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코믹스와 '모탈컴뱃'의 네더렐름 스튜디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
DC코믹스 히어로 간 혈투를 그린 대전격투 게임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이하 인저스티스)’ 체험판이 한국 시간으로 지난 3일, 북미 PSN(SEN)과 Xbox LIVE에 배포됐다. ‘인저스티스’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DC코믹스의 영웅들이 등장하는 대전격투 게임임과 동시에 ‘모탈컴뱃’ 시리즈로 유명한 네더렐름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개발 단계부터 숱한 관심을 받아온 올해 기대작이다.
‘인저스티스’ 체험판에서는 배트맨, 원더우먼, 렉스 루터 등 총 3명의 히어로를 플레이할 수 있다. 즐길 수 있는 모드는 싱글 플레이의 배틀(BATTLE)과 멀티 플레이에서의 2인 대전뿐으로, 싱글 플레이에서는 둠스데이를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 플레이어가 임의로 대전 맵을 선택할 수 없으며, 배트맨 세계관으로 꾸며진 맵에서 결투가 진행된다.
▲ 영웅들의 박 터지는 혈투! '인저스티스' 프로모션 영상
첫 작품임에도 히어로 24명 참전
어떤 대전격투 게임이든, 발매 전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참전 캐릭터가 총 몇 명인가이다. 아직 본 게임에 히어로가 총 몇 명이 등장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체험판에서 그 비밀이 밝혀졌다.
캐릭터 선택창을 살펴보면 총 24칸이 준비돼, 참전하는 히어로가 24명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워낙 많은 히어로가 등장하는 원작이지만, 첫 작품임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인원이면 적지 않은 편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언급된 참전 히어로는 조커, 할리퀸, 베인, 그린랜턴, 그린 애로두 등 20명 정도인데, 본 게임 발매 이후 DLC와 같은 추가 콘텐츠가 더해지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 참전 히어로는 최소 24명, DLC 판매를 고려할 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 특징을 잘 살린, 게임의 원작 재현도
‘인저스티스’가 DC코믹스 히어로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원작 재현도에 가장 눈길이 갈 것이다. 일단 첫인상은 좋다. 박쥐 무리 속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배트맨이나 전쟁의 신 아테나에게 황금 밧줄과 방패&검을 받아 전투에 임하는 원더우먼, 스틸 솔저 갑옷을 착용하고 비행 중 지상으로 착지하는 슈퍼맨의 숙적 렉스 루터까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등장이다.
▲ 아테나의 여신의 가호를 받는 여전사 원더우먼
▲ 고담시의 고독한 맨몸 액션 히어로, 배트맨
각 히어로들의 외형(모습) 묘사와 그래픽도 나쁘지 않다. 히어로를 대표하는 복장이나 무기를 빠짐없이 구현했으며, 무엇보다 키나 몸집 크기의 차이까지 고려했다. 이는 전적으로 히어로들의 프로필을 참고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고담시의 어두운 뒷골목 같은 맵 묘사가 더해져 피 튀기는 혈투에 어울리는 게임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 피튀기는 대결에 어울리는 고담시의 으슥한 뒷골목
▲ 히어로들의 프로필에 의거해, 키나 몸집 크기의 차이 등이 반영되어 있다
여기에 액션의 원작 재현도도 높다. 맨몸 액션 히어로 배트맨을 예로 들면, 빠른 연타 공격과 반격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체술 액션을 잘 표현했다. 주먹과 발차기 그리고 관절 꺾기에 이르기까지, 버튼 조합에 따라 다양한 연계기가 파생돼 조작하는 재미를 더한다. 또 무기 개발에도 능한 원작 설정까지 잘 살려냈다. 긴 와이어를 상대에게 발사해 제압하는 갈고리 총과 박쥐 형태의 표창을 날릴 수 있는 배터랭, 심지어 배트카도 만나볼 수 있다. 해당 히어로의 속사정(원작)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격당하는 히어로는 흥건하게 피를 흘리고, 복장이 군데군데 찢어지기도 해 잔혹성도 배가시켰다. ‘모탈컴뱃’ 제작진이 페이탈리티 대신 구현한 최대한의 과격성인데, 이 부분은 추후 설명하겠다.
이 밖에 대전격투 게임에서 가장 민감하게 지적되는 로딩 시간의 경우, 캐릭터 선택 후 대전이 시작될 때까지 10초 남짓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다른 대전격투 게임과 비교해도 무난한 편이라 본 게임에서도 크게 불편함으로 지적되지는 않을 것이다.
▲ 로딩에 걸리는 시간은 10초 남짓, 무난하다
기본기를 갖춘 대전 시스템과 뛰어난 인공지능
‘인저스티스’는 DC 히어로 간의 대결이라는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북미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대전격투 게임 ‘모탈컴뱃’의 네더렐름 스튜디오가 개발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깊이와 재미도 큰 관심사였다. 사실 기자는 ‘인저스티스’를 히어로의 인기에 기댄 팬서비스 형식의 게임으로 지레짐작해왔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대전격투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기와 심리전, 그리고 과격한 액션까지 더해진 게임성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전반적인 조작법은 ‘모탈컴뱃’과 유사하다. 3D 그래픽에 2D 게임성을 갖춘 ‘모탈컴뱃’은 국내에서는 폭력성을 이유로 정식 발매되지 않아, 플레이 감각이 다소 생소할 것이다. 기술은 주로 방향키와 버튼을 함께 누르며, 버튼을 조합해 다양한 파생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히어로 당 기술 수도 평균 40개로, 각각 상단, 중단, 하단 그리고 특수기와 잡기로 공격 타입이 분류된다. 특히 히어로마다 상중하, 중상하 같은 파생 공격이 많아 ‘어디로 공격해올지’ 라는 고민에서 시작되는 대전격투 게임의 심리전도 느껴볼 수 있다.
