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한·일에서 주목받은 기묘한 추리물 '킬라'
2024.03.30 11:00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최근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저력이 드러난 장르라 하면 단연 ‘추리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비주얼 노벨을 큰 틀로 삼아 각각의 방식으로 변주를 더해 미니게임이나 특이한 설정, 개성 있는 아트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독해력이 중요한 추리게임에서 자국어로 구성된 탄탄한 스토리와 변주가 더해진 여러 게임을 만나는 경험은 유저와 동 장르의 개발자 모두를 즐겁게 만든다.
이번에 소개할 ‘킬라(KILLA)’ 또한 이런 추세에 힘을 더한 게임이다. 일견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추리게임이지만, 독특한 세계관과 종이인형극 같은 비주얼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적극 살렸다. 여기에 탄탄한 캐릭터 빌딩까지 더해져 국내 인디게임쇼에 이어 반다이남코에서 주최한 일본 ‘GYAAR 스튜디오 인디게임 콘테스트’서 ‘어워드 위너(Award winners)’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목 받은 ‘킬라’는 과연 어떤 추리게임일까? ‘킬라’를 개발한 검귤단 최다은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유언에서 시작되는 추리 복수극 ‘킬라’
킬라의 시작은 "…라를 죽여라"라는 스승님의 유언을 따르는 주인공 발할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발할라에게 있어 스승님은 하나뿐인 가족과도 같은 존재로, 발할라는 스승님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이름이 라로 끝나는 인물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러던 와중 발할라에게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입스’로 부르는 초대장이 날아오고, 발할라는 이 초대를 수락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복수를 위해 힘쓰는 발할라를 조작하며 스승이 말한 '라'가 누구인지 추리하고, 복수하는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실을 알기 위해 크게 '아침 산책, 티타임, 공명, 밤산책, 꿈'으로 구성된 하나의 사이클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우선 아침 산책에서는 선택한 캐릭터와 대화하며 호감도를 올리고, 티타임에서는 고립된 섬에서의 메인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이어지는 공명 단계에서는 발할라의 '특별한 힘'으로 타인의 무의식과 대화해 다른 캐릭터의 생각을 읽거나, 과거를 살피면 된다. 다음 단계인 밤산책에서는 섬의 비밀을 파헤치며 또 다른 진실을 만나볼 수 있고, 마지막 단계인 ‘꿈’에서는 발할라의 추리를 완성하는 망상 속에서 복수를 완성하면 된다.
이 중 검귤단이 특히나 신경 쓴 요소는 '캐릭터성'이다. 스토리 전개가 중요한 추리게임인 만큼, 이 스토리를 흡인력 있게 이끌어갈 캐릭터 디자인에도 크게 힘썼다. 게임 개발자이기 이전에 게임과 특정한 장르를 사랑하는 ‘오타쿠’이기에, 캐릭터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덕질하는 재미를 유저들에게 주고자 했다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성격과 외형 외에도 서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캐릭터의 내면적 요소는 ‘공명’ 시스템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공명 시스템은 “기존 추리게임과들 다른 시스템을 통해서 추리를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시스템이다. 여타 게임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기능과 ‘거짓말쟁이들이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 ‘직접 머릿속으로 들어가보자!라는 결론을 내리며 만들게 됐다. 플레이어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각 캐릭터를 더욱 깊게 고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묘하고 어두운 이야기에 대한 깊은 애정, 검귤단
스토리 추리 어드벤처 게임 킬라를 개발한 검귤단은 기묘하고 어두운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이다. 팀장 및 아트의 최다연, 기획 및 마케팅 담당 최다은, 사운드 담당 윤세은, 프로그래밍 담당 장재원 등 총 4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다. 검귤단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마음 속 숨겨둔 취향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검귤’이라 표현해 팀명을 지었다고. '검귤단'이 킬라를 만들게 된 계기 또한 세상에 있는 또다른 '검귤'들을 위해서다.
게임은 유명 미스테리 소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고립된 섬에서, 죄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심판을 받는다’라는 설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이러한 부분을 게임에 오마주하기도 했다. 게임 중에서는 범인 찾기가 중심인 추리게임 단간론파 시리즈나 역전재판, 네가 죽어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검귤단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스팀펑크와 마법이 존재하는 디스토피아 판타지 세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비주얼, 스토리, 플레이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맞물리게 노력했다. 특히 증기기관을 숭배하는 증기파와 마법을 숭배하는 마법파의 갈등, 밤산책 중 만나게 되는 죄 많은 마물, 서로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는 각 캐릭터들의 모습 등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콘텐츠 구성도 특징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잔혹동화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을 택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인형극을 보는 듯한 비주얼은 그 안에 숨어있는 잔혹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따뜻한 톤의 색감과 화려한 선화와는 달리, 초라할 정도로 어두운 이야기가 맞물리면 그 잔혹함이 더욱 극대화되기에 이런 비주얼을 채택했다고.
한일 양국에서 마주한 호평, 정식 출시로 화답한다
이렇듯 장르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높은 네 명의 팀원들이 함께 만든 킬라는 국내외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반다이 남코가 주최한 GYAAR 스튜디오 인디게임 콘테스트에서 당당하게 입상하기도 했다. 최 기획자는 “독특한 게임의 분위기와 비주얼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게임의 비주얼, 아트를 통해 시선을 끌고, 비주얼을 통해 만든 분위기를 캐릭터 스토리와 추리 방식으로 쭉 이어나간 것이 많은 분들이 킬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킬라는 현재 약 35%정도의 개발이 진행됐다. 현재는 스팀, 스토브에서 무료 데모를 배포 중이며, 올해 10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 출전을 목표로 힘쓰고 있다. 검귤단은 출시까지 힘쓰겠다 밝히며, “이렇게 기사로 인사 드리고, 저희 게임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열심히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