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나, 나도 가질꺼야! 현실에 등장한 게임 아이템 TOP5
2015.11.05 11:27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최강의 보스를 쓰러트렸거나, 고생 끝에 숨겨진 지역을 발견하거나, 혹은 사랑스런 동반자를 만났을 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강력한 보스는 그만큼 좋은 보상을 주기에 잡는 것이고, 숨겨진 지역도 보물을 기대하고 찾는 것이며, 사랑스런 동반자라면 언제나 곁을 지켜줄 무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게임에서 누릴 수 있는 극상의 즐거움은 바로 ‘득템’입니다.
번쩍이는 성검과 주인을 파멸시키는 마검, 언제 어디서건 적을 적중시키는 화살과 하늘을 나는 신발까지… 게임의 역사는 곧 영광스런 득템과, 이를 노리는 뭇 게이머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실제로 만지거나 휘둘러볼 수도 없는 디지털 재화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죠. 오늘 +9 진명황의 집행검을 줍는다 한들, 내일 게임이 사라지면 아이템도 신기루처럼 흩어질 텐데 말입니다.
만약 게임 아이템을 현실에서 직접 소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쓰다듬고 핥아보고, 밤에 안고 자고 후손에게 가보로 물려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순정남]은 누구라도 소유욕이 용솟음칠만한 현실의 게임 아이템을 모았습니다. 다만, 유저들이 임의로 제작한 것은 집계가 불가능하므로, 여기서는 게임사 공식 물품만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5위, 레온 재킷(바이오 하자드), 그냥 자켓이 아닙니다! 특.제.소.가.죽
▲ 멋지긴 한데 100만 원은 좀... 게임 속 레온 재킷(좌)와 실물 착용 모습(우)
5위는 캡콤에서 내놓은 ‘레온 재킷’입니다. 말 그대로 전설적인 호러액션게임 ‘바이오 하자드’ 속 상남자 ‘레온’이 입는 재킷이죠. 이 물건은 2012년작 ‘바이오 하자드 6’ 프리미엄 에디션에 특전으로 포함됐는데, 그 가격이 너무 황당한지라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바이오 하자드 6’ 프리미엄 에디션 가격은 10만 5,000엔, 당시 환율로 따지면 우리 돈 147만 원 정도였으니 다들 어이가 없었던 거죠. 실제로 일본에선 실수로 가격표에 0을 하나 더 붙인 것 아니냐는 문의가 쇄도했답니다. 물론 캡콤의 대답은 “어, 그거 맞는데?”였습니다만.
이유인즉슨, 프리미엄 에디션에 포함된 ‘레온 재킷’은 게임 속 자태를 고스란히 재현했을 뿐 아니라 양질의 소가죽으로 제작해 응당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100% 수작업 공정으로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들었단 점도 빼놓지 않았죠. 재킷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친 캡콤이 가격을 조정하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사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100만 원이 넘는 가격만 아니었다면 확실히 탐나는 물건이긴 합니다.
4위 록맨 헬멧(록맨), 아직 죽은 자의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 실제 록맨(상)과 록맨 헬멧 착용 모습(하), 이제 버스터만 있으면 완벽
4위는 마찬가지로 캡콤에서 만든 ‘록맨 헬멧’입니다. 80년대를 풍미한 소년로봇 록맨의 헬멧...혹은 머리 부품을 그대로 본뜬 물건이죠.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만하지만, 정작 게임은 퇴물 취급이라 ‘캡콤이 죽은 록맨에게서 헬멧을 벗겨냈다’느니 ‘거기엔 아직 죽은 자의 온기가 남아있다’는 둥 흉흉한 얘기가 돌기도 한답니다.
이 제품의 최대 특징은 바로 실제로 사람이 쓸 수 있다는 겁니다. ABS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튼튼하면서도 가볍고, 내부는 부드러운 재질로 마감하여 편안한 착용감까지 보장합니다. 무게가 1.3kg 정도이니 목에 부담이 갈 걱정도 없죠. 심지어 헬멧 양쪽에는 분홍빛으로 발광하는 큼지막한 LED까지! 이만하면 고전게임을 사랑하는 패션피플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혹했다면 지금 바로 캡콤 스토어(바로가기)에서 150달러(한화 약 17만 원)에 예약구매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캡콤에게 공식 라이센스를 받은 착용 가능한 ‘록맨 버스터’도 있으니 완벽한 코스프레를 원한다면 챙겨둬야겠죠. 혹시라도 이 슬픈 사연(?)이 있는 헬멧이 그럭저럭 팔린다면, 캡콤에서 ‘록맨’ 신작을 생각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3위 마스터 치프 헬멧(헤일로), 크리스탈보다 마음이 더 반짝반짝
▲ Xbox와 우주를 수호하는 마스터 치프(좌)와 그의 크리스탈 헬멧(우)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선보인 ‘마스터 치프 헬멧’입니다. Xbox를 수호하는 ‘헤일로’의 주인공 ‘마스터 치프’가 언제나 쓰고 있는 바로 그 물건이죠. 이것도 일단은 위에서 소개한 ‘록맨 헬멧’처럼 착용 가능한 제품이긴 한데, 이 둘은 재료부터 취지까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흔하디 흔한 ABC 플라스틱이 쓰인 ‘록맨 헬멧’과 달리 ‘마스터 치프 헬멧’은 오스트리아 명품 크리스탈 ‘스와로브스키’ 2만 5,000개로 꾸며졌습니다. 그것도 빅토리아 시크릿의 톱모델 지젤 번천과 팝스타 비욘세의 의상을 디자인한 제니 매닉 메르시안이 손수 장식했죠. 몰락한 ‘록맨’과 떠오르는 ‘마스터 치프’, 두 SF 영웅의 위상 변화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체 왜 이런 값비싼 헬멧을 만드느냐 하면, 이를 경매에 붙여 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아동 소원성취를 위한 국제자선단체에 기부한답니다. 반면 캡콤은 어딘지 팬들의 추억을 인질 삼아 쌈짓돈을 갈취하려는 듯 하죠. 각설하고, 크리스탈로 빛나는 ‘마스터 치프 헬멧’을 원한다면 이베이(바로가기)에서 입찰할 수 있습니다. 해당 경매는 11월 8일 종료됩니다.
