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VR 2, 전 세대보다 확실히 나아졌으나 가성비는 의문
2023.02.16 22:0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바야흐로 VR 게임이 신흥 분야로 주목받던 2016년, 소니는 PS VR을 출시했다. 경쟁 기기 대비 낮은 성능과 PS4 전용 기기라는 제한이 있긴 했지만, 당시 널리 보급된 PS4만 있으면 고성능 PC 없이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낮은 가격은 확실한 장점이었다.
그리고 소니가 오는 22일 신형 VR 기기를 발매한다. 전 세대 문제점 다수를 보완하고, PS4보다 성능이 향상된 PS5를 기반으로 더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전달해줄 수 있는 PS VR 2다. 실제로 체험해본 결과 확실히 전 세대보다 성능, 편의성, 플레이 경험 면에서 나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VR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제품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멀미도 줄고 설치도 간편해졌다, PS VR과의 차이점
우선 전 세대인 PS VR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월등히 발전했다. 먼저 살펴볼 부분은 성능이다. PS VR 2는 눈 한쪽 당 해상도가 2000 X 2040인데, 전작이 960 X 1080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4배 높아졌다. 아울러 시야각 역시 100도에서 110도로 확장됐고, 플레이어가 지켜보는 부분의 초점을 높이는 포비디드 렌더링을 바탕으로 선명한 화면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송출한다.
전체적인 기기 디자인 역시 머리에 착용하고 움직이기 부담스럽지 않게 개선됐다. PS VR 2 무게는 PS5에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제외하면 560g로, 전 세대보다 가벼워졌다. 실제로 두 기기를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무게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정도다. 여기에 얼굴에 닿는 빛 가리개 역시 기존보다 유연해서 안경을 쓰고 착용해도 이물감이 없고, 통풍도 준수해서 답답하지 않다.
이를 토대로 전 세대에서 개선하지 못했던 VR 멀미가 확실히 줄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PS VR은 VR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두통 등으로 30분 이상 플레이를 지속하기 어려웠고, 익숙해지더라도 머리에 느껴지는 압박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PS VR 2는 전 세대보다 확실히 높아진 해상도와 시야각에, 더 편안하게 기기를 착용할 수 있어 2시간 이상 플레이해도 불편함이 없었고,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어지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게임을 마치고 기기를 벗었을 때 경미한 두통 등이 생길 수 있기에 VR 입문자라면 1시간 단위로 쉬면서 즐기는 것이 좋다. 아울러 기기를 착용할 때 최대한 게임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렌즈 간격 등을 맞춰야 기기를 벗은 후 발생할 수 있는 멀미를 줄일 수 있다. PS VR 2에는 렌즈 사이를 조정할 수 있는 프레넬 렌즈가 장착되어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고, 컨트롤러를 내려놨을 경우에도 외부 카메라를 통해 컨트롤러가 어디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 중 두 손으로 헤드셋을 고쳐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의외의 진입장벽으로 통했던 설치 편의성도 나아졌다. PS VR은 전용 셋톱박스에 선을 3개 연결해야 하고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별도 카메라도 설치해야 한다. 기기가 작은 크기는 아니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정리해서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설치 작업이 복잡하다 보니 꺼내기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러나 PS VR 2의 경우 헤드셋에 있는 스트랩을 PS5 전면부에 있는 USB 포트에 꽂기만 하면 된다. 전용 컨트롤러인 PS VR 2 센스 역시 기기를 처음에 사용할 때만 동봉된 케이블을 PS5와 연결해 페어링을 해두면 다음에 켰을 때는 컨트롤러에 있는 PS 버튼만 눌러주면 끝난다. 이후 화면에 나오는 설명대로 플레이 영역을 설정한 후 게임을 켜기만 하면 된다. 기기 디자인은 물론 설치 면에서도 진입장벽이 확연히 낮아졌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게임 플레이다. 여기에서 헤드셋부터 살펴보면 게임 내 상황에 따라 진동이 울리는 햅틱 피드백과 플레이어 시선을 추적하는 아이 트래킹이 있다. 특히 햅틱 피드백의 경우 게임 속 상황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PS VR 2 전용 게임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에서 거대 기계괴수인 썬더죠가 주인공을 습격하는 대목이 있는데, 두꺼운 벽을 뚫고 썬더죠가 등장하는 시점에 맞춰 헤드셋이 울리면서 주인공에 전해지는 충격이 어느 정도인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어서 아이 트래킹은 세부 메뉴를 고를 때 스틱 대신 시선만 움직이면 되기에 상당히 편해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애초에 VR용으로 설계되지 않았던 PS 무브를 배제하고, 듀얼센스를 토대로 한 전용 컨트롤러를 도입한 부분 역시 플레이 몰입도와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PS VR 2 센스 컨트롤러에는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엄지와 검지를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게임 화면에 있는 돌, 사과, 화살 등을 실제로 쥐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손이 등 뒤로 넘어가는 동작도 제한적으로 인식하는데,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에서는 왼손을 뒤로 넘겼다가 앞으로 내밀며 활을 꺼내고, 오른손을 뒤로 넘겨 화살을 꺼내 활에 장착한 후 팔을 움직여 활시위를 당겨서 쏘는 슈팅 플레이가 가능하다. VR이 아닌 게임에서 트리거만 당길 때보다 활을 쏘는 듯한 경험이 크게 배가된다.
