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팬들로 인산인해, 국내 첫 워해머 스토어에 가다
2026.06.22 14:52 게임메카 우치
워해머(Warhammer)는 게임즈 워크샵(Games Workshop)이 만든 미니어처 게임 브랜드입니다. 먼 미래의 우주 전쟁을 그린 '워해머 40,000',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모델을 직접 조립하고 도색해 자신만의 부대를 꾸린 뒤, 테이블 위에서 줄자로 거리를 재고 주사위를 굴리며 승부를 겨루는 아날로그 전략 게임입니다. 여기에 소설 브랜드 '블랙 라이브러리', 여러 PC·콘솔 게임, 각종 라이선스 상품이 더해져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워해머 제품은 오크타운, 조이하비, 펀포지 같은 중간 유통사를 거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즈 워크샵이 한국 법인 '게임즈 워크샵 코리아'를 출범하며 직거래 영업에 나섰고, 지난 6월 20일에는 서울 강남에 국내 첫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국내 진출에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에 오픈에 맞춰 워해머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에 직접 방문해 그 열기를 확인해봤습니다. 미리 밝혀두자면, 필자는 이 세계관에 깊이 발을 들인 사람은 아닙니다. 이름과 분위기는 알지만, 플레이로는 '킬 팀(Kill Team, 워해머 40K 기반 소규모 교전)'을 한 번 해본 정도의 입문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워해머 고수의 분석이라기보다, 호기심을 가진 입문자가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직접 다녀온 소감에 가깝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입장까지 4시간 40분 대기
워해머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은 신논현역 6번 출구 앞(교보문고 강남점 맞은편) 건물에 있습니다. 방문 전에는 적당히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이었기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죠.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40분 정도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매장 앞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멀리서 찾아온 외국인 방문객도 적지 않아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이날 매장은 카카오톡 기반 웨이팅 시스템으로 입장을 관리했습니다. 대기를 등록하면 카카오톡으로 안내 링크가 오고, 이 링크를 통해 앞에 남은 대기 팀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열 현황을 보며 시간을 가늠하다가, 카카오톡으로 입장 안내 메시지가 도착하면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필자가 등록을 마친 오전 10시 49분 기준, 제 앞에는 무려 276팀이 있었습니다. 이후 오전 11시 34분에 271팀, 정오 무렵 199팀, 오후 1시 57분 147팀, 오후 2시 26분 85팀 순으로 대기팀 수가 줄어들었고, 마침내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입장 안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등록부터 입장까지 약 4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IP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 같은 '뉴비'가 이렇게까지 기다릴 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얼마나 이 공간을 기다려왔는지, 그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문 안내에, 게임 테이블 4개까지 갖췄다
매장 입구에는 흰색 워해머 로고가 크게 걸려있습니다. 그 외 별도 장식이 없어 '워해머'라는 이름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쇼윈도에 마련된 입문 안내였습니다. 도색한 전시 모델과 함께 '수집하기, 조립하기, 도색하기, 플레이하기'라는 네 단계로 안내되어 워해머를 처음 보는 사람도 어떤 흐름으로 즐기는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꽤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했죠.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이 그대로 드러난 넓은 공간에, 벽면을 가득 채운 미니어처 상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장 중앙에는 한국어판 '워해머 40,000: 아마겟돈'을 비롯한 입문용 제품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2023년에 방문했던 일본 아키하바라의 워해머 공식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아키하바라 매장은 층고가 높았고 내부에 카페테리아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아키하바라 매장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워해머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면, 강남점은 지금 워해머를 즐기고 있는 유저를 위한 공간으로 꾸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키하바라보다 매장 규모는 작아도, 게임 테이블 4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두 매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번에 막 문을 열어 열기로 가득 찬 강남점과, 이미 자리를 잡고 안정화된 아키하바라 매장을 직접 비교하는 건 성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며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바라본 워해머라는 취미
앞서 말했듯 워해머는 미니어처를 수집하고, 조립하고, 도색한 뒤, 테이블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입니다. 단순히 게임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모형을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도색 코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타델(Citadel) 물감이 색상별로 벽 한 면을 채우고 있었고, 스프레이 프라이머와 각종 도구, 작업용 손잡이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워해머 컬러 도료 10개를 구매하면 그중 하나를 무료로 증정한다'는 안내도 눈에 띄었죠. 아키하바라 매장에 도색 체험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습니다.