2위 누카콜라 퀀텀(폴아웃), 시음한 5명 중 1명 시력 상실에 3명 심각한 현기증!?
▲ 설마 진짜 방사능으로? 게임 속 누카콜라 퀀텀(좌)과 실제 음료(우)
2위는 베데스다와 존스소다가 합작한 ‘누카콜라 퀀텀’입니다. 본래 ‘누카콜라’는 세기말을 배경으로 한 ‘폴아웃’에 등장하는 음료로, 주재료가 방사능이라는 정신 나간 설정을 자랑하죠. 그 중에서도 방사능 함량을 대폭 늘린 ‘누카콜라 퀀텀’은 보기만해도 수명이 줄어들 것 같은 푸르스름한 형광색이 압권입니다.
이 문제의 음료는 세계가 대전쟁에 휩쓸린 바로 그날, 2077년 10월 23일에 출시됐습니다. 덕분에 게임 내에서도 ‘누카콜라 퀀텀’은 매우 희귀한 축에 속하죠. 아이템 설명을 보면 첫 시제품은 시음테스트에 참여한 인원 전부가 3일 내에 심각한 장기손상과 함께 사망했답니다. 이후 몇 차례 개량을 거치며 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후에야, 5명이 마시면 한 명 정도만 시력을 상실하는 안전하고 맛있는 ‘누카콜라 퀀텀’이 탄생한 겁니다.
다행히 베데스다가 내놓은 ‘누카콜라 퀀텀’은 그저 특수한 공정을 통해 형광색을 낸 멀쩡한 음료입니다. 제작을 맡은 존스소다는 블루레모네이드나 블루베리소다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죠. 음, 물론 출시일이 오는 10일이라 내용물을 확인해본 것은 아닙니다. ….설마 정말 방사능을 넣은 건 아니겠죠?
1위 서리한(워크래프트), 획득 및 보관 시 타락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게임 속 서리한(좌)와 실제 진검(우), 혹시 댁에 이런 검이 있다면 타락에 주의하시길
대망의 1위는 블리자드가 벼려낸 ‘서리한’입니다. ‘워크래프트’에서 망자들 위에 군림하는 ‘리치왕’의 애검으로, 희생자의 영혼을 탐식하는 무시무시한 마검이죠. 블리자드는 이 검을 실물로 만들어 e스포츠 대회 우승자에게 주곤 했는데, 장식용 주제에 진검인지라 도검 소지허가증이 있어야만 소유할 수 있답니다.
당연히 e스포츠 종주국인 우리나라에도 ‘서리한’이 몇 개 존재합니다. 대부분은 검을 부상으로 받은 선수가 직접 보관하거나, 프로게임단 숙소에 고이 모셔놓은 것으로 알려졌죠. 챙겨오는 와중에 잃어버리기도 했다는데, 대체 그 ‘서리한’은 지금쯤 어디에… 아, 한번은 게임을 전혀 못하더라도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소설 ‘아서스: 리치 왕의 탄생’ 출간 기념으로 추첨을 통해 증정됐죠. 당시 울산 사시던 김성수씨, 부럽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서리한’를 1위에 올린 것은 단순히 겉모습이 멋져서나 진검이라서가 아닙니다. 바로 이 검이 마치 게임에서처럼 실제로 소유자를 타락시킨 바 있기 때문이죠. 때는 2008년, 한 촉망 받는 프로게이머가 블리즈컨에서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로 ‘서리한’을 쟁취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전장의 마에스트로’라 부르며 연호했죠. 그러나 그는 불과 2년 후 국내 e스포츠계에 유래가 없는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을 일으킵니다. 과연 검과 함께한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리한’, 획득 및 보관 시 타락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