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이용등급 표시, 국산은 필수 외산은 선택?
2014.03.20 18:28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멀티플랫폼 시대를 맞아 플랫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플랫폼 분류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관리 미흡으로 인해 많은 수의 외산 게임들이 등급 표기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어, 국산 온라인게임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A가 지난 11일 국내에 정식 발매한 ‘타이탄폴(PC)’ 은 PC패키지로 출시되었으나, 내용물은 온라인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이다. 게임 내에는 멀티플레이 모드는 물론, 싱글 캠페인 플레이까지도 다른 유저들과 PvP 방식으로 즐기게끔 설계되어 있다. EA의 또 다른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 ‘심시티(PC)’ 와 ‘플랜트 vs 좀비 가든 워페어(Xbox360)’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패키지로 발매되긴 했지만, 온라인 접속과 멀티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사실상 ‘서든어택’ 등의 온라인게임과 같은 셈이다.
그러나 ’타이탄폴’ 은 게임 내 등급 표기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타이탄폴’ 은 지난 1월 게임위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등급사유는 과도하고 사실적인 선혈묘사 및 무기류 표현, 과도한 저속어, 비속어 및 욕설 표현이다. 원칙대로라면, ‘타이탄폴’ 을 실행할 때 상호와 등급, 폭력성 및 언어의 부적절성이 표시되어야 한다.
▲ 게임 실행 시, 게임물이용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타이탄폴'
타이탄폴 등의 패키지 온라인게임, 심의규정 위반인가?
그렇다면 ‘타이탄폴’ 등의 패키지형 온라인게임들은 게임위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일까?
게임위 등급분류 심의규정(2013. 9. 11)에 따르면, 등급을 받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물에 대한 내용정보(연령 등급과 게임물이용정보)를 별도로 표기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에 따라 표기 방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게임 초기화면에서 3초 이상, 그리고 게임시간 1시간 마다 3초 이상 해당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 반면 PC나 콘솔 패키지 게임은 게임물 포장 겉면에만 표기하면 되며, 다운로드 방식의 게임은 구매 페이지에 해당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현재 ‘타이탄폴’ 은 PC 패키지 포장 및 온라인 다운로드 구매 페이지에만 해당 정보를 표시한 상태며, 게임 내로 들어가면 아무런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심시티(PC)’ 와 ‘플랜트 vs 좀비 가든 워페어(Xbox360)’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즉 패키지게임으로서의 표시 의무는 지키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으로서는 규정 위반인 것이다. 즉 이 게임들을 온라인게임으로 볼 것인가, 패키지게임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규정 위반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나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문제를 관리해야 할 게임위가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위는 PC 패키지 게임물과 온라인게임을 ‘PC/온라인게임’ 으로 묶어서 등급 결정을 내리고 있다. 비디오게임의 경우 온라인게임과 별개로 분류한다. 즉, ‘타이탄폴’ 이나 ‘플랜트 vs 좀비 가든 워페어’ 처럼 PC나 콘솔 패키지로 출시된 온라인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등급 심의에서 PC패키지게임과 온라인게임의 구분은 없다
이로 인해 '타이탄폴' 의 경우 온라인게임인지, PC패키지게임인지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 현재 '타이탄폴' 은 패키지 포장과 구매 페이지에만 게임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사실상 온라인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패키지게임에 적용되는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
내용상 온라인게임에 부합되면 등급 표기 지켜야 한다
게임메카는 ‘타이탄폴’ 등의 패키지형 온라인게임의 처리에 대해 게임위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그 결과, PC 및 콘솔 패키지로 출시된 게임물이더라도 게임 내용상에서 멀티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으로 판단될 경우 양쪽 규정을 모두 따르는 것이 옳지만, 이러한 사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나 분류 규정이 존재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게임위 사무국 정책기획부 이종배 선임은 “규정을 엄중하게 적용할 경우, ‘타이탄폴’ 처럼 패키지로 유통되는 게임이더라도 내용상 온라인게임에 부합할 경우 패키지와 온라인의 표시 의무를 둘 다 지키는 것이 맞다” 라며,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임과 같이 실질적으로 이를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융통성 있게 적용시킬 수도 있다. 일단 이 건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라고 밝혔다.
아직 해당 문제에 대한 게임위의 검토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타이탄폴’ 의 등급결정내용에 ‘타이탄폴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기반으로 한 1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미 온라인게임으로 결론이 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위의 게임들이 온라인게임으로 판명될 경우 ‘타이탄폴’ 등은 게임위의 주의 권고를 받은 후 등급결정 내용을 게임 내에 표기해야 한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경우 등급 및 게임내용을 게임 내에 표시하지 않을 경우 수정 권고를 받게 되며, 수차례 위반 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블리자드는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 2’ 의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며 등급을 표시하지 않았다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주의 권고를 받은 바 있다.
▲ 2010년 '스타2' 등급미표기 논란을 산 후 대대적으로 등급 표기를 시작한 블리자드
PC 패키지 게임이지만 온라인 플레이가 요구된다는 점에서는 '타이탄폴' 과 같다
시대적으로 뒤처진 분류 체계는 바로잡아야
이어 게임위는 패키지게임과 온라인게임의 현 분류 체계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현재 플랫폼 분류 체계는 ‘온라인게임=PC플랫폼’ 이라는 공식이 설립하던 지난 2006년 만들어진 것으로, 온라인게임의 영역이 콘솔 및 모바일, 아케이드 등으로 확산된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 선임은 “플랫폼 체계 자체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기 기반의 플랫폼 구분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OS 기반으로 바뀌는 추세다. 예를 들면 ‘윈도우 8’ 의 경우 PC용 OS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에도 적용되는 등이다” 라며 “현재 규정이 8년 전에 만들어졌다 보니 시대적으로 뒤처진 부분이 있다. 플랫폼 구분의 경우 지금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위는 현재 온라인게임 사후대처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 선임은 “현재 게임위의 온라인게임 사후대처팀 인원은 고작 8명이다. 이들이 오픈마켓 이슈부터 웹보드게임까지 다양한 모니터링 업무를 맡다 보니, 사실상 온라인게임 등급표시의무 위반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라며 “현재 실정상 일괄적인 처리보다는 개별적 사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법게임물 신고 포상제도 등을 통해 항시 제보를 받고 있다” 고 온라인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 인력 부족을 토로했다.
▲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주 업무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