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탐방] E3에 열광했던 6월, Xbox 매장에는 한숨만
2017.07.03 13:44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지난 6월 게이머를 두근거리게 만든 것은 단연 ‘E3 2017’이다. 세계 굴지의 게임사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여 신작의 정보를 쏟아내니, 밤 잠 설치는 날이 이어졌다. 기자 역시 한 명의 게이머로서 흥미진진한 한 달을 보냈다. MS가 내놓은 강력한 콘솔 ‘Xbox One X’가 선보인 4K 게이밍에 감탄했고, 소니 컨퍼런스에서 등장한 ‘몬스터 헌터 월드’에 열광했다. 게이머들에겐 즐거운 한 달이었다.
그러나 매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E3 2017에서 실제로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될 법한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같은 게임쇼를 두고도 게이머와 매장 간 온도 차가 발생한 셈이다.
게임메카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직접 매장을 찾아 콘솔게임의 방향을 제시한 올해 ‘E3’에 대한 반응을 살펴 보았다. 찾아간 매장은 용산 게임몰, 동서게임, 나진전자상가, 국제전자센터 CD마을, 그리고 상호를 밝힐 수 없는 3개 매장이다.
▲ 국내 Xbox 공식 총판인 동서게임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용산 게임몰 등을 찾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너무 고통스럽다” 게임 기근에 시달리는 Xbox One
2017년 들어 Xbox 진영은 유례없는 게임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콘솔을 구매하는 큰 요인 중 하나인 ‘독점작’ 맥이 끊긴 것이다. Xbox One에서 즐길 수 있는 독점 신작은 2월 발매된 ‘헤일로 워즈 2’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4개월이 지난 6월까지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E3 2017’에서도 게이머 눈을 잡아 끄는 신작은 거의 없었다. MS가 이번 E3에서 집중했던 것은 바로 신형 콘솔 Xbox One X다. Xbox One X는 기존 Xbox One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소니의 PS4 Pro와 같은 일명 ‘8.5세대 콘솔’이다. PS4 Pro보다 발매가 늦은 만큼 성능은 뛰어나다. 이를 통해 네이티브 4K 게이밍은 물론, VR도 기본 지원할 예정이다.
▲ 강력한 성능의 Xbox One X, 즐길 게임이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문제는 이 강력한 콘솔로 해보고 싶은 게임이 없다는 점이다. MS는 E3 컨퍼런스를 통해 총 42종의 게임을 소개했지만, ‘메트로: 엑소더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앤썸’ 등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은 타이틀은 PS4에서도 즐길 수 있다. 공개된 독점작 22종도 마찬가지다. 여러 작품이 공개됐지만, 그 중에서 AAA급 타이틀이라 부를 법한 것은 ‘포르자 모터스포츠 7’ 정도다. 여전히 ‘게임 기근’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Xbox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
이에 매장에서는 크게 낙담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Xbox One X 출시가 해외보다 늦다는 악재가 겹쳤다. MS는 오는 11월 7일 Xbox One X를 론칭하겠다 밝혔지만, 국내 발매 일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에 국내 Xbox 공식 총판인 동서게임에서는 “Xbox 신형 하드웨어가 나온 것은 반갑다. 하지만 출시되기 전까지가 너무 고통스럽다. 실적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타이틀은 10월 출시될 ‘포르자 모터스포츠 7’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즉, 매장 입장에서는 앞으로 4개월은 더 타이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포르자 모터스포츠 7'만이 희망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멀티플랫폼으로 나오는 대작도 힘을 못 받는 것이 사실이다. PC나 PS4에 비하면 Xbox One의 보급률이 낮은 탓이다. 6월 기대작이던 ‘철권 7’은 Xbox One으로도 발매됐지만 대부분의 게이머가 PC나 PS4판을 찾았다. 한 매장 관계자는 “Xbox One용 ‘철권 7’은 한 달간 30장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다른 플랫폼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 ‘Xbox 360 하위호환’이다. 많은 Xbox One 사용자가 과거 명작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동서게임과 CD마을 관계자 모두 “Xbox 360으로 나왔던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2’를 찾는 사람이 많다. 나온 지 좀 된 게임인데, 하위호환이 발표되며 입소문을 탄 것 같다. Xbox One으로 발매된 타이틀보다 성적이 좋다”고 전했다. Xbox One 타이틀의 부진을 하위호환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 Xbox One 타이틀보다 잘 나간다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철권과 페르소나로 체면치레한 PS4
Xbox One과 달리, 2017년 상반기 내내 PS4는 풍부한 타이틀 라인업을 자랑했다. 그러다 보니 PS4 하드웨어를 찾는 발걸음도 많았다. 게임과 콘솔 기기의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그래서 매번 PS 전문 매장을 찾으면 좋은 소식이 있었다.
