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삼국지 8)
2001.11.10 10:29이동훈
발전과 도태 사이에서의 딜레마
16비트 하드웨어가 선보이고 전국적으로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기 시작할 무렵, ‘게임’ 삼국지는 한반도에 그 첫발을 내딛었다. 국내의 게임 유통구조가 정착되기 전이라 음성적으로 게임을 구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는 매 시리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골수팬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말과 지도를 근간으로 하는 서구의 보드게임과 달리 삼국지는 복잡한 룰이 필요 없이 단지 수치상의 우열만으로 역사적 정황을 비교적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이러한 시스템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삼국지`라는 소재의 친숙함과 맞물려 삼국지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갔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을 해오던 `코에이식 역사 시뮬레이션`은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의 이름 아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삼국지 8
삼국지 7은 여러모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여러 가지 변화점이 있었지만 플레이어가 신분의 제약 없이 군주에서부터 일반 신분 장수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였다. 장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서 게임 내부의 시스템과 그에 따르는 게임 플레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이머가 오랫동안 게임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였다. 삼국지 8도 7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신분에 따라 장수를 선택할 수 있고 전작의 장수와 장수간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또한 이전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무장 간의 상성, 악명, 궁합과 같은 세밀한 인간관계를 표현이 가능하여 악명이 높을 경우에 재야인사를 등용할 때 반응이 달라지거나 장수간의 궁합이 좋을 경우에 친밀도가 빨리 상승하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투에 있어서는 `전법`의 개념을 도입해 따로 병사의 훈련시키지 않고 병사를 지휘하는 무장의 지휘 레벨에 따라 공격 효과가 달라지는 형식을 띄게 되는데 과거 세력중심의 게임 플레이가 점차 인물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코에이의 차기작을 기다리며
삼국지 시리즈 초반의 시도는 분명 혁신적인 것이었으며 인적 자원과 숫적 우세로 세력을 늘려 전국을 통일하는 식의 게임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부적인 시스템 강화보다 이벤트의 증가나 그래픽(그것도 게이밍과는 중요한 연관이 없는) 일러스트에 힘을 쏟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그로 인해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의 극단적으로 말해 소설을 가지고 노는 수준의 소프트가 되어버렸다.
게이머가 게임에 실제적으로 관여하는 부분보다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부분이 더 커지게 되어 ‘민심을 얼마 올려야한다’ 또는 ‘누구를 등용시켜야한다’라는 국소적인 목표를 더 중요하게 만든 것도 시뮬레이션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삼국지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필자는 삼국지의 오랜 팬이자 코에이의 시뮬레이션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삼국지 8을 하면서 시리즈 초기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삼국지 8은 삼국지 7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질적인 것보다 양적인 것에 얽매인 게임이었으며 당초의 컨셉에 다소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랜 기간 게임을 제작한 노하우가 있는 코에이사이기에 차기작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
16비트 하드웨어가 선보이고 전국적으로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기 시작할 무렵, ‘게임’ 삼국지는 한반도에 그 첫발을 내딛었다. 국내의 게임 유통구조가 정착되기 전이라 음성적으로 게임을 구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는 매 시리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골수팬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말과 지도를 근간으로 하는 서구의 보드게임과 달리 삼국지는 복잡한 룰이 필요 없이 단지 수치상의 우열만으로 역사적 정황을 비교적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이러한 시스템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삼국지`라는 소재의 친숙함과 맞물려 삼국지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갔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을 해오던 `코에이식 역사 시뮬레이션`은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의 이름 아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삼국지 8
삼국지 7은 여러모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여러 가지 변화점이 있었지만 플레이어가 신분의 제약 없이 군주에서부터 일반 신분 장수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였다. 장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서 게임 내부의 시스템과 그에 따르는 게임 플레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이머가 오랫동안 게임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였다. 삼국지 8도 7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신분에 따라 장수를 선택할 수 있고 전작의 장수와 장수간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또한 이전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무장 간의 상성, 악명, 궁합과 같은 세밀한 인간관계를 표현이 가능하여 악명이 높을 경우에 재야인사를 등용할 때 반응이 달라지거나 장수간의 궁합이 좋을 경우에 친밀도가 빨리 상승하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투에 있어서는 `전법`의 개념을 도입해 따로 병사의 훈련시키지 않고 병사를 지휘하는 무장의 지휘 레벨에 따라 공격 효과가 달라지는 형식을 띄게 되는데 과거 세력중심의 게임 플레이가 점차 인물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코에이의 차기작을 기다리며
삼국지 시리즈 초반의 시도는 분명 혁신적인 것이었으며 인적 자원과 숫적 우세로 세력을 늘려 전국을 통일하는 식의 게임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부적인 시스템 강화보다 이벤트의 증가나 그래픽(그것도 게이밍과는 중요한 연관이 없는) 일러스트에 힘을 쏟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그로 인해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의 극단적으로 말해 소설을 가지고 노는 수준의 소프트가 되어버렸다.
게이머가 게임에 실제적으로 관여하는 부분보다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부분이 더 커지게 되어 ‘민심을 얼마 올려야한다’ 또는 ‘누구를 등용시켜야한다’라는 국소적인 목표를 더 중요하게 만든 것도 시뮬레이션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삼국지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필자는 삼국지의 오랜 팬이자 코에이의 시뮬레이션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삼국지 8을 하면서 시리즈 초기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삼국지 8은 삼국지 7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질적인 것보다 양적인 것에 얽매인 게임이었으며 당초의 컨셉에 다소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랜 기간 게임을 제작한 노하우가 있는 코에이사이기에 차기작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