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파이터 라이브, 단순한 이식 & 새로움은 없다
2012.07.24 15:36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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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Xbox LIVE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던전파이터: 라이브'
처음 네오플의 MORPG ‘던전앤파이터’ 가 콘솔용 게임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엄지를 치켜세웠던 기억이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액션과 매력적인 스토리라인 그리고 온라인 요소가 콘솔 게임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정보가 차츰 공개되면서 제공하는 모드가 4인 기반의 싱글 플레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고작 3인(귀검사, 격투가, 거너), 전직 시스템 없이 최고 레벨은 20으로 제한되는 등 원작 ‘던전앤파이터’ 의 CBT 시절이 생각나 기대치는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Xbox LIVE를 통해 ‘던전파이터 라이브: 헨돈마이어의 몰락(이하 던전 파이터)’ 이 마이크로소프트 800포인트로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까지 기대반 불안반의 심정으로 게임을 시작한 기자는 플레이가 지속될수록, 게임의 대한 평가는 차츰 불안에서 아쉬움 쪽으로 점점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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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파이터: 라이브' 플레이 영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 그린 일러스트와 오리지널 스토리는 초반 몰입도를 높여주지만, 차츰 온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몬스터 사냥 및 특정 아이템 획득이라는 진부한 진행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던전파이터’ 가 ‘던전앤파이터(원작)’의 충실한 이식이란 느낌만 줄 뿐, 새로운 재미 및 콘텐츠(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해석해도 좋다. 무엇보다 레벨 제한과 전직 시스템도 없으니 심하게 말하면 반쪽 이식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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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도 호평 받은 일러스트로 구성된 스토리 연출
원작과 거의 동일한 플레이 감각 구현, 초반 몰입을 돕다
‘던전파이터’ 개발에는 네오플 외에도 콘솔용 RPG ‘마그나카르타’ 시리즈 개발 경력이 있는 소프트맥스,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던전파이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슬로건은 ‘더욱 짜릿해진 액션쾌감’ 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납득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모든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의 공격 모션, 스킬 효과 등 액션에 있어선 원작보다 역동적이고 또 화려하게 리뉴얼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적(몬스터)들도 마찬가지로, 난이도에 따라 화면 전체를 수놓는 풍부한 공격(스킬)과 더욱 까다로워지는 패턴 등 원작에서 초보자 지역에 해당하는 그 엘븐가드와 핸돈마이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는 그 동안 원작을 즐겨온 유저라도 플레이 해보면 신선하다고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유저들과 최대 4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 플레이에 대한 필요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으로써의 역할도 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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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모션과 스킬 효과 등 액션에 모든 것이 새롭게 리뉴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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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 역시 다양한 공격 패턴과 인공 지능으로 유저를 괴롭힌다
여기에 캐릭터 마다 사용할 수 있는 총 4종류 무기의 경우 리얼한 타격감에 풍부한 사운드가 더해져 ‘더욱 짜릿해진 액션쾌감’ 을 맛볼 수 있다. 이는 원작에도 구현되어 있는 요소지만 ‘던전파이터’ 는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거너의 경우 리볼버, 머스킷, 보우건, 핸드건 등의 무기들을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총구에서 탄이 발사될 때 뿜어져 나오는 연기 묘사,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 소리등 세세한 부분까지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모든 액션을 초당 60프레임의 HD그래픽으로 구현해 아주 부드럽게 연출되는데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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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더욱 세밀해진 묘사와 사운드가 게임의 재미를 높여준다
조작감도 원작에서의 키보드와 마우스 컨트롤에 못지 않은 현란한 움직임을 가능케 했다. 유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해 게임 화면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움직임과 각기 다른 커맨드로 구현된 스킬을 능숙하게 사용(콤보)하기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캡콤의 대전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를 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처음엔 커맨드 입력이 어색하고 실패도 많이 하겠지만, 레벨이 오르고 차츰 익숙해지면서 자신만의 콤보를 만들어 보는 재미는 원작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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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드로 발동 가능한 스킬, 격투 게임과 유사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식에만 신경 쓴 탓일까? 새로운 요소는 없다
소제목 그대로다. ‘던전파이터’ 는 원작과 다른 새로움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스킬, 무기 및 방어구가 추가된 것도 없이 원작의 데이터만 그대로 옮겨왔을 뿐이다. 물론 오즈마가 연관된 오리지널 스토리와 신규 NPC가 등장하긴 하나,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직접적으로 원작에 없는 새로운 요소라고 꼽을 시스템은 전무하다.
무엇보다 ‘던전파이터’ 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에 크게 실망했는데, 대표적으로 루팅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임 내 유물 및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두고 ‘먹는 사람이 임자’ 식으로 운영되어, 아이템을 두고 유저들끼리 경쟁하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단순히 원작보다 고가의 아이템이 드랍될 확률이 높다는 점 하나로 위안을 삼긴 부족하다. 또한 던전에서의 강제퇴장(강퇴) 기능도 지원하지 않아 파티에 참여한 유저 중 한 명이 잠수 플레이(통칭)로 전환하게 되면 강제로 마을로 돌아가는 것 외엔 진행할 방법이 없는 등 비매너 유저들로부터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던전 플레이의 아쉬움은 또 있다. 캐릭터가 마지막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공격 판정(평타, 크리티컬)에 따라 화면 왼쪽 및 오른쪽에 일러스트로 제작된 컷 인이 펼쳐진다. 게임에서는 컷 인의 존재를 마지막 몬스터가 처리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는데, 사실 몬스터 전멸은 맵의 처음과 끝에 자리한 문의 개방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문은 몬스터가 생존해 있으면 아무 빛도 내지 않고 굳게 닫혀있고, 전멸하게 되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만큼 빛을 내며 닫혔던 문이 개방된다. 굳이 컷 인으로 확인할 필요성이 있나 싶다. 여기에 게임 설정에서 컷 인 연출의 ON/OFF가 불가능해 강제적으로 똑같은 연출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며, 불필요하게 플레이 시간을 잡아먹는 애물단지로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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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킬시 적용되는 컷 인 연출, 불필요하게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지 않나 싶다
여기에 짧지만 수시로 표시되는 로딩 및 검은 화면에 게임이 점점 지루해진다. 로딩은 크게 마을에서 던전으로의 진입, 난이도를 선택해 던전 내로 진입, 던전 내에서 다음 맵으로 이동 등 대부분에서 표시된다. 이처럼 도중에 끊기는 듯한 느낌이 잦아지다 보니 맥이 빠진다. 이는 원작도 동일한 부분이지만 PC와 콘솔에서의 인터넷 속도 차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게이머의 성미를 고려할 때 오래 견디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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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잦은 로딩과 검은 화면이 게임의 맥을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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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크기 및 창의 사이즈도 작아 읽기 불편하다
마지막으로 TV앞으로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빈번해 몸도 덩달아 피곤해진다. 이유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텍스트의 크기가 너무 작아 무슨 내용인지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힘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퀘스트창의 사이즈도 작게 제작되어 내용을 파악하는데 있어 읽기 불편하다.
‘던전파이터’ 는 전체적으로 너무 원작과 유사한 게임 플레이 감각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새로움(콘텐츠)이 적다. 물론 원작과 많은 부분들이 유사해 플레이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이내 원작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패드를 내려놓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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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유사한 플레이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새로움을 많이 포기한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