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오브 라이프, 하나부터 열까지 유저 손으로 만드는 세상
2015.06.10 19:51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트리 오브 라이프'가 5월 27일 스팀을 통해 출시됐다 (사진제공: 오드원게임즈)
국내 인디 개발사 오드원게임즈에서 개발한 샌드박스형 MMORPG ‘트리 오브 라이프’가 지난 5월 27일(수) 스팀을 통해 앞서 해보는 게임으로 출시됐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소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1주일 만에 목표금액 두 배인 1000만 원 돌파 및 국내 인디 MMORPG 최초로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하는 등 게이머 관심을 한몸에 받은 인디 작품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 핵심은 바로 제약 없는 높은 자유도에 있다. 유저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드넓은 샌드박스형 세계와 제작, 전투, 채집 등 방대한 콘텐츠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특히 캐릭터가 하는 활동에 따라 오르는 ‘숙련도 시스템’을 채택해, 육성에서 오는 부담도 없다.
직접 해본 ‘트리 오브 라이프’는 확실히 기존 MMORPG와는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역시 ‘자유로움’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굳이 전투하지 않아도, 채집이나 제작 등 부가적인 생활 콘텐츠만으로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유저 손에 달라지는 세계는 매번 탐험할 때마다 질리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야말로 유저가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가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 '트리 오브 라이프'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낯선 땅에 덩그러니 떨어진 캐릭터, 일단 살고 보자
‘트리 오브 라이프’를 처음 시작하면, 가장 먼저 캐릭터를 생성하게 된다. 캐릭터는 남자와 여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머리와 피부 등 간단한 외형 변경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캐릭터가 타고 온 배를 결정하게 된다. 외형이나 성별에 따라 큰 능력 차이는 없지만, 초반에 선택하는 배 종류에 따라 시작 지점이 달라진다.
게임에 접속한 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막막함’이다. 실제로 게임 안에는 타 MMORPG와 같은 친절한 튜토리얼이 없다. 단지 화면에는 덩그러니 해변에 서 있는 캐릭터를 보여줄 뿐, 조작이나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일말의 설명도 없다. ESC를 누르면 게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메뉴가 나오지만,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해 봐야 해서 상당히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도 잠시, 이리저리 키를 누르다 보면 기본 조작이 타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동은 ‘WASD’키, 공격은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이루어지고, 화면을 살펴보면 단축창이나 아이콘 옆에 눌러야 할 키가 나와있어 익히는 데 몇 분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오히려 이렇게 스스로 알아가는 부분이 오히려 과하게 친절한 튜토리얼보다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 세세한 부분까지 고쳐주고 싶은 욕구가 드는 외형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조작을 익힌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우선 게임은 기존에 출시된 ‘러스트’나 ‘데이즈’와 같은 생존게임과 비슷한 방식이다. 캐릭터는 체력, 정신력, 포만감, 기력 총 4가지 수치가 존재한다. 아직 콘텐츠가 구현되지 않은 정신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개 수치는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체력이 모두 소모되면 캐릭터가 사망하고, 기력이 낮으면 공격과 전력 질주 등 다양한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여기에 포만감마저 떨어지면 캐릭터가 배고픔에 뛰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포만감이 떨어진 캐릭터는 수시로 배를 부여잡고, 꼬르륵 소리를 낸다.
이렇게 수치가 낮아져서 캐릭터가 활동할 수 없는 사태를 면하기 위해, 초반부에는 생존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삼는 생존게임답게, 식량과 재료 전반을 플레이어 스스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주위에 널린 나무를 때려서 사과를 캐거나, 야생동물을 잡아 고기를 구하는 등 식량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처럼 게임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추구한다.
▲ 정 먹을게 없다면, 야생 동물과도 싸워보자
▲ 초반에는 뭐든 먹어서, 살아남는데 전념하자
생존을 위해 나뉜 업무, 분업화만이 살길
초반부가 생존의 쫄깃함을 선보였다면, 중반부는 협동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반부에 들어가면 혼자서 하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유저들과 협동하면서, 각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 삶을 경험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트리 오브 라이프’에는 타 RPG처럼 몬스터를 처치해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는 방식 대신, 특정 활동에 따라 ‘숙련도’가 오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간단한 예로, 검을 많이 사용하면 ‘검술’ 숙련도가, 목공품을 많이 만들면 ‘목공’ 숙련도가 오른다. 이렇게 숙련도가 오르면, 힘, 인내, 민첩 등 캐릭터 능력치는 물론, 제작계열 숙련도의 경우 새로운 제작법이 개방된다.