가격 대비 성능은 의문
그렇다면 시중에 출시된 현세대 VR 헤드셋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사실 이 측면에서 PS VR 2는 확실한 강점이 없다. 앞서 이야기한 성능, 착용감, 설치 편의성 등은 전 세대보다 개선된 정도고, 시장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무난하다. 대부분 기존에 시중에 출시된 VR 헤드셋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부분이다.
VR 기기는 세대를 넘어갈수록 더 몰입감 있고, 더 가볍고, 더 설치하기 쉽고, 멀미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타깃으로 한 시장에 맞춘 성능과 가격대를 어필하고 있다. 다른 기기 연결이 필요 없는 올인원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메타 퀘스트 2, 타 기기 대비 월등하 가벼운(295g) 무게를 앞세운 PICO 4, 가격과 설치 난이도가 높지만 룸스케일을 토대로 확실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밸브 인덱스와 바이브 프로 등 여러 제품이 각자의 무기를 토대로 시장에 보급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예전부터 VR을 사용해온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PS VR 2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평균적인 성능을 갖춘 가운데, PC 없이 PS5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독점 게임들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약점이 있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PS VR 2 정가는 79만 8,000원으로, 본체인 PS5보다 높은 데다 경쟁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메타 퀘스트 2, PICO 4보다 비싸다. 두 번째는 범용성이다.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PS5 전용 기기이기에 PC에 출시된 게임을 즐길 수 없고, 전 세대인 PS VR 게임에 대한 하위호환도 지원하지 않는다. 출시 후 타이틀 다수가 발매되겠으나, 런칭 타이틀은 37종이라 스팀, 메타 스토어 등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훗날 킬러 타이틀이 다수 발매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썬 PS VR 2를 구매하는 건 게임 콘텐츠 측면에선 모험에 가깝다.
이 약점은 VR 시장에서 PS VR 2이 차지하는 위치를 모호하게 만든다. 가성비를 고려하면 메타 퀘스트 2라는 대안이 있으며, 작년 11월에 발매된 PICO 4의 경우 출시 시점에 자체 스토어에 입점된 180개 게임에, 스팀 VR 연결도 가능해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적은 라인업과 범용성을 지닌 PS VR 2가 기존 VR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방향을 바꿔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를 겨냥한 고급 주변기기 포지션으로 접근한다면 PS5를 보유한 유저를 끌어들일만한 킬러 타이틀 다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가격이 PS5보다 높은 약 80만 원이며, PS5 유저 중에는 VR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비중도 적지 않기에 준수한 평가를 받은 타이틀 소수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단 기반은 갖췄다, 구매욕 자극할 라인업 완성이 관건
결론적으로 PS VR 2는 전 세대보다는 개선됐으나, VR 시장에서는 매리트를 어필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아울러 전 세대보다 좋은 성능을 갖추는 것은 어떻게 보면 후속기기를 내는 당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플레이스테이션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기존 유저를 끌어들일만한 탄탄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의 경우 유저 스스로가 진행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등반을 메인으로하여 VR 게임 입문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고, 그란투리스모 7 VR 모드 역시 상대적으로 멀미가 덜하다고 평가된 레이싱 게임에, 기획부터 VR 지원을 토대로 설계되어 그 매력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그간 소니가 게임사업에서 강점으로 앞세워온 ‘완성도 높은 퍼스트 파티 타이틀 제작력’을 VR에 투입해 그 뒤를 이어줄 준수한 신작을 꾸준히 발굴할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