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하드라인, 꼭 '배틀필드'일 필요가 있었나?
2015.03.20 19:42 게임메카 거북마루
▲ '배틀필드: 하드라인' 스크린샷 (사진제공: 게임피아)
오랜 세월 계속되어 온 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오면 여러 가지를 조명하게 된다. 얼마나 기존의 틀을 잃지 않았는지, 그 안에서도 무릎을 칠만한 색다른 변화가 있는지. 계승과 발전, 2가지 잣대를 두고 게임을 평가하게 된다. 지난 17일에 PS3, PS4, Xbox 360, Xbox ONE, 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된 ‘배틀필드: 하드라인’ 역시 FPS의 대표 프랜차이즈로서 이러한 시선을 피해갈 수 없다.
이번 시리즈에서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큰 변화를 시도했다. 본래 ‘배틀필드’ 시리즈는 거대한 전장과 대규모 전투, 전쟁을 소재로 한 무거운 주제가 특징이었다. 반면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외전격 타이틀이라는 테마로 색다른 콘셉을 앞세웠다. 거대한 전장이 아닌 좁고 복잡한 시가지로, 전쟁이 아니라 경찰과 범죄자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어쩌면 ‘대변혁’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한 ‘배틀필드: 하드라인’...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했을까?
전쟁과 같은 경찰 활극 속으로!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그 동안 '배틀필드'를 만들어온 DICE가 아니라 비서럴 게임즈가 제작했다. '대부',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비서럴 게임즈는 캠페인 모드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덕분인지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캠페인 모드는 항상 2%, 혹은 20%는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했던 기존 시리즈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캠페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닉 멘도자'라는 신참형사가 되어 마약 사건을 추적한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캠페인 모드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적재적소에서 드러나는 반전, 경쾌한 음악이 맞물려 형사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장비를 교체해가며 범죄자를 추적하고 제압하는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마치 직접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정의감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닉 멘도자
▲ 파트너와 수사 중입니다
또한 메인 사건은 물론 서브 퀘스트로 깊이를 더했다. 서브 퀘스트에서 플레이어는 곳곳에 흩어져있는 증거물을 수집해 사건파일을 완성해가며 자세한 내막을 파헤친다. 이 증거물은 맵 곳곳에 숨어 있는데, 근처에 가면 스캐너에 진동이 울려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스캐너를 꺼내면 플레이어의 시야에 증거물이 없는지 자동으로 체크되며, 이 곳에 있는 증거물의 숫자도 나온다. 이런 배려 덕에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증거물을 회수하며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이 튀어나온다, 가령 지혈하며 총 쏘기 라든지...
▲ 서브 퀘스트를 완수 못하면 잠자리를 설치는 강박을 해결해준 스캐너 시스템
배경도 다채롭다. 사건의 주무대가 되는 마이애미 도심은 물론 임무에 따라 정글을 누비기도, 탄광을 탈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승용차, 보트, 비행기, 심지어는 탱크까지 다양한 탑승장비를 모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탑승장비가 멀티플레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기에 캠페인 모드만의 매력을 제공한다.
▲ 경찰 일 제대로 해먹으려면 정글 정도는 가볍게 누벼줘야 한다
다만, 캠페인 모드에서 함께 행동하는 파트너 캐릭터의 활용도가 낮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캠페인 모드 플레이는 잠입과 전투 2가지로 나뉘며, 잠입이 주를 이룬다. 증거품을 모으는 서브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입 플레이가 진행되는 동안 파트너는 그야말로 병풍에 가깝다. 플레이어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현장을 제압하는 동안, 파트너는 그야말로 조용히 따라만 다닌다. 하는 일이라곤 주인공이 두 명 이상의 범죄자를 한꺼번에 체포할 때, 한 명을 체포하는 동안 다른 쪽이 허튼 짓을 하지 않도록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정도다.
여기에 잠복 중 엉뚱한 쪽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파트너가 범죄자 앞을 그대로 달려 지나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플레이어가 적을 피하기 위해 온갖 삽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적의 시야를 정면으로 통과하여 달려가는 파트너의 모습은 몰입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 '?'가 아니라, 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내 파트너야
약속된 재미와도 같았던 멀티 플레이, 역시 빛났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꽃이라 불려왔던 멀티 플레이는 이번에도 매우 준수하다. 멀티 플레이는 컨퀘스트, 팀 데스매치, 하이스트, 블러드머니, 핫와이어, 레스큐, 크로스헤어 등 총 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기존 FPS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팀 데스매치’와 점령전 ‘컨퀘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5종은 ‘배틀필드: 하드라인’만의 개성을 충실히 담고 있다.
▲ 로딩 화면은 뉴스 헤드라인 같은 느낌으로 흘러간다
그 중 ‘하이스트’는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돈가방을 입수해 헬기가 도착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이 목표인 ‘범죄자’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의 대결이 ‘하이스트’의 핵심이다. 경찰과 범죄자의 대립이라는 시리즈의 콘셉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은 물론 돈가방과 목적지 사이 거리가 멀지 않아 두 장소 사이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다.
상대보다 많은 돈을 수집해야 승리하는 ‘블러디머니’는 상대방의 진영에서도 돈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진영의 수비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핫와이어’는 추격전이다. 목표로 한 차량들을 점거하기 위해 쫓고, 빼앗고, 다시 쫓기는 추격전이 쉬지 않고 계속된다. 그 외에도 인질극을 테마로 한 레스큐 모드, 경찰이 보호하는 VIP를 범죄자들이 제거하면 승리하는 크로스헤어 모드가 있다. 이 두 모드는 잠입을 요구하는 점에서 다른 모드와 차별화된다.
▲ 돈이 털리지 않도록 열심히 본진 지키고 있다... 무서워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
기존 ‘배틀필드’ 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속도감이다.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맵 구조가 오밀조밀해 최대 정원인 64명이 꽉 차면 숨쉴 틈도 없이 죽고 죽이는 상황이 연출된다. 게임의 템포가 빠르다는 것이 무조건 장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존 시리즈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은 확실하다.
플레이어는 오퍼레이터, 메카닉, 엔포서, 프로페셔널의 4가지 병과 중 원하는 것을 택할 수 있으며, 다시 리스폰 될 때마다 변경이 가능하다.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병과는 존재하지만, 4가지 병과 모두 팀의 승리를 위해선 필요하다. 각 병과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과 장비,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맵의 특성, 현재 상황, 팀의 조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 이 정도만 되도 난장판 될 준비는 이미 끝난 거다
꼭 '배틀필드'일 필요가 있었나?
결론적으로,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완성도는 훌륭한 수준이다. 하지만 필자는 한편으로 좀 답답함을 느낀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배틀필드' 시리즈에 들어가기 부족함이 없지만, '배틀필드'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오히려 '배틀필드'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인해 흠 잡히는 일만 늘어난 격이다.
물론 ‘배틀필드’ 시리즈보다 볼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무기와 장비도 이전만 못하고, 싱글과 멀티 모두 보병전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콘셉은 '경찰과 범죄자들의 대립'이라는 게임의 주제와 함께 생각하면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보병전 중심의 속도감 있는 전투가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단점으로써 거론되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 게임이 '배틀필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슬슬 필자가 이 리뷰를 시작할 때 꺼내놓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시간이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배틀필드'라 부를 수 있나’ ‘그러면서도 발전은 이뤘나?’ 두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전부 긍정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쯤에서 다른 질문을 하나 던진다. ‘꼭 '배틀필드'일 필요가 있었나?’
▲ 필자: (뜨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