▲ '트리 오브 라이프' 숙련도, 잘 보면 포인트 제한이 있다
▲ 숙련도마다 오르는 능력치가 다르다
초반처럼 계속 자급자족의 삶을 이어나가는 방식도 있지만, 중반부터는 숙련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자원도 많이 들어가서 성장이 이전보다 느려지게 된다. 여기에 숙련도를 올릴 때마다 ‘포인트’가 소모되는데, 한 캐릭터 당 400 포인트가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숙련도를 마스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 혹은 협동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공동체 생활은 플레이어 숙련도에 따라 업무를 분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목공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마을 내 시설 건축을, 재봉 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마을주민 옷 제작을 담당하는 등 한가지 숙련도 올리기에 전념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제약이 많아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혼자 살다보면 외로운 순간이 있다
▲ 이렇게 다른 플레이어와 힘을 합친다면...
▲ 이런 커다란 마을도 꿈은 아니다!
유저끼리 식목일도 지정! 모든 행동이 곧 세계에 반영된다
샌드박스형 게임답게, 플레이어 마음대로 바뀌는 세계를 선보인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숲을 몽땅 베어서 황무지로 만들어버리거나, 사막 지대에 나무를 마구 심어 숲으로도 바꿔버릴 수 있다. 여기에 건축에도 제한이 따로 없어, 원한다면 높은 산 위에도 오두막을 지어서 거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맵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특히 기본 평지부터, 울창한 숲, 늪지대, 사막, 설원, 화산 지대 등 다양한 환경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지형을 플레이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묘목이나 사물을 옮겨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묘목을 열심히 심는다면, 늪지에도 숲을 조성할 수 있다
▲ 분명 지도 상에는 여기가 숲인데... 나무들이 다 어디갔죠?
실제로 숲 근처에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마을을 짓고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과도한 벌목으로 인해 숲이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나무를 몽땅 베어버리면, 해당 지역에서 나무가 몹시 느린 속도로 자라는 등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마을 사이에서는 식목일을 정해, 일부러 묘목을 심고 가꾸는 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건축을 아무 곳에나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와 동일했다. 허허벌판 설원에 거대한 마을이 지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 늪지대에도 마을과 상점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유저 행동에 따라, 시시각각 매일 달라지는 세계는 탐험할 때마다 나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 이런 황량한 곳에도 건축은 가능합니다
▲ 여행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끝없는 자유도는 좋지만, 후반부 흡입력은 아쉬운 편
‘트리 오브 라이프’는 앞서 말한 것처럼, 초반부와 중반부 각각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초반부에는 식량을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생존의 재미였다면, 중반부는 다른 플레이어와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는 협동의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초 중반부에는 이러한 재미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을 즐기게 된다.
다만, 게임 후반부에 보여주는 콘텐츠 부재는 아쉽게 다가온다. 나중에는 마을 발전에서 오는 재미도 한계가 오고, PvP를 하려고 해도 다른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면 긴 시간 동안 사망 시 모든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범죄자’ 페널티 때문에 막상 손대기도 어렵다. 기에 제작 숙련도도 일정 수준 이상 올리면, 더 이상 새로운 제작법이 없어 정체된 느낌이다. 이처럼 초, 중반부에서 보여주던 발전의 즐거움은 후반부에 들어서 지루해지는 감이 있다.
다행히 아직 ‘트리 오브 라이프’에는 구현되지 않은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개중에는 게임 후반부에 몬스터들이 플레이어 마을을 약탈하는 ‘몬스터 웨이브’나 맵 곳곳에 나타나는 ‘던전’ 등이 있다. 이처럼 추후에 나올 콘텐츠가 완비된 만큼, 나중에 ‘트리 오브 라이프’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 게임을 살펴봐도, 아직 쓸 곳이 없는 재료도 많다
▲ 앞으로 '트리 오브 라이프'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