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모델 노출 삼가는 국제 게임쇼 추세, 도쿄게임쇼는?
2018.09.22 16:26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게임쇼에서 각 부스를 화려하게 수놓는 '부스 모델'은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하지만 부스모델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발생하면서, 한동안 국내외에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가져오기 위해 노출도 높은 복장의 부스모델들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 국내 게임쇼 지스타는 게임보다 부스 모델이 주목 받는다는 의미에서 '걸스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며 선정적인 부스 모델은 점차 게임쇼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추세다. 미국 E3를 주최하는 ESA는 2005년부터 선정적인 의상과 행동을 규제하기 시작해, 2015년 부터는 '부스 모델' 자체가 거의 사라지고 스태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독일 게임스컴도 E3와 비슷하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선정적 모델로 논란이 됐던 중국 차이나조이와 한국 지스타도 몇 번의 논란 이후 부스 모델 복장에 대한 규정을 보완하며 노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도쿄게임쇼(이하 TGS)'는 어떨까?
▲ TGS 2018 키 비주얼 (사진제공: TGS 사무국)
TGS 기간 중 행사장 마쿠하리 멧세는 각종 게임사들의 전시로 가득 찬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여러 관람객을 직접 맞이하는 일반 전시다. 소니나 세가, 반다이남코, 코나미, 스퀘어에닉스, 캡콤 등 굴지의 게임사들이 한 해의 대표작을 걸고, 관객들의 눈을 끌기 위해 이벤트부터 전단지, 선물까지 동원해 홍보 총력전을 벌인다.
이러한 일반 전시 부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스 모델이다. TGS 2018에서 부스 모델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사진 모델로 활약하기도 하고, 이벤트의 원활한 진행을 돕거나, 게임을 소개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여러 활동을 벌인다. 그렇기 때문에 외견에도 큰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특히 의상의 경우, 대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이 많다. 올해 TGS 풍경을 봐도, 배나 어깨, 가슴골 등은 예사로 노출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다소 노출이 심하다고 볼 수도 있다.
▲ 전단지를 나눠주던 캡콤 부스 모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몬스터 에너지 부스의 부스 모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속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모델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말했듯, 차이나조이나 지스타의 경우 복장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다. 배꼽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거나 치마를 입을 경우 속바지도 반드시 입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TGS 사무국은 부스 모델 의상에 대해 어떤 규정을 적용하고 있을까?
게임메카가 TGS 사무국에 부스 모델 복장 규정 등에 대해 직접 문의한 결과, 사무국 관계자는 "(게임쇼가 오래되어) 정확히 언제부터 규정이 만들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예전부터 복장에 대한 규정은 있었다. 게임쇼에 출전하는 업체에는 항상 통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부 규정을 알아보면 말이 달라진다. 사무국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TGS 부스 모델 복장 규정은 '사회 통념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가 전부다. 의상 외에도 부스 장식, 스테이지 이벤트까지 모두 '상식 선에 맞게'라는 다소 애매한 규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가슴을 노출하지 말라거나, 치마는 몇 cm까지 허용된다는 등의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 부스 모델만 촬영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다소 느슨한 규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TGS 2010'의 '걸 건' 부스에서는 부스 모델끼리 물총을 쏘게 해 속옷을 비치게 만드는 이벤트가 진행되어 도마에 오른 바가 있다. 작년의 경우, 투명한 튜브를 이용해 속옷을 드러내는 이벤트가 목격되기도 했다.
사무국 관계자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이처럼 도를 지나친 경우에는 주최측이 나서서 주의를 주고, 해당 이벤트를 중단시킨다. 사무국 관계자는 "주의를 받은 업체가 다시 문제를 일으킨다면 출전을 금지시킨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한 번 경고를 받으면 알아서 조심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즉, TGS는 부스 모델 노출도를 기본적으로 출전 업체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나친 노출이나 돌출 행동만을 그 때 그 때 제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 부스 이벤트 역시 게임사 재량. 사진은 TGS 2017 당시 로맨스 코너에서 촬영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느슨한 규정은 어떤 관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다. 각 게임사는 특별한 제약 없이 '상식 선에서' 자신들의 부스를 어떻게 꾸밀지, 어떻게 홍보할 지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 다만, '상식 선'이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게임사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부 관람객들에게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TGS 현장의 대부분 여성 모델이 타 게임쇼에 비해 노출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 'TGS 2018'에서 만난 남성 모델들은 노출도가 적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리 기준으로 TGS의 복장 규정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엔 어렵다. 사람마다 원하는 기준이 각자 다르기도 하고, TGS가 열리는 일본 현지의 사회적 분위기도 반영해야 한다. 일단 눈에 보이는 수치만으로 본다면, 올해 TGS는 22일 기준 작년보다 규모와 관람객 수 모두 증가했다. 일본 내에서도 딱히 부스 모델의 노출도를 지적하는 기사나 여론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차이나조이나 지스타 등 국제 게임쇼들이 부스 모델 노출을 줄이는 이유를 생각한다면, 우려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