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S 5: 그라운드 제로즈, ‘팬텀 페인’의 잘 만든 데모 게임
2014.03.25 08:45 게임메카 라인하트
4편을 끝으로 스토리 종결을 고했던 ‘메탈기어’ 시리즈 신작 ‘메탈기어 솔리드 5: 그라운드 제로즈(이하 그라운드 제로즈)’가 지난 20일 PS4와 PS3, Xbox One, Xbox360으로 해외 발매되었다. ‘그라운드 제로즈’는 앞으로 나올 ‘메탈기어 솔리드 5: 더 팬텀 페인(이하 팬텀 페인)’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 몇 달 뒤인 1975년을 배경으로 삼았다.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과 기존과 다르게 ‘그라운드 제로즈’와 ‘팬텀 페인’, 2부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 등 ‘그라운드 제로즈’는 여러 모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일반 게임 패키지에 비해 낮은 가격(국내 36,000원)과 ‘팬텀 페인’에 비해 스케일이 작다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인터뷰 등으로 인해 발매 전부터 우려하던 팬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그라운드 제로즈’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 시리즈 최고의 인기 인물 중 한 명인 빅 보스(네이키드 스네이크)
영화에서 게임으로 회귀
‘메탈기어’ 시리즈는 ‘씨프’와 함께 ‘잠입 액션’이란 장르를 지금에 위치까지 끌어올린 작품이다.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 ‘스네이크’를 조작하여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 각종 기지에 잠입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손맛은 여타 3인칭 액션 게임과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전작 ‘메탈기어 솔리드 4’에서는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컷신 보는 시간이 더 길어서 ‘게임 플레이는 다음 컷신을 보기 위한 수단’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비중이 작았다. 심지어 게임 플레이 시간보다 컷신 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 때문에 ‘메탈기어 솔리드 4’를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손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행히 ‘그라운드 제로즈’는 전작의 비판을 수용하여 게임 플레이에 비중을 높였다. 잠입 액션이란 장르를 연 장본인다운 모습을 되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실사처럼 연출한 시리즈 특유의 컷신 역시 만족스러웠다.
▲ 컷신과 플레이 화면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래픽이 훌륭하다
▲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친숙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오픈 월드가 녹아 있는 세계
‘임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적을 죽여가며 진행하는가 하면 아예 죽이지 않고 피해서만 진행하는 등 이전 ‘메탈기어’ 시리즈 역시 오픈 월드 게임 요소를 어느 정도는 갖고 있었다.
‘그라운드 제로즈’가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를 탑재했다고 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요소가 더욱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임무를 받으면 수행해야 하는 장소로 강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받은 시점부터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진 중앙에서 시작하면 빠르게 임무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적의 공격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반면 먼 지역에서 임무 수행을 시작하면 좀 더 안전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게임의 무대가 되는 ‘캠프 오메가’ 대부분의 지역을 플레이어가 직접 돌아다닐 수 있다.
▲ 적병을 처리할 것인지 피할 것인지 본인의 선택이다
▲ 임무 수행 후 귀환하는 헬기도 마찬가지
적의 인공지능 역시 강화되었다. 전작에서는 적을 죽이고 시체를 숨기기만 하면 다른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적병끼리 통신을 나누기 때문에 한 쪽의 적을 처치하면 다른 적이 눈치채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적의 인공지능이 높아진 덕분에 잠입 액션이 좀 더 사실적이 되었고 플레이어가 ‘메탈기어 솔리드’라는 가상 세계에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했다.
▲ 시체 옮기기는 기본
▲ 빛도 조심해야 한다
하나의 완성된 게임인가?
‘그라운드 제로즈’는 전작에 비해 여러 가지 발전 요소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치명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플레이 타임’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오프닝 무비를 감상한 뒤 게임을 잠깐 플레이하고 첫 컷신을 보고 나면 ‘엔딩’ 스탭롤이 흐른다. ‘엔딩’이란 단어를 잘못 쓴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 제로즈’가 일반 게임에 비해 싼 가격이긴 하지만 1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용량은 다른 게임에서 ‘데모 버전’으로 무료 제공하는 정도의 분량이다. 게임에서 추구하는 ‘오픈 월드’ 부분은 잘 구현되어 있지만 분량이 이래서는 ‘오픈 월드’의 의미도 퇴색된다.
물론 메인 미션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탈 것을 타거나 적과 전투를 벌이는 등 ‘캠프 오메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팬들은 잠입 액션으로서의 게임 플레이 뿐 아니라 영화와 다름 없는 ‘시나리오’도 ‘메탈기어 솔리드’가 보여주길 바란다. 겨우 1시간 정도 분량의 시나리오로 플레이어가 만족할 리 없다.
▲ 다양한 탈 것이 존재한다
▲ 폭탄을 제거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팬텀 페인’만 기다리게 한 게임
‘그라운드 제로즈’는 독립된 게임이 아니라 이후 나올 ‘팬텀 페인’을 위한 잘 만든 프롤로그다. ‘그라운드 제로즈’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원하는 시대상을 짧지만 강렬하게 내포하고 있다. 구출한 포로들의 말과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컷신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한 장면 등에서 ‘팬텀 페인’이 얼마나 암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개를 설명해 주는 게임에 약 4만 원의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혹자는 ‘그란투리스모: 프롤로그’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란투리스모’는 본질이 ‘레이싱’이며 프롤로그만 구매해도 적당한 콘텐츠 내에서 레이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라운드 제로즈’와는 성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만약 ‘팬텀 페인’에 ‘그라운드 제로즈’에 포함된 모든 요소를 함께 넣어 발매했다면 필자는 최고의 평가를 아낌없이 줬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라운드 제로즈’라는 게임은 ‘프롤로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팬텀 페인' 예고편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