▲ 제공하는 기술은 평균 40개, 다양한 타격기부터 잡기 여기에 버튼 입력에 따른 파생 공격까지 다채롭다
이 밖에 싱글 플레이에서는 체계화된 CPU 난이도를 제공해 실력을 키우거나 혹은 도전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난이도는 VERY EASY, EASY, MEDIUM, HARD, VERY HARD 등 총 5가지다. 대전격투 게임 초보자라면, 움직임이 더디고 흡사 샌드백이나 다름없는 VERY EASY에 도전해 게임의 기본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면, 빠른 반응속도와 다양한 콤보 공격을 구사하는 VERY HARD에서 강력한 인공지능의 CPU와 멋진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재미의 결정적 한 방, 오브젝트와 필살기 액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인저스티스’ 와 ‘모탈컴뱃’의 큰 차이점은 페이탈리티 시스템의 유무에 있다. 페이탈리티 시스템은 상대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쉽게 말해 사지 절단 액션을 일컫는데, 제작사 네더렐름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이 시스템이 ‘인저스티스’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히어로들의 신체를 훼손을 하는 것은 원작의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아 사용하지 못한 것인데, 그럼에도 페이탈리티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서 피가 튀고 옷이 찢어지는 등의 폭력성 외에도 히어로 고유 필살기와 맵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공격이 더해져 페이탈리티 못지않은 과격한 액션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대전 중에 히어로들이 치고받을 시 충격파가 발생하는데, 이 충격파가 맵 곳곳에 퍼지면서 주변 간판이 떨어지거나 일대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배경이 점점 무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초인에 해당하는 히어로들의 대결에서 발생하는 그 파워가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대전 중에 발생하는 충격파에 맵이 흔들리거나 부서진다
이는 시각적 효과만이 아니라, 지형지물을 활용해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어 대전의 변수로 작용한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예를 들면 배트맨은 이를 밟고 점프해 빠르게 상대 뒤로 돌아가는 등의 회피기로 파생되지만, 원더우먼과 같은 힘이 강한 캐릭터는 집어 들어 상대에게 던진다.
▲ 비록 페이탈리티는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과격한 연출이 많다
▲ 맵 밖으로 강한 일격을 가할 때나 필살기를 사용할 때 등으로, 쾌감을 넘어 짜릿할 정도다
무엇보다 페이탈리티 시스템을 대신하는 히어로들의 고유 필살기가 꽤 과격하다. 정확히 말하면 연출적인 부분인데, 배트맨은 스탠건으로 공격해 상대를 방심하게 하고 마무리에 배트카를 소환해 화면 밖으로 밀어버린다. 둠스데이는 상대를 무자비한 펀치로 계속해서 내려치는데, 지구의 내부인 내핵까지 뚫고 내려갔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내동댕이친다. 이때 공격 당하는 히어로의 표정을 꽤 사실적(고통)으로 묘사했고, 히어로에 따라 지구도 부술 만큼 화끈한 연출이 펼쳐져 보고 있노라면 쾌감 이상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 지구 밑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둠스데이, 당하는 이는 배트맨
▲ 보는 사람에 따라 웃음보가 터질지도 모르겠다
▲ 분명한 것은 이처럼 과격하고 때론 웃음을 유발시키는 한 방 연출이
▲ 게임의 재미에 결정적인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체험판에서 아쉬운 점은 히어로 마다 등장 장면과 승리 연출이 한 가지밖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 게임에서는 각기 다른 등장과 마무리, 그리고 대사로 꾸며져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 밖에 배트맨과 조커의 만남처럼, 같은 세계관 속 앙숙들이 붙을 시의 이벤트 존재 여부 역시 본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 체험판에서는 같은 대사와 승리 포즈만 나와 아쉽다, 본 게임에서는 더 다채롭게 등장하길...!
원작뿐만 아니라, 대전 격투 팬에게도 흡족할 만한 게임
결론적으로, ‘인저스티스’는 꽤 잘 만든 수작이라 평가하고 싶다. 히어로들의 개성도 살리고, 대전격투 게임의 기본기와 어느 정도의 깊이도 갖췄다. 체험판에서는 플레이할 수 없었지만, 대전 외에도 히어로의 특성을 살린 미니 게임과 다양한 보상이 주어지는 멀티 플레이, 그리고 나만의 히어로로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까지 게임 내 즐겨볼 콘텐츠가 무수히 많다. 이에 원작 팬뿐만 아니라 단순히 대전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도,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인저스티스’는 오는 4월 16일 북미에서 PS3, Xbox360, Wii U로 발매될 예정이며, 조만간 국내에도 정식 출시된다.
▲ 오는 16일 북미에서 멀티플랫폼으로 발매하는 본 게임, 조만간 국내에도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