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15년 역사는 건재하다' 컴투스 떠난 박지영 대표
2013.12.23 20:13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하나하나, 전부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히트한 게임만 기억하겠지만, 난 그 과정에 있었기에 전부 열 손가락 같은 존재들이다. 처녀작부터 시작해 모든 게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박지영 전 대표가 컴투스를 떠난다. 지난 15년 동안 컴투스의 수장으로서, 국내 게임산업의 한 축으로서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그다. 박지영 전 대표는 한때 경쟁자이자 동료인 게임빌에 컴투스의 '미래'를 양도하는 자리에서, 먹먹함이 올라오는 듯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998년 설립된 컴투스는 게임빌과 함께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며,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게임빌이 62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이후, 같은 해 10월 컴투스를 인수했다. 박지영 전 대표와 이영일 전 부사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21.37%를 인수한 것이다. 규모는 약 700억 원 정도다.
이후 컴투스는 지난 19일, 서울 가산문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사내 이사를 선임했다. 이 자리에서 게임빌 송병준 대표와 이용국·송재준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송병준 대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박지영 대표를 대신에 앞으로 컴투스 대표직을 겸직하게 됐다.
- 게임빌, 컴투스의 강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
주주총회 현장에서 컴투스 박지영 전 대표와 이영일 전 부사장은 회사를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우선 박지영 전 대표는 대표직을 퇴임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대학시절, 박지영·이영일 부부가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설립한 컴투스가 이후 15년 동안 우쭉우쭉 성장해왔으니 말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훌쩍 넘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박지영 전 대표는 "(경영권 양도 양해각서 체결 이후) 퇴임하기까지 꽤 시간이 있었지만, 이 기간에도 여러 고민이 많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친분이 깊은 송병준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결과적으로 게임빌이 컴투스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박지영 전 대표는 컴투스의 '미래'를 게임빌에 맡기지만,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고유의 힘은 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자신이 떠나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예견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나와 이영일 부사장은 컴투스를 여러 사람에게 꿈을 줄 수 있는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다"면서 "다행히 우리는 해마다 2~3종 이상의 흥행게임을 만들어 사랑받아왔고, 이렇게 축적된 힘과 내부문화, 시스템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컴투스의 문화가 망가지지 않고 좋은 인력이 계속 있는 한, 앞으로도 훌륭한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게임빌은 우리의 강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이며, 송병준 대표의 컴투스 애정도 깊다는 것을 느껴 미래를 맡겨도 되리란 확신이 섰다"고 덧붙였다.
컴투스를 떠난 박지영·이영일 부부는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그간 소홀했던 가족과의 많은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이후, 스타트업 투자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투자의 경우 과거 컴투스의 힘들었던 시절에서 기인한 부부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 컴투스 박지영 전 대표와 이영일 전 부사장
- 컴투스는 어떻게 성장했나?
컴투스는 지난 1998년, 박지영 전 대표와 그의 남편이자 대학시절 동기인 이영일 전 부사장이 설립한 모바일게임 전문개발사다. 지난 15년 동안 사업을 펼쳐왔으니, 모바일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과도기,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 경우라 할 수 있다.
부부는 회사를 창업한 이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대학시절 '에버퀘스트' 같은 하드코어 MMORPG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선 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게임 콘텐츠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도전에 나선 것이다. 밤새 개발하고 고생길을 마다치 않으며 1999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컴투스는 2000년 들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가능성을 본 창업투자사로부터 약 40억 원 가까운 금액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이후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발력을 꾸린 것이다. 2년 뒤에는 '테트리스'가 독점 계약으로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당시 유료(3000원)로 출시된 '붕어빵타이쿤' 등이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해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로 부상했다.
이들 게임의 성공으로 컴투스는 2007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창립 10주년이 된 2008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200대 중소기업'에 선정되는 등의 영예를 안았다. 스마트폰이 출현한 2010년에 더 바람을 탄 컴투스는, 2009년 대비 매출이 292%나 성장하며 최고의 해로 도약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액션퍼즐패밀리' '미니게임천국' '컴투스 프로야구' 등의 프랜차이즈 게임도 탄생했다.
박지영 전 대표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2007년 ‘ME’가 선정한 세계 Top 50 경영인에 포함돼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2009년에도 세계 Top 50 여성 경영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또, 같은 해 ‘언스트앤영 최우수 기업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컴투스는 올해 카카오 플랫폼의 등장과 대기업의 파상공세 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이 악화돼 지금까지의 명성에 다소 아쉬움이 커지기도 했다.
- 모바일 여왕, 컴투스 박지영 전 대표의 '말말말'
"모바일게임은 콘텐츠의 미래라고 본다. 모바일게임은 콘텐츠 특성상 네트워크와 플랫폼이라는 커다란 그릇모양이 만들어지기까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그러나 플랫폼과 네트워크 유동성의 가능성이 무한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게임의 기술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 (2006년 2월, 모바일게임시장의 미래를 예견하며)
"모바일게임 주요 소비자들을 10대 남성층이라 한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실제로는 20~30대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물며 여성 사용자 비중도 적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새로 늘어나는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게임을 계속 내놓아야 하고, 휴대폰을 생활의 일부로 쓰고 있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게임 개발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 (2008년 1월, 모바일게임 한계에 대한 칼럼 중에서)
"게임산업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나 자신이 즐겁지 않고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하기란 어렵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밝게 웃으려 노력하고 있다"
- (2010년 7월, 환한 미소가 가진 '힘'에 대한 답변 중)
"모바일게임에서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5초의 미학'에 있다고 본다. 극단적으로 5초라고 표현한 것이지만, 모바일게임은 그 휴대성 특징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용자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게임이 장편소설이라면 모바일게임은 짧고 강렬한 단편소설이 아닌가"
- (2010년 7월, 모바일게임의 성공 기준에 대한 인터뷰 답변)
"게임철학은 우리 회사 이름과 같다. Com2uS는 'Come to Us'를 의미한다. 회사 이름처럼 우리에게 오면 즐거움을 드리겠다, 라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게임은 첫째도 재미있어야 하고, 둘째도 재미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 내에 그 재미를 줄 수 있고, 그리고 이런 과정을 오래도록 즐기게 하는 것이 우리 컴투스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 (2010년 7월, 컴투스의 경영철학에 대한 답변)
▲ 2010년 당시 컴투스 박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