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ㅊㅊ] 2등도 잘 한 거야! 5대 GOTY 무관의 인디 추천 5선
2022.04.12 17:53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8일, ‘리터널’을 GOTY로 선정한 BAFTA 게임 어워드를 마지막으로 지난 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5대 게임 시상식이 전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예정된 기대작들이 연기되며 자칫 묻힐 수 있었던 게임들이 빛을 발했는데요, 특히 그 틈을 노려 진가를 보인 ‘인디게임’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수상의 영예를 얻은 게임도 있었지만, 아쉽게 수상 노미네이트에만 그친 명작 또한 많았죠. 이런 좋은 게임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이번 [겜ㅊㅊ]에서는 ‘5대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수상은 하지 못한’ 아쉬운 인디게임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상을 받지 못했지만 검증된 작품성을 지닌 게임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1. 와일더미스
골든 조이스틱 게임 어워드 ‘서사’ 부문 후보에 올랐던 ‘와일더미스(Wildermyth)’는 이름 그대로 조금 ‘많이’ 거친 신화를 다루는 게임입니다. 적당히 옛날 생각나게 만드는 그래픽에, 어딘가는 나사 하나가 꼭 빠져 있어야 하는 설정을 넣고, 그 위에 터무니없는 자유도의 대가를 조미료로 뿌려 마무리하는 게임이죠. “게임에 대한 설명이 뭐 이렇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진행하는 내내 ‘스토리’를 대신하는 ‘우연’과 ‘사건’만이 돌발적으로 등장하기에 잘 짜인 설명은 의미가 없다시피 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세 명의 캐릭터를 운용하게 됩니다. 캐릭터의 배경설정이나 직업, 성격, 장단점 등 다양한 것들을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죠.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통해 플레이어는 3D와 2D가 적절히 겹쳐진 세상에서 전투와 모험, 전략적 접근을 상황에 맞게 펼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동료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늙어 은퇴하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많은 것을 잃겠지만 말이에요. 이 게임이 보여주는 최대의 매력은 ‘설득력 없을 것 같은 돌발적인 상황과 상실도 서사로 만들어내는 흡인력’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 패치는 되어있지 않다고 하네요.
2. 제네시스 누아르
이어 등장하는 게임은 골든 조이스틱 게임 어워드 ‘비주얼’ 부문 후보에 오른 ‘제네시스 누아르’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와르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제네시스 누아르는 천상의 존재 ‘미스 매스’, ‘골든 보이’와 삼각관계에 빠진 시계상 ‘노 맨’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느 날 ‘미스 매스’와 ‘노 맨’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질투에 빠진 ‘골든 보이’는 총을 한 발 쏘죠. 신이 쏜 총의 폭발은 빅뱅이 되어 우주를 만듭니다. ‘노 맨’은 ‘미스 매스’를 구하기 위해 빅뱅으로 뛰어들어 자발적으로 모험의 소용돌이에 떨어집니다.
얼핏 우주와 신 등 광대한 세계관을 담고 있어 어려운 조작을 요구할 것 같지만, 게임은 이를 그저 클릭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오직 검은색과 흰색, 금색만을 사용해 한 존재 개인의 사랑부터 세상의 진화와 인간성까지 모든 것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그려나가죠. 인간에게 있어 빅뱅과 그 뒤로 발생하는 무수한 일들은 ‘생명의 탄생’이지만, ‘노 맨’에게 있어서는 평생의 연인인 ‘미스 매스’에게 향하는 총탄의 궤적에 불과합니다. 이런 복잡한 관계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제네시스 누아르’는 사랑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과연 ‘노 맨’은 자신의 사랑을 구할 수 있을까요?
3. 세이블
다음 추천 게임은 투박한 2D 이미지에 가까운 카툰 렌더링이 첫눈에 들어오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세이블’입니다. 주요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유목민 소년 ‘세이블’이 되어 호버 바이크를 타고 사막과 그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진행하는 단순하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새로운 능력을 얻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힘을 찾기도 합니다. 가끔 다른 유목민을 만나 오래 전 잊혀진 수수께끼를 알아내기도 하죠.
자칫 거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이 단순화된 그래픽은 오히려 고전 게임을 떠올리게끔 하는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오픈월드 어드벤처’이기에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닐 수도 있고, 게임이 선형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아 자신의 템포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멀티 플레이에 지친 사람들이나 고전 그래픽을 그리워하는 게이머들이 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이 잔잔하고 독특한 모험은 BAFTA 어워드를 포함 총 4개의 시상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여유가 필요한 게이머라면, 세이블을 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4. 몬케이지
몬케이지는 큐브 형태의 정육면체에 있는 하나의 사물을 ‘착시현상’을 이용해 완성시키는 게임입니다. 서로 다른 공간과 공간의 요소를 각도조절과 확대/축소를 이용해 하나로 만드는 직관적이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퍼즐이기도 하죠. 공간지각력이 부족하면 하기 어려운 게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에도 서사는 존재해 그 서사를 생각하며 천천히 공간을 살피다 보면 어렵지 않게 다음 퍼즐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마저도 어려울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은 자체적인 힌트도 제공해줍니다. 힌트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강조에 가깝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해치진 않죠. 모든 퍼즐과 변화는 정육면체 안에서 진행되는 만큼 상당히 정적으로 흘러가 역동적이거나 큰 임팩트를 주는 게임은 아니지만, DICE 어워드에서 독보적 기술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잘 만든 퍼즐게임을 진행하며 느끼는 성취감만은 그 무엇에 비할 바가 못 될 것 같습니다.
5. 송 인 더 스모크
송 인 더 스모크는 앞선 게임과는 다른 VR 생존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환경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흔한 설정이지만, 송 인 더 스모크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의 배경이 되는 이 땅이 그저 자연이 아닌 ‘판타지’ 속 세계라는 점이죠. 환경에 변주를 더하는 여러 상상 속 요소가 더해진 만큼,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 생물 각각의 특성을 더욱 섬세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만 들으면 자칫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 게임이 DICE 어워드 몰입형 실사 게임과 몰입형 기술 부문 후보에 오른 이유는,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유도하는 환경을 제시하고, UI 또한 유저 친화적 요소를 지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픈월드 게임에 가까운 자유도와 환경의 변화로 끊임없이 유저에게 생각을 유도하죠. 정말 쉼 없이 움직이는 극한의 생존 VR 게임을 원하신다면 송 인 더 스모크는 정말 좋은 선택일 겁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의 공격은 감내해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