6월에도 마찬가지다. PS4 진영은 ‘철권 7’과 ‘페르소나 5’라는 기대작을 앞세웠다. 여기에 월말에 발매된 게임도 있었다. 사실적인 레이싱 경험을 담은 ‘아세토 코르사’나 ‘남심’을 사로잡는 ‘섬란 카구라 PEACH BEACH SPLASH’가 어느 정도 성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였다.
▲ 기대작 '철권 7'과 '페르소나 5'는 성적에 기여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매장에서는 기대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철권 7’과 ‘페르소나 5’를 제외한 다른 게임들의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여기에 하드웨어 판매량도 다소 주춤했다. ‘플레이 오브 데이즈’ 이벤트를 기념해서 골드, 실버 색상의 PS4가 출시됐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미 인기 타이틀이 포함된 ‘빅히트 번들’이 많이 팔린 상황이고, PS4가 없는 게이머는 고성능 PS4 Pro에 주목했다. 그러다 보니 색상만 다른 PS4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철권 7’ 열풍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려나간 아케이드 스틱도 기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 색상 만으로는 차별화가 부족했다 (사진제공: SIEK)
6월 성적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 같아 매장의 근심이 늘었다. 하반기에 출격을 앞둔 기대작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7월 발매를 앞둔 PS4 타이틀은 ‘건담 버서스’, ‘파이널 판타지 12: 더 조디악 에이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정도다. 그러나 매장에서는 3개 타이틀 모두 찾는 사람만 찾을 뿐이지, 성적을 견인할 만한 대작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E3에서 나온 타이틀도 2017년 중에 출시되는 것은 거의 없다. 즉, 상반기의 기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매장의 견해다. 게임몰 관계자는 “E3에서 주목할 만한 깜짝 발표는 없었다. 9월 ‘동경게임쇼(TGS)’에서 주목할 만한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날은 더운데 분위기는 싸늘, 7월 비수기 어떻게 돌파하나
오는 7월에는 뚜렷한 호재가 없다. 따라서 게임 매장에서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방학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코어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가족 단위 고객에게 키넥트가 포함된 ‘Xbox One 패밀리 패키지’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마인크래프트 번들’이 호평을 받고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벤트는 준비하고 있지만... 고심 가득한 Xbox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PS4 진영에서는 그간 도전하지 않았던 고급 주변기기를 새롭게 선보인다. 그 동안 PS4 ‘듀얼쇼크4’ 컨트롤러는 Xbox One 컨트롤러에 비해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Xbox One에서는 컨트롤러 ‘끝판왕’으로 불리는 ‘엘리트 컨트롤러’까지 있었다. 이에 소니도 야심차게 고급 컨트롤러 2종을 준비했는데, 이 중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사 ‘레이저’가 만든 ‘레이저 라이주’가 오는 7월, 국내에 발매된다. 게임몰 관계자는 “6월에는 시제품을 진열만 해뒀는데, 벌써부터 관심을 갖는 고객이 많았다. 7월에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많은 게이머가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레이저 라이주'는 엘리트 컨트롤러에 대항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