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소울 3 최초 체험기 "쉬워졌을 줄 알았더니"
2015.06.17 18:43게임메카 E3 특별취재팀
‘다크 소울’ 시리즈는, 제목만 들어도 ‘극악의 난이도’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게임이다. 하지만 어렵기만 한 건 아니라, 확실한 마니아층도 존재한다. ‘다크 소울’만의 묵직한 손맛과 음울한 판타지 세계관이 합쳐져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 덕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크 소울 3’ 루머를 처음 접하고 기대감을 표시했을 것이다.
그 루머는 사실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최한 E3 2015 사전 컨퍼런스에서 ‘다크 소울 3’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다크 소울’ 원년 디렉터인 미야자키 히데타카도 복귀했다. 그가 올해 초 ‘블러드본’으로 유저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던 만큼, ‘다크 소울 3’도 그에 걸맞는 모습으로 출시될지 궁금해졌다. ‘이번에는 전작보다 더 어려울까?’하는 궁금증 말이다.
그 호기심을 반다이남코가 E3 2015에서 진행한 비공개 세션에서 풀 수가 있었다. 세션에서는 기본적인 게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뒤이어 데모 버전이 제공됐다. 30분가량 진행된 이번 데모에서는 강화된 무기 특성과 전투 시스템이 돋보였으며, 마지막에는 보스 중 하나인 ‘댄서’를 경험할 수 있었다.
▲ '다크 소울 3'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반다이남코 공식 유튜브 채널)
전투에 내리쬐는 희망 한 줄기 ‘준비자세'
‘다크 소울 3’는 전작의 어두운 세계관과 무게가 잔뜩 실린 전투를 그대로 계승한다. 캐릭터 걸음이 느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다른 게임들처럼 속도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칼을 휘두르는 모션도 날렵하기보다는 육중하다. 그 덕인지 특유의 손맛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역시 변하지 않았군’이라는 안도감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준비자세’가 도입된 것이다. 준비자세는 특정 무기를 장착하면 취할 수 있는 자세로, 보통 일반 공격보다 더욱 강력한 일격을 원할 때 사용한다. 때로는 적이 방어 태세여도 이를 뚫기도 한다. 또, 준비자세인 상태로 적이 다가올 때까지 대기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적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먼저 보고, 공격이냐 회피냐를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웬만한 일반 몬스터가 타 게임 중간 보스급으로 강한 ‘다크 소울 3’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시스템이다. 전작에서는 적이 움직이면 그와 동시에 행동 양식을 골라 대처해야 했는데, 이제는 다른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 그렇다고 적들이 가만히 당하고 있는건 아닙니다
▲ 준비자세를 할 떄도 역시 방패는 필수
준비자세 효과는 무기마다 다르다. 롱소드를 장착하면 적을 공중에 올려치거나, 횡으로 크게 베는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그레이트소드는 좀 더 넓은 범위를 벨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양손무기인 시미터를 사용하면 빙글빙글 돌면서 범위 내 한 명 이상의 적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적이 급작스레 무더기로 몰려와도 좀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쉽지는 않다. 전작 전투가 꿈과 희망도 없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희망 정도는 선뜻 내어주는 정도랄까. 다만, 그 희망을 어떤 사람이 잡느냐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진다.
준비자세를 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행여 준비자세를 잡는 동안 적이 갑작스레 날 공격한다면 별다른 효용도 없다. 오히려 적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된다. 즉, 빠른 상황 판단력과 유연한 손가락이 바탕이 되어야 빛을 발하는 기술인 셈이다.
쉬워졌을 줄 알았더니
사실, 준비자세를 보고서 ‘다크 소울 3’는 전작에 비해 조금 쉬울 거라는 기대가 생겼었다. 적이 언제 칼을 휘두를까 노심초사하며 뒷걸음치지 말고, 일격을 가하면 될 것 같았으니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들 계속 몰아치는 강타를 이겨낼 만한 몬스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초반에 등장하는 적이 그나마 약했을 뿐, 게임을 진행할수록 몬스터들이 점점 지능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보스방으로 가기 전 만나는 기사 두 명중 하나는 창으로 4연타를 한다. 그리고 검을 쥔 기사가 뒤에서 준비자세를 취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다른 곳에서 마주치는 에인션트 스톤 드래곤은 캐릭터 위치를 따라가면서 브레스를 쏜다.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니,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 이 녀석이 에인션트 스톤 드래곤
보스는 더 악랄하다. 이번 데모 버전의 최종 보스인 ‘댄서’는 좁은 회랑을 날아다니며 곳곳에 불을 쏘고, 근접 공격도 가한다. 불을 피해도, 카펫에 붙은 불이 지속 대미지를 준다. 약점 파악도 쉽지 않아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도망 다녀야 한다. 데모 스테이지 보스가 이 정도인데, 2016년 초에 나오는 정식 타이틀에는 어떤 몬스터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됐다.
그러나, 이들도 다 나름의 공략법이 있다. 기사 2인조는 잡는 순서가 따로 있고, 에인션트 스톤 드래곤의 브레스를 피하는 방법도 몇 번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파악 가능하다. 그 길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점이 ‘다크 소울’의 매력이다. 끝없이 부딪히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히데타카 디렉터의 표현처럼 ‘납득 가능한 어려움’인 셈이다.
▲ 적절히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가면서, 몇 번이나 죽는지 카운트다운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