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닌텐도 3DS로 국내 출시된 '포켓몬스터 XY'
‘포켓몬스터’ 최신작 XY가 지난 12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특히 이번 신작은 닌텐도 3DS로 처음 출시되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라는 점에서, 이전보다 높아진 하드웨어 스펙만큼이나 게임 내 변화 및 신작에 걸맞게 어떠한 시스템이 추가될지에 기대를 더했다.
무엇보다 3D 도입과 함께 새로운 배틀 시스템, 그리고 포켓몬과 다양한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요소까지 역대 최대 볼륨을 자랑한다. 그리고 한국어 자막으로 발매되는 만큼, 게임 몰입도 역시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번 ‘포켓몬스터 XY’는 어떠한 재미를 선사했는지 직접 게임을 해봤다.
▲ '포켓몬스터 XY' 소개 영상
닌텐도3DS 첫 ‘포켓몬스터’ 최신작, 2D에서 3D로 진화
‘포켓몬스터 XY’의 가장 큰 변화는 그래픽이다. 전작의 2D와 일러스트를 활용한 방식에서 탈피해 3D와 일러스트로 꾸며졌다. 조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위아래 고정 이동 방식에서 이제는 360도로 조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맵과 마을의 규모도 더욱 커져 더 많은 NPC 및 가게들도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롤러스케이트가 추가돼 대부분 지역을 빠르게 이동하면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포켓몬의 기술 역시 다양한 3D 효과로 꾸며져 전작보다 한층 부드럽고 또 화려해졌다.
▲ 3D로 진화된 그래픽, 그리고 더욱 화려해진 포켓몬 배틀
‘포켓몬스터 XY’ 역시 시작은 전작들과 다르지 않다. 3마리 스타팅 포켓몬 중 하나를 선택해 곳곳을 여행하면서 성장하고 마지막엔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포켓몬과의 만남, 라이벌과의 대결, 전설의 포켓몬과의 만남, 그리고 칼로스 지방(세계관)에 드리운 플레어단의 검은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까지, 예나 지금이나 포켓몬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정의 재미는 여전했다.
▲ 360도 이동에 포켓몬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정은 여전히 두근거림으로 가득
대전 중 새로운 힘에 눈을 뜨는 ‘메가진화’ 다음이 더 기대된다
‘포켓몬스터 XY’의 대표 시스템으로는 ‘메가 진화’가 있다. ‘메가 진화’는 포켓몬의 새로운 진화를 표방했으며, 기존 적정 레벨에 이르면 되면 발생하는 일반적인 진화가 아니라 대전 중에 딱 한 번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뜬다는 설정으로 기획됐다.
진화라는 느낌보다는 일종의 파워업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해당 포켓몬의 달라진 모습과 능력이 더 향상되는 정도에 그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턴제 RPG 특정상 어느 순간에 ‘메가 진화’해 승부를 결정지을지 또는 역전의 기회로 삼을지 등, 기존 포켓몬 배틀에서는 없던 전략의 또 다른 변수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대전 중에 한 번, 새로운 힘에 눈을 뜨는 '메가 진화'
하지만 ‘메가 진화’가 가능한 포켓몬이 한정되어 있고, 전작과 비교해 새롭게 제작된 포켓몬의 수는 되레 줄어들었다는 점은 아쉽다. 다만 ‘메가 진화’가 버전에 따라 다른 특성과 모습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X와 Y. 두 개의 타이틀을 모두 구매할 만한 가치는 전작들보다 더 커졌다. 어디까지나 이번 신작이 ‘메가 진화’ 콘텐츠 시작의 의미가 강했기에, 다음 신작에서 어떻게 ‘메가 진화’할지 더욱 기대된다.
‘메가 진화’ 추가와 함께 두드러진 것이 포켓몬과의 유대감이다. 게이머와 포켓몬과의 유대감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실제 배틀에서 대미지나 기술 효력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게임에서 이를 단련할 수 있도록 제작된 미니 게임이 바로 ‘슈퍼 트레이닝’과 ‘포켓 파를레’다.
▲ 포켓몬과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두 미니게임 '슈퍼 트레이닝'과 '포켓 파를레'
먼저 ‘슈퍼 트레이닝’은 화면상 샌드백을 일상 이상 터치(공격)하면 보상으로 포켓몬의 특정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 샌드백을 터치한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레벨과 무관하게 스텟 보너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거대한 포켓몬 벌룬(풍선)을 향해 슛을 쏘는 특훈도 존재해 다양한 방식으로 포켓몬을 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포켓 파를레’는 터치펜으로 포켓몬을 쓰다듬거나 음식을 먹여주는 액션을 통해 유대감을 쌓게 된다. 특히 포켓몬의 성격에 따라 쓰다듬을 때 좋아하는 부위와 음식 취향이 달라 마치 공략하듯 즐길 수 있다. 특히 게이머의 액션에 따라 포켓몬들이 다양한 표정과 동작으로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특유의 깜찍한 생김새가 인기의 한몫을 하고 있는 포켓몬스터에 가장 최적화된 미니 게임이 아닐까 싶다.
스카이배틀과 무리배틀, 그저 ‘잠깐’ 즐기는 콘텐츠에 그쳐
‘포켓몬스터 XY’에서 새롭게 추가된 배틀 시스템은 ‘스카이배틀’과 ‘무리배틀’이 있다. 그런데 메인 스토리를 끝내고 부가 목표에 도전할 때까지도 해당 시스템들의 존재감은 희박해 아쉬움이 크다.
