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 게임사 되려는 엔씨, 퓨저가 도화선 되나?
2020.03.26 16:49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엔씨소프트 올해 최대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작년 엔씨소프트 연 매출은 2018년보다 1% 감소한 1조 7,012억 원이며 이 중 해외 매출 비중은 22%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각각 72%, 64%에 달하는 넷마블, 넥슨과 비교하면 해외 매출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이며, 리니지2M 흥행에도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더 큰 성장을 원한다면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택진 대표 역시 지난 25일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진출 의지를 재차 피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만한 내용은 콘솔이다. 김 대표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도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라며 “콘솔 게임 여러 개를 준비 중이며, 새로운 장르 게임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김 대표가 언급한 ‘콘솔 게임’에는 프로젝트 TL 등 자체 개발작과 함께 해외에서 준비 중인 신작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젝트TL의 경우 아직 첫 테스트도 진행하지 않은 데다 자체 개발작에 대한 내부 허들이 높은 편인 엔씨소프트 개발 스타일상 게임이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점에 눈길을 끄는 게임이 있다. 자체 개발작은 아니지만, 서양 시장에서 리듬 게임 장르에 높은 인지도를 지닌 미국 개발사와 손을 잡은 퍼블리싱 타이틀이 존재한다. 올해 가을 북미와 유럽 출시를 예고한 하모닉스 신작 ‘퓨저(FUSER)’다.
3월 초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게임쇼 PAX EAST를 통해 처음 공개된 ‘퓨저’는 여러 음원을 섞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는 재미를 앞세운 DJ 게임이다. PC와 함께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까지 3대 주요 콘솔로 출시되는 멀티플랫폼 게임이며, 퍼블리싱은 엔씨소프트 북미법인 엔씨웨스트가 맡는다.
이러한 퓨저의 특징과 김택진 대표의 발언을 함께 생각하면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김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의 콘솔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퓨저의 경우 그간 엔씨소프트가 집중해온 MMORPG가 아닌 리듬 게임이며, 주요 콘솔로 발매되고, 서양 시장을 첫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엔씨소프트 올해 모바일 글로벌 시장 진출 선봉장이 리니지2M이라면, 콘솔 쪽은 퓨저가 선두에 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길드워 2 성공 노하우, 퓨저에도 이어질까?
엔씨소프트가 서양 진출을 목표로 현지 개발사와 손을 잡은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에 북미, 유럽에 출시됐던 길드워 2다. 길드워 2는 엔씨웨스트 자회사이자 북미 개발사인 아레나넷이 개발했다. 길드워 2 성과는 2012년 엔씨소프트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길드워 2는 2012년 8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관련 실적이 반영된 그해 3분기 엔씨소프트 북미 매출은 전 분기보다 411%, 유럽은 2,877%가 증가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3분기 전체 매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 전 분기와 비교하면 30%에서 45%로 뛰어올랐다.
이를 토대로 생각하면 북미 개발사와 손을 잡고 신작을 안착시키는 엔씨웨스트 퍼블리싱 역량은 실전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다만 서양 시장에 어필할 신작으로 그간 주력해온 MMORPG가 아닌 리듬 게임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엔씨웨스트 윤송이 CEO는 하모닉스와의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알린 2018년 8월 당시에 “이번 파트너십은 PC, 모바일 MMORPG를 넘어 새롭고 혁신적인 타이틀을 선보이려는 엔씨소프트의 포부을 나타낸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언급한 김택진 대표의 발언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리니지M, 리니지2M은 물론 현재 공개된 엔씨소프트 자체 개발작은 모두 자사 IP를 기반으로 한 MMORPG다. 이는 PC, 콘솔 출시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 TL도 마찬가지다. MMORPG 개발력 및 서비스 역량은 인정할만한 부분이지만 자사 IP MMORPG에 쏠림이 심한 것은 개선과제로 떠오른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MMORPG가 아닌 장르에서 뚜렷한 성공 사례를 낸 경험이 부족하고, 특히 콘솔 게임에 대해서는 도전자에 가깝다. PC와 모바일에서 콘솔로, MMORPG에서 비 MMORPG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영역에 나아가려는 이 시점에 타 장르 및 콘솔 경험이 많은 동반자와 함께라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모닉스는 최적의 파트너다. 올해 창립 24년을 맞이한 리듬 게임 개발사이며 2001년에 PS2로 나온 프리퀀시를 시작으로 기타 히어로, 락밴드, 댄스 센트럴 등 서양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리듬 게임 시리즈 다수를 배출한 바 있다. 특히 2005년에 발매된 기타 히어로는 해외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비평가 점수 91점을 기록할 정도로 준수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김택진 대표가 앞세운 목표는 ‘글로벌 종합 게임사’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그는 “PC에서 모바일로, 더 나아가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종합 게임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듬 게임 신작 ‘퓨저’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퓨즈(Fuse)에는 도화선이라는 뜻도 있다. 과연 퓨저가 콘솔 경계 넘기에 도전하는 엔씨소프트 행보에 불을 붙여줄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3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4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5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6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7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8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9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10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