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플래닛 3, 전략과 액션이 실종된 '그냥' 슈팅 게임
2013.09.06 17:37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 지난달 30일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된 액션 TPS 게임 '로스트플래닛' 시리즈 최신작 '로스트플래닛 3'
캡콤의 액션 TPS 게임 '로스트플래닛' 시리즈 최신작 '로스트 플래닛 3'이 지난달 30일 PC, PS3, Xbox360으로 정식 발매됐다.
'로스트 플래닛 3'은 시리즈 최초 외주 개발팀이 제작을 맡았으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로 기획됐다. 혹한의 환경 속에서 에이크릿(크리처)과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작과 두드러지는 연계성(스토리)은 미비해 사실상 별개의 작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프리퀄'이라면 전작의 느낌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새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노력한 흔적이 거의 없었고 더욱이 답답한 게임성까지 여실히 드러내 장점보다는 단점만 꽃피웠다. 가장 큰 문제는 액션게임임에도 '액션'의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다.
▲ '로스트 플래닛 3' 런칭 트레일러
막무가내 총질,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 진행 방식까지
‘로스트 플래닛 3’은 TPS 장르의 게임이다. TPS는 엄폐(혹은 은폐)를 기본으로, 쏘고 피하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3박자가 핵심이다. 하지만 게임은 오로지 쏘는 재미에만 충실했다. 게임 속 전투의 대부분이 그저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쓰러뜨리는 방식으로만 전개돼, 피하고 전략을 짜는 재미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 전략적인 플레이? 그런건 없다, 그저 쏟아지는 적을 쏘고 또 쏴라
일반적으로 게이머는 TPS 게임을 즐길 때 엄폐가 가능한 구조물이 어디에, 그리고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촉각을 세운다. 원활한 진행 및 생존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스트 플래닛 3’은 엄폐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의 필드에서 이동 및 전투가 벌어질 때가 더 많다. 심지어 엄폐전에서도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물도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적들 역시 엄폐물을 활용하기보다 단순히 달려들어 공격하는 개체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게임 내 엄폐물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 대개 근접 공격을 감행하는 적들로 인해 사실상 엄폐물은 있으나마나
엄폐물을 두고 정면돌파냐 혹은 우회 타격을 감행하는가? 등, 여타 TPS 게임처럼 전략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로스트 플래닛 3’은 단순히 적과의 전면전에서 ‘쏘는 재미’ 하나밖에 추구하지 않은 셈이다. 앞서 설명한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만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TPS임을 고려할 때, 쏘는 재미 외 나머지 두 개를 버렸으니 갈수록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출몰하는 에이크릿의 개체도 10개 안팎으로 그리 많지 않다. 초반까지는 새로운 타입의 적이 속속 등장해 긴장감을 더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같은 개체의 적만 중복으로 등장해 스토리의 진전은 있으나 전투 자체의 재미가 점점 고조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 여기에 에이크릿의 개체도 다양하지 못해 중반 이후부터는 같은 타입만 중복해서 쏟아진다
더욱이 캐릭터가 사용하게 되는 무기의 종류 역시 매우 적다. 사용 가능한 무기가 권총, 샷건, 라이플, 스나이퍼 라이플, 보우건, 그리고 투척 가능한 수류탄이 끝이다. 많은 무기를 교체하며 사용하는 재미가 없거니와, 무기 개조 역시 탄창 개수를 늘리는 정도에 그친다. 이 같은 개조가 외형이나 성능에서 큰 차이가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무기에 따른 액션의 변화도 느껴볼 수 없다.
▲ 사용 가능한 무기는 권총, 라이플, 스나이퍼 라이플, 샷건, 보우건, 그리고 수류탄으로 굉장히 적다
이 밖에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를 지향했지만, 특정 지역에 벗어날 때 발생하는 월드 로딩이 길고 또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필드 역시 각기 다른 느낌이 아닌, 구조물의 위치나 면적(크기)의 차이뿐이라 솔직히 오픈월드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위압감은 잠깐, 일반 몹보다 손쉬운 '덜덜이' 보스
‘로스트 플래닛 3’에서 보스전은 총격전으로 진행되는 TPS 파트와 UR(메카닉) 탑승 후 1인칭 시점의 액션 파트로 나뉜다. 3인칭 시점에서는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긴장감이 높고, 1인칭 시점에서는 로봇 특유의 육중한 공격 등 서로 다른 느낌의 액션을 즐길 수 있다.
▲ 전투는 3인칭 시점에서 즐기는 TPS 파트와
▲ UR 탑승 시엔 1인칭 시점으로 분류된다, 인터페이스도 달라지는 것이 특징
자세한 설명에 앞서 에이크릿은 크기에 따라 주인공과 비슷하거나 좀 더 크면 중소형, 그리고 수십 배 이상 거대한 에이크릿은 보스로 분류할 수 있다. 등장과 함께 뿜어내는 보스들의 위압감은 상당한데, 압도적인 크기도 크기지만 공격할 때마다 주변 지형지물이 부서지거나 폭발 효과도 발생한다. 이는 일반 소중형 에이크릿과는 차별화된 카리스마를 보여줘 인상 깊다. 그렇지만 UR으로 보스전을 진행하면 적의 공격을 흘리고 반격해 제압하는 뻔한 패턴만 반복돼 전투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 크기와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거대 에이크릿(보스), 하지만 실상은 가장 약한 존재?!
여기에 보스의 공격 및 반격 가능한 타이밍을 게임 화면에 친절하게 표시해놔, 보스전이 게이머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시된 대로 따라서 하면 되는 이벤트에 가깝다. 이런 단조로움을 줄이고자 게임 내 UR 전용의 새로운 액션을 배울 수 있도록 상점을 추가했지만, 실제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해당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보스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것은 결국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버튼 액션뿐이라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보스의 공격 동작이 워낙 커 회피 타이밍 파악이 쉽고, 동작에 따라 어떤 공격일지 훤히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더 높은 난이도나 중후반으로 갈수록 변칙 공격을 구사하는 보스도 등장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패턴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중반을 넘기면 보스가 물량으로 승부하는 중소형 에이크릿들보다 쉽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즉 크기에 따른 보스의 위압감은 잠깐이고, 실상 가장 약한 존재나 다름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로스트 플래닛 3’에서 호평할 수 있는 건 배경 그래픽 정도다. 혹한의 환경을 자랑하는 행성 EDN-3에서는 불안정한 기상 상태로 인해 눈보라가 발생하거나 주변이 어두워지는 등의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또 지역에 따라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거나 마그마로 끓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실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해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감상하기도 좋다. 다만 이러한 환경 요소가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눈요기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다.
▲ 갑작스런 눈보라나 어둠이 깔리는 등 기상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행성 EDN-3
▲ 역대 가장 사실적으로 배경을 묘사해 잠시 플레이를 멈추고 감상하기도 좋다
다만 이러한 환경 요소가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쉬울 따름
액션게임에 중요한 ‘액션’이 없는 게임
외주 개발사에게 게임을 맡긴 것이 문제였을까? ‘로스트 플래닛 3’은 쏘고 피하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TPS의 기본적인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한 단조로운 총격전, 여기에 이벤트에 가깝게 묘사해 가장 약한 존재로 전락시킨 긴장감 없는 보스전까지, 액션게임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요소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역대 가장 사실적인 배경 그래픽을 자랑해 차라리 그 노력을 게임성에 쏟았으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안타깝다. 어쨌든 가장 기본적인 액션 요소도 충족시키지 못한 ‘로스트 플래닛 3’는 액션게임임에도 ‘액션’의 재미가 없는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