먼저 ‘스카이배틀’은 공중에서 포켓몬 대전을 펼칠 수 있는 신규 시스템이다. 전작까지 포켓몬 배틀이 육지와 해상(및 특별 스테이지)만 제공했었다면, 이번 신작은 게임 내에서 육해공 배틀을 모두 즐겨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지만 해당 대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오직 부유 및 비행이 가능한 포켓몬뿐이며, 게임 내 진행되는 전체 배틀 횟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비하다.
▲ 새로운 시스템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아쉬움이 더 컸던 '스카이 배틀'
또 게임 내 ‘스카이배틀’을 즐길 수 있도록 관련 트레이너(NPC)를 배치해 놓았지만, 앞서 언급한 부유 및 비행 포켓몬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여기에 메인 스토리 진행과도 무관해 굳이 상대할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정적으로 ‘스카이배틀’에서만 볼 수 있는 전용 연출이 존재하다거나 기술이 변화하는 것도 아닌, 단순히 포켓몬이 공중에서 배틀을 한다는 정도로만 꾸며졌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배틀’은 메인 스토리 클리어 이후 포켓몬 도감을 위해 ‘잠깐’ 해보는 시스템일 뿐, 그 이상이나 그이하도 아니었다.
이번 신작의 또 다른 신규 시스템으로는 ‘무리배틀’이 있다. ‘무리배틀’은 지역 내 이동 중 랜덤하게 발생하며,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 최초의 ‘1대 5’ 대전이 펼쳐진다. 이에 따라 복수의 대상을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의 비중이나 신규 스킬도 다수 추가되는 등 게임 내 비중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맵 전체를 흔들고 폭발이 일어나는 등의 화끈한 연출이 더해져 다수를 제압했을 때의 쾌감은 전작 이상이다. 하지만 프레임 드랍과 느려짐 현상까지 복합적으로 유발해 오히려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배틀로 전락했다.
▲ 프레임 드랍과 느려짐 현상을 동반하는 '무리 배틀'
또한, 게임 내 랜덤하게 발생하는데 출현 빈도가 높지 않고, 게임 내 주요 전투는 거의 1:1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상 이동 중 간혹 겪게 되는 특수한 전투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시작과 함께 프레임 드랍 및 갑작스럽게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느려짐 현상까지 겹치면서 차라리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결과적으로 ‘무리 배틀’은 앞서 언급한 ‘스카이배틀’과 마찬가지로, 부가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잠깐’ 해보는 시스템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작에서 새롭게 추가된 두 신규 배틀 시스템들은 존재감이 미비함과 동시에 불편함까지 초래해 그다지 매력적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커스터마이징 추가, 게임 머니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환영
‘포켓몬스터 XY’에서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 중 대표적인 것은 주인공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다. 전작까지 개성 표출이 남녀 주인공의 성별 차이에 그쳤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헤어스타일부터 신발에 이르기까지 겉모습 전체를 꾸밀 수 있도록 영역이 넓어졌다.
사실 커스터마이징 콘텐츠 추가가 새롭다고 볼 수는 없다. 포켓몬스터 게임도 최근 트렌트에 맞춰 ‘이제서야’ 선보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또 게임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포켓몬을 꾸미는 것이 아닌, 주인공 캐릭터만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 요소에 포함될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 머리 모양부터 신발까지, 다채롭게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하지만 우려는 우려에 그쳤다. 제품마다 디자인과 색상이 모두 다를 만큼, 갖춰진 콘텐츠의 양이 많으며 해당 마을에만 존재하는 한정품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전작까지 게임 머니의 활용도는 포켓몬 배틀 관련 상품 구매 외 소비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커스터마이징 콘텐츠가 추가됨으로써 또 다른 게임머니 소비 콘텐츠가 생겼다는 점은 환영받을 일이다.
제품의 가격 역시 평균적으로 포켓몬 배틀 관련 상품보다 곱절은 높게 책정됐다. 포켓몬 도감 완성을 위해 반복 플레이가 필수인 세계관에서, 포켓몬 못지않게 모든 제품을 구매해 입어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유저에게 여행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더 다양해진 게이머 간 통신 교류 및 양호한 통신 상태
‘포켓몬스터 XY’ 역시 전작과 같게 통신을 통해 전 세계 게이머와의 다양한 교류가 가능하다. 게임 플레이 중 실시간으로 교환을 원한다거나 대전을 신청해오는 알림이 실시간으로 날아온다. 반대로 자신이 먼저 상대 게이머에게 교환이나 배틀을 제안할 수도 있다. 배틀의 경우 설정에 따라 개인전과 팀플레이 같은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으며, 가능하며, 초보자와 고수의 간격을 느낄 수 없도록 레벨을 통일해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이번 신작에서 새롭게 교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추가됐는데, 대표적으로 자신의 캐릭터 PR을 담은 ‘프로모션 비디오’나 다양한 버프를 제공해주는 ‘O파워’다. ‘O파워’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용할수록 효력도 덩달아 높아지게 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권장한다. 개인적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게이머들과 다양한 교류를 해봤는데, 이때 발생하는 로딩 시간이 딱히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통신 상태는 만족스러웠다.
‘메가 진화’ 포켓몬 배틀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까?
‘포켓몬스터 XY’부터 본격적으로 3D로 도입한 것에 대해 기존 느낌을 지향한 팬들에게 민감한 사항이 될 것으로 여겼지만, 다행히 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하게 잘 꾸며져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전작의 흥행 실패는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짊어진 딜레마의 절정이었다고 본다. 매 신작보다 새로운 이야기와 스테이지, 그리고 포켓몬이 추가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이번 ‘메가 진화’가 포켓몬 배틀에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 출시될 포켓몬스터 게임의 인기에 견인차 구실을 할 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