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체험기, 우주 여행은 로딩으로 대체한다
2023.09.01 17:34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정말 많다. 지금까지 기자가 플레이 한 게임만 ‘아우터 월드’, ‘FTL’, ‘매스 이펙트 시리즈’ 등인데, 대부분 게임은 우주 여행과 행성 탐험이 양립하지 않았다. 아우터 월드는 우주 비행이 불가능했고,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단순 우주 비행은 가능하지만 스토리와 관련 없는 행성은 탐험할 수 없거나 자원 채취와 스캔만 가능했다.
2023년 최고 기대작인 ‘스타필드(Starfield)’는 우주 비행과 행성 탐험, 둘이 공존하는 게임이 될 것으로 보였다. 행성 탐험은 그간 폴아웃과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축적된 오픈월드 개발력으로 제작할 테니, 여기에 우주 비행만 더하면 좋은 SF 우주 게임이 탄생할 것 같았다. 그리고 1일 스타필드 앞서 해보기가 시작된 뒤 2~3시간 가량 게임을 플레이 했고, 예상과 다른 우주 비행 파트에 다소 당황했다.
첫인상은 다듬어지고 발전한 '스카이림'과 '폴아웃 4'
스타필드 첫인상은 상당히 다듬어지고 깔끔해진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하 스카이림)’과 ‘폴아웃 4’를 보는 것 같았다. 게임을 시작하고 튜토리얼을 마치면, 세련된 캐릭터 제작 창이 반겨준다. 이번에는 심지어 치아까지 설정할 수 있어, 더 세세한 부분까지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었다. 다만 목소리는 선택할 수 없었고, 게임에서도 플레이어 캐릭터 음성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후 캐릭터 배경과 특성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배경은 플레이어 출신 스토리와 시작 스킬을 정하고, 특성은 장단점이 공존한다. 재미있는 특성으로는 드림 홈(집을 가진 채로 게임을 시작하지만, 큰 빚을 지고 이자를 갚아야 한다)이나 히어로 워십(플레이어를 귀찮게 쫓아다니는 아도링 팬이 생기지만, 대신 아이템을 준다) 등이 있었다. 특히 아도링 팬은 위트 있으면서, 베데스다 팬의 미소를 이끌어낼 만했다.
그리고 직후 우주 해적과 전투를 벌이는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적을 처리하면 그들이 사용하던 총기와 탄약을 챙길 수 있었다. 총기 생김새가 세련되어 초기 무기임에도 멋있게 보였고, 소리나 피격음이 확실해 타격감이 좋았다. 스카이림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근접무기 타격감도 스타필드에서는 상당히 훌륭했다.
여기에 더해 편의성을 위한 시스템이 다수 추가됐다. 스캐너 시스템이 생겨 상호작용 가능한 물품을 표시해주는데, 어떤 물건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았던 베데스다 전작들과 비교해 편했다. 또 높은 곳을 오르거나 난간을 손 짚고 넘어가는 파쿠르 기능이 생겼으며, 점프하면서 근접 공격과 사격이 가능해졌다.
우주 여행은 로딩화면으로 대체한다
베데스다 전작 향수를 느끼며 비행선에 탑승한 뒤부터,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우주선 튜토리얼을 진행할 때 까지는 좋았다. 전력을 총과 실드, 엔진에 배분하는 시스템은 FTL이 떠올라 전략적으로 느껴졌고, 적 함선과 전투는 약간 답답한 우주선 조작감과 맞물려 상당히 스릴있게 느껴졌다.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은 적을 물리치고 전리품을 획득할 때였다. 분명 꽤 먼 거리를 비행해 전리품을 습득했는데 먼 행성과 거리가 전혀 변하지 않았고, 모든 전리품 획득 후에도 배경이 그대로였다. 이후 다음 행성으로 갈 때 빠른 이동을 사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으나, 우주를 누비고 싶었기 때문에 직접 비행선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약 30분이 넘는 비행에도 주변 배경이 바뀌거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없었고 눈에 보이는 행성과의 거리도 그대로였다. 결국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해 빠른 이동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아 근처 우주로 이동이 제한되는 느낌이다.
행성 착륙은 더 심각했다. 퀘스트 마커가 표시된 장소로 아무리 이동해도 행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고, 대기권에 진입하는 것도, 우주선으로 행성을 돌며 원하는 곳을 찾는 것도, 직접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행성에 착륙하기 위해선 게임 지도 창에서 지정된 장소를 정하고, X키를 누르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야만 한다. 물론 튜토리얼 안내로 행성 착륙은 지도 창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헷갈릴 염려는 없다. 하지만 우주선이 있고 우주 비행을 지원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수동 조작으로 행성에 착륙하는 것을 기대하게 되기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기자는 뉴 아틀란티스에 착륙하라는 퀘스트를 받았을 때, 오기가 생겨 어떻게든 수동으로 착륙하기 위해 계속해서 행성 방향으로 비행선을 운전했다. 그렇게 20분이 넘게 행성 방향으로 직진했지만, 행성과 거리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아 게임이 멈췄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문득 뉴 아틀란티스 지역에 진입했을 때 보이던 함선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다시 빠른 이동으로 지역에 돌아오자, 함선들이 다시 등장했다. 결국 스타필드의 우주는 빈 공간이고, 행성과 별은 그저 배경이라는 결론만 얻을 수 있었다.
기자가 플레이한 2~3시간은 스타필드를 모두 클리어 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교하면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을 더 진행하다 보면 함선으로 지역 이동하는 기능이 생기거나, 우주 비행을 주제로 한 스테이지가 등장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시스템이나 요소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전 접속 첫 날 체험한 스타필드는 충실한 베데스다 향취가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광활한 행성과 대지는 탐험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기와 방어구 외형이 세련되고 멋있었고, 훌륭한 타격감 덕분에 초반부 전투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주는 베데스다에서 자랑한 현실성 넘치는 장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비행선을 타고 이곳 저곳 여행하는 것을 기대했다면, 스타필드는 기대에 부합하는 게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