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유저가 레전드 오브 룬테라 해보니
2020.02.10 20:1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24일부터 공개테스트에 돌입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 기반에, 게임에 등장하는 주요 챔피언이 카드로 등장한다. 챔피언을 중심으로 덱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유저와 맞대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는 대표적인 라이벌로 자리하고 있으며, 레전드 오브 룬테라 역시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하스스톤이 직접적인 경쟁작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공개 직후 유저 사이에서 ‘롤스스톤’이라 불릴 정도로 하스스톤과의 대결 구도에 시선이 집중됐다. 자연스럽게 원작 매력을 얼마나 잘 녹여냈을지, 하스스톤과 다른 면모가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 관심을 보일 유저도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롤을 오래 즐겨왔거나, 롤이 좋아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시작한 유저다. 또 하나는 롤은 많이 안 해봤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인 카드 게임으로 손꼽히는 하스스톤을 꾸준히 즐겨온 유저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한 유저 입장에서는 얼마나 원작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을지, 하스스톤 유저 입장에서는 하스스톤을 위시한 다른 카드 게임과 다른 재미를 지니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에 게임메카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롤을 좋아하는 유저, 그리고 하스스톤을 오래 해온 유저라는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우선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 입장에서 살펴본 후, 하스스톤 유저 시각에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조명했다.
친숙한 챔피언은 좋지만 배울 게 너무 많다
우선 롤 유저 시선에서 본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카드 게임임에도 롤을 하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난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2개 지역 카드를 조합해 덱을 꾸릴 수 있으며 덱 중심에는 챔피언이 자리한다. 여기에 각 챔피언은 한층 더 강력한 카드로 진화하는 레벨업이 있다. 다시 말해 챔피언과 챔피언 조건에 어울리는 카드로 덱을 구성하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전략을 완성시키는 설계의 맛이 있다.
여기에 각 챔피언이 지닌 특성과 레벨업 조건은 모두 다르지만 롤에서 맡았던 역할이나 특징에 부합한다. 예를 들어 롤에서도 ‘거미’를 주로 사용하는 앨리스는 필드에 출격하면 거미 하나를 소환하고, 거미가 셋 이상 있으면 더 높은 공격력을 지닌 거미로 변신한다. 여기에 거미 카드는 대부분이 소환에 필요한 마나가 적고, 다른 거미를 불러내거나 거미에 추가 능력치를 주는 카드다. 소위 거미 덱이라 부르는 앨리스 중심 덱은 한 방이 강하지는 않지만, 초반부터 조금씩 몰아치는 맛이 있다.
이 외에도 공격력은 없지만 체력이 높고, 매 턴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브라움은 롤에서도 적 공격을 버텨내며 아군을 지켜주는 탱커헝 서포터로 활동하며, 티모는 원작에서도 악명 높은 버섯을 적 덱에 꾸준히 깔아준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챔피언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앞세워 나는 물론 적이 가진 챔피언 능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챔피언 특성이 롤과 유사하다는 점은 게임을 오래 즐겨온 팬 입장에서 반가운 부분이다.
여기에 주요 챔피언에 대한 조건을 완료해 카드를 키워나가는 부분은 스노우볼을 굴려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앞서 이야기한 앨리스를 중심으로 한 거미 덱의 약점은 한 방이 약하다는 것인데, 이를 다리우스로 보강할 수 있다. 다리우스는 적 넥서스 체력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공격력 10을 지닌 카드로 진화하는데다, 적 체력보다 높은 만큼 넥서스에 피해를 입히는 ‘압도’ 키워드가 붙어 있다. 이를 통해 초중반에 앨리스 및 거미로 넥서스 체력을 갉아먹은 다음에 다리우스로 후반에 강력한 한방을 꽂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쉬운 게임은 아니다. 특히 카드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유저가 즐길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라도 주요 규칙 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공격과 방어가 한 턴에 서로 카드를 내는 플레이 방식도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카드 게임으로 통하는 하스스톤과는 다르며, 주문도 유닛 카드와는 동시에 낼 수 없는 집중, 유닛 카드와 별개로 쓸 수 있지만 적이 대응할 수 있는 신속,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즉발로 구분된다.
이 외에도 이번 라운드에만 일시적으로 쓸 수 있는 유닛 카드 ‘하루살이’, 이번 라운드에 쓰지 않으면 버려지는 일회용, 새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체력을 회복하는 재생, 유닛이 피해를 입는 만큼 넥서스 체력이 회복되는 체력 흡수 등 카드마다 붙은 키워드도 다양하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설계의 맛’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친숙한 챔피언이 덱 중심을 이루고, 원작 특성이 많이 느껴지지만 카드 게임을 안 해본 유저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아서 이를 넘는 게 쉽지 않다.
무작위성을 줄인 카드 게임 종합 세트
반대로 하스스톤을 오래 즐겨온 유저 입장에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하스스톤과도 사뭇 다르다. 하스스톤보다는 정통 TCG로 손꼽히는 매직: 더 개더링하고 기본적인 규칙과 플레이 방식이 유사하다. 공격과 방어가 한 라운드에 유닛과 주문 카드를 번갈아가며 내는 방식에, 상대 유닛 카드를 보며 대응할 카드를 고를 수 있다는 점, 상대 주문에 바로 카운터를 걸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 카드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섀도우버스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라운드가 넘어갈 때마다 마나가 늘어나고, 이 마나를 토대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하스스톤과 비슷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마나를 3개까지 저장하고, 이를 주문 카드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부분이다. 여기에 하스스톤은 규칙이 쉬운 대신에 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느낌이 강한데,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 주목할 점은 무작위성을 최대한 낮췄다는 것이다. 카드 효과나 주문 대부분이 원하는 타깃을 선택하는 것이라 결과가 운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적다.
여기에 앞서 말했듯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챔피언 및 이에 맞는 카드 여러 장을 조합해,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가며 판 전체를 설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챔피언 중심으로 전략을 완성해가는 맛도 쏠쏠하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버티는 것도 가능하고, 초반에는 맞아가면서 힘을 비축한 후 후반에 몰아치는 ‘왕귀형’까지 생각하는 테마에 딱 맞는 덱을 꾸려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하스스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매직: 더 개더링보다 쉬운 규칙에, 워크래프트라는 친숙한 원작을 더해서다. 여기에 워크래프트는 기존 시리즈에 이어 깊이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세계관 및 스토리를 깊이 알고 있는 국내 유저가 많았다. 와우에서 봤던 주요 캐릭터가 어떠한 영웅으로 나오는지, 주요 스킬과 무기는 어떻게 카드로 녹여냈는가가 색다른 재미로 떠올랐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도 원작 자체는 친숙하며, 롤 특성도 잘 녹여냈다. 다만 하스스톤만큼 쉽지는 않다. 하스스톤과는 ‘카드 게임’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워 새로 배울 부분이 많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언제 어떠한 카드를 낼 수 있는지도 헤매게 된다. 아울러 롤을 잘 알고 있다면 챔피언 특성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롤을 하지 않은 유저라면 익숙하지 않은 특성을 외워가며 해야 되기에 어려움이 배가된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하스스톤과는 다르며 카드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도 충실하다. 다만 국내의 경우 하스스톤으로 카드 게임에 처음 입문한 유저가 많다. 이러한 유저에게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차별화는 확실하지만 하스스톤 대신 해보자는 생각에 도달하기에는 다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 입장에서도, 하스스톤 유저 입장에서도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