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하드라인, 외전이라기보다는 DLC에 가깝다
2014.06.26 20:53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10월 21일 발매될 예정인 '배틀필드: 하드라인'
넓은 전장과 방대한 스케일로 실제 전쟁터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FPS ‘배틀필드’ 시리즈가 이번 E3 EA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전작과 다른 분위기로 등장했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넓은 전장에서 군인의 전투를 다루던 전작과 달리, 경찰과 강도의 시가전으로 무대를 옮긴 작품이다. ‘배틀필드 4’의 시스템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총을 쏘는 방식이나, 보직의 종류, 크로스 헤어의 모습, 조작이 크게 다르지 않아 전작의 팬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요소로 경찰과 도둑이라는 설정에 맞춘 무기와, 건물 사이를 누비도록 도와주는 와이어 석궁, 갈고리 등과 같은 새로운 장비가 등장해 시가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E3 2014 개막과 동시에 비공개 테스트에 들어간 ‘배틀필드: 하드라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 게임을 시작하면 마치 한편의 뉴스를 보는듯한 로딩화면이 기다린다
가벼운 재미를 살리기 위해 전략을 포기한 작은 맵
이번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블러드머니(Blood Money)’, ‘하이스트(Heist)’ 총 2개의 모드가 주어졌다. 두 모드 다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맵 ‘하이텐션(High Tension)’ 에서 진행되며,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의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과 도둑 중 한 세력으로 자동으로 배치된다.
▲ 이번 테스트에는 두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블러드머니’의 경우, 맵 중앙에 놓인 돈다발을 주워, 자기 편의 금고에 먼저 일정량의 돈을 채워 넣는 쪽이 승리하는 자원쟁탈전 방식의 매치다. 경찰과 도둑 간 돈을 가져와야 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역할 상의 큰 차이는 없다. 반면, ‘하이스트’는 경찰과 도둑의 역할 구분이 확실하다. 경찰은 금고 차에 있는 돈을 일정시간 동안 지켜야 하며, 도둑은 금고 차에 있는 2개의 돈가방을 훔쳐서 탈출 지점까지 달아나야 한다. 두 모드 다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결판이 나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에 좋다.
맵은 전작의 넓은 전장과 달리 상당히 좁아서,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전투 현장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 또한, 거점이 없어진 대신에 팀의 차량에서 부활이 가능해지면서, 전략적인 분대 플레이보다는 가까운 곳에 부활장소를 두고 무작정 돌진하는 정신 없는 혼전이 계속되었다.
▲ 제공되는 맵은 상당히 작은 편이다
▲ 방금 죽인 적이 바로 앞의 차에서 리스폰하여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크게 차이가 없는 경찰과 도둑의 역할
게임 내에서는 훔치거나 얻은 돈을 이용해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거나 장비와 차량의 개조가 가능하다. 개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총에 소음기를 설치하거나, 조준기를 바꾸는 등 무기의 능력치를 플레이어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의 색을 바꾸는 것은 물론, 차량의 무장도 돈만 있다면 교체가 된다. 그러나 아직 테스트 단계라서 그런지 총기류와 무기가 많은 편이 아니라, 후반에는 돈이 특별한 쓰임새 없이 계속 쌓여나갔다.
▲ 도둑이라고 싸구려 무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경찰과 도둑 진영 고유의 무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경찰에게는 좀 더 전문화된 진압무기와 수갑이 제공될 줄 알았으나, 실제 게임에는 그런 차이 없이 경찰, 도둑 구분 없이 모두 같은 무기를 사용한다. 이처럼 외형적인 차이 외에 특별히 다른 부분이 없다 보니, 경찰과 도둑의 싸움이라기보다는 두 무장 테러단체의 강도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게임 내 보직들도 전작의 ‘서포트’, ‘엔지니어’, ‘리콘’, ‘어썰트’가 ‘인포서’, ‘메카닉’, ‘프로페셔널’, ‘오퍼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역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차량이나 무기도 외형적인 변화만 있을 뿐, 성능이나 위력에 변화가 거의 없어, 마치 ‘배틀필드 4’의 새로운 MOD 플레이나 DLC를 연상시켰다.
▲ 총기는 물론, 탈 것도 개조할 수 있다
참신한 점도 많았으나,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게임
‘배틀필드: 하드라인’은 ‘배틀필드’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다뤄온 대규모 전장과는 달리, 시가전이라는 좀 더 가벼운 소재를 다뤘다. 게임 내에서 훔친 돈을 이용하여 장비를 사는 것은 물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게임과 돈을 훔치고 추격을 피해 도망갈 때의 짜릿함은 대규모 전쟁에서 느끼기 힘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원거리에서 적을 감전시키는 장비인 ‘스턴건’과 빌딩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줄을 설치하는 ‘석궁’은 전혀 다른 시점의 전략을 선사했다
▲ 와이어 석궁으로 길을 이어 빌딩 사이를 넘나들자
그러나 전체적인 시스템과 그래픽의 발전 없이 맵 축소와 외형 변경이 주를 이룬다는 점은 아쉽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넓은 전장을 누비면서 전략 전술을 통해 거점을 점령해나가는 재미는 상당 부분 희석되었으며, 갈고리나, 와이어 석궁 같은 특수 장비를 활용한 전략보다, 단체로 차를 몰고 떼 강도를 펼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게임이 단순해 보인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멀티플레이만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배틀필드: 하드라인’을 완벽하게 즐겼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틀필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대규모 전장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추가된 특징들은 전작에 비해 자극이 약했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경험한 ‘배틀필드: 하드라인’이 전작의 명성에 맞는 작품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빌딩 파괴의 요소는 이번 작에서도 등장한다
▲ 스턴건과 같은 특이한 보조장비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