 비교하여 과도한 국내 규제가 있으면 과감히 없애는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셧다운제가 시행된 작년 11월 당시 가마수트라, 코타쿠 등 해외 주요 게임 전문지는 물론,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CNN도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 사건도 많았다. 2012년에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대회 한국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선수가 셧다운제에 막혀 반강제적으로 패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에는 셧다운제 시행 후 청소년 계정 생성 자체를 중단한 MS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Xbox 계정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한국 플레이어는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안내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현장에서도 많이 쓰는 게임으로 알려진 마인크래프트가 국내 한정으로 성인 전용 게임이 되어 버렸다. 법을 준수하며 국내 청소년이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MS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일이 벌어진 배경은 2011년에 시행된 셧다운제에 있다.
그간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문제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다른 산업 및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중소업체의 반강제적인 온라인게임 이탈 등을 주장해왔다. 이 주장에 더해 셧다운제는 여러 계층에서 실효성이 부족하고, 청소년 기본권을 과하게 제한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 셧다운제 폐지법이 발의된 바 있으나 모두 폐기됐고, 문체부와 여가부는 10년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법, 이번에야말로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때다.
골든타임은 9월 정기국회다. 9월 정기국회가 지나면 국정감사, 대선 등 정치권 주요 일정이 이어지며 법안 심사는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리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이슈가 더해지며 셧다운제 폐지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다시 사라질 우려가 높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에 속도를 높여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