아울러 매장을 둘러보며 새삼 깨달은 건, 이 매장이 '워해머 40K' 하나만 소개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다룬 미들어스 시리즈부터 네크로문다, 블러드 볼, 호루스 헤러시, 킬 팀, 에이지 오브 시그마까지 다양한 게임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특히 판타지 풋볼을 표방하는 블러드 볼 코너에는 '적정 인원 2명, 예상 플레이 시간 60~90분' 같은 한국어 안내가 붙어 있어, 입문자도 게임 규모를 가늠하기 쉬웠죠.
매장을 살펴보다 보니 제가 유일하게 플레이해본 '킬 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이 워해머라는 게임이 가진 진입장벽과 매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우선 1 대 1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보드게이머 개인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보드게임에서 흔한 3인 이상의 경쟁 게임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들끼리 견제가 강하게 붙기도 하고, 그 틈에서 내 나름의 전략을 풀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그런데 1 대 1 대결에서는 그런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또 칸이 아니라 줄자로 이동 거리를 측정하고, 유닛 시야를 일일이 확인하며, 모든 유닛이 저마다 다른 특성과 수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 다소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피규어 자체가 주는 몰입감과, 직접 색칠한 피규어에 대한 애정,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워해머의 서사는 너무나도 흥미롭고 독특합니다. 그렇기에 진입장벽과는 별개로 이 워해머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매장은 누군가에겐 그저 피규어를 구경하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필자에게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직원들이 방문객과 함께 게임을 시연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열기가 무척 좋았죠. 도색을 위해 따로 마련된 자리도, 매장 곳곳에 꾸려진 전투용 필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어판과 한정판, 정식 진출로 일어난 변화
게임즈 워크샵의 한국 정식 진출이 반가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언어장벽 해소입니다. 그동안 룰북과 코덱스(규칙·설정집)의 한국어 번역이 부족해 언어장벽이 높았는데, 이번에 '아마겟돈'의 공식 한국어판 타이틀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소설과 다른 설정집은 아직 영문판 위주여서, 한국어판 발매가 좀 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매장에는 '워해머 서울(WARHAMMER SEOUL)'이라는 한국 한정 상품도 마련됐습니다. 태극 문양과 스페이스 마린 디자인을 결합한 의류와 모자 등이 눈에 띄었고, 가격은 티셔츠 5만 3,000원, 후드티 12만 원, 키체인 1만 4,000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현장에 방문한 6월 20일 기준 태극기가 그려진 키링과 머그컵은 아직 입고되지 않은 상태였고, 주사위는 품절이었습니다. 주사위는 계산대에서 미리 결제하면 추후 입고 시 받아갈 수 있다고 안내됐습니다. 이 밖에도 병따개, 챕터 배너 자석, 키체인, 기념주화 등 다양한 라이선스 굿즈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품 가격을 보며 솔직히 만만치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요즘 보드게임 자체가 워낙 비싸졌고, 제품에 붙은 '영국 제조'라는 표기를 보고 나니 책정된 국내 가격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했습니다.
진열된 수많은 유닛과 피규어를 보면서 '이걸 다 모으고 칠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다양한 종류를 두루 즐기는 것이 보드게임의 재미라면, 워해머는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스페셜리스트와도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오프라인 게임 문화 거점으로 성장하길
게임즈 워크샵 직접 유통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물량 공급의 안정성과 한국어판 출시 확대입니다. 다만 앞서 밝혔듯이 아직은 한국어로 접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 입문자 입장에서 이번 매장 방문은 '멋진 피규어를 실컷 보고 왔다'는 경험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도 매장 안에서 도색 체험과 실제 게임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자체로 흥미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행사와, 해설을 곁들인 실제 게임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워해머에 대한 생각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장에 수많은 워해머 팬이 몰려 정신없고, 열기로 인해 더운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친절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직원들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 매장이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국내 오프라인 게임 문화의 거점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이 느껴져 다시 방문하고 싶어졌습니다.
우치평범한 보드게임 개발자.보드게임 회사 '포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보드게임 플레이로그로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