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 스토리와 게임성이면 충분하다 C&C 레드얼럿3 : 업라이징
2009.03.19 10:09게임메카 투자딘
‘C&C 레드얼럿3(이하 레드얼럿3)’의 소규모 확장팩인 ‘업라이징’은 원작인 ‘레드얼럿3’의 게임성을 계승하고 나아가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에 주력한 작품이다. ‘업라이징’은 ‘레드얼럿3’의 발매일인 2008년 10월로부터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출시된 확장팩이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급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운로드’ 방식의 판매와 멀티플레이의 완벽한 배제는 그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 업라이징의 실질적인 주인공, 유리코 오메가.
레드얼럿 3 발매 당시 그녀의 컨셉아트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접한 ‘업라이징’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RTS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를 포기하고 만든 미션 팩인 만큼, 플레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 재미있는 미션이나 혹은 기타 풍부한 즐길 거리를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업라이징’은 바로 그 부분에서 상당한 재미를 자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몇 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있다 보면 모니터 안쪽에서 제작진의 장인정신이 새나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 칙칙한 트란실바니아 맵타일. 상당히 구현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 구현에 얼마만한 정성이 들어갔는지 알 수 있는 실내미션
잘 짜여진 싱글 플레이 미션
사실 본편인 ‘타이베리움’ 시리즈의 심오한 스토리와는 달리, ‘레드얼럿’ 시리즈의 스토리는 게임 내에서 그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소련과 연합, 그리고 3편에서 새로이 합류한 욱일제국이 다투다가 한 진영이 세계를 정복하거나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일 뿐이다. 게다가 시리즈간의 스토리 연계성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더욱 흥미를 반감시킨다. 단지 공통점이라면 히틀러와 아인슈타인이 사라진 세계의 냉전을 다루었다는 것 정도?
▲ 아인슈타인의 빈 자리를 차지한 세계 최고의 군수과학기업 퓨처테크
그러나 스토리가 엉망이라 하여 ‘레드얼럿3’의 싱글 플레이 모드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C&C 본편과 ‘레드얼럿’은 노리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편이 스토리로 승부한다면 ‘레드얼럿’은 화려한 출연진과 위트, 그리고 미션의 다양하고 재미난 구성으로 승부하고 있다. ‘업라이징’ 또한 그러한 ‘레드얼럿’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 소련과 욱일제국의 것이었던 땅에는 이제 원래의 주인 대신 연합군이 주둔해 있다
‘업라이징’의 미션 스토리 라인은 전작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레드얼럿3’의 연합군 엔딩으로부터 이어진다. (사실 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련 엔딩으로부터 이어도 되고 욱일 엔딩으로부터 이어도 흥미로울 텐데 왜 언제나 항상 연합 엔딩 루트만 고집하는 것일까?) 하지만 ‘레드얼럿3’ 원작이 해외 웹진 사이에서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혹평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업라이징’의 스토리는 굉장히 준수한 편이다. 오리지널에 비하면 몇 개 되지 않는 미션만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절묘하게 세 진영의 스토리를 연결하여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감칠맛을 느끼게 해 준다.
오리지널의 배우들이 다시 출연해 열연을 펼치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C&C본편은 ‘케인’의 카리스마에 묻혀 다른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전무하다시피한 단점이 있었지만 ‘업라이징’은 다르다. 각각의 진영에는 여러 명의 배우들이 각 진영의 사령관으로 분하고 등장하는데 오리지널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들의 캐릭터성은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업라이징’에서 새로이 합류한 배우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션 도중 이들의 군대를 물리치면서 주옥 같은 대사들을 듣는 재미는 꽤나 각별하다.
▲ 반쯤 맛이 간 모스크빈의 귀환
▲ 연합장교 에바와 건방진 표정의 욱일장군 겐지 텐사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업라이징’의 싱글 미션의 수는 오리지널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각각의 미션의 볼륨은 오리지널의 것보다 훨씬 크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게끔 잘 짜여 있다. RTS에서 구현이 가능한 한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유도해서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은 ‘업라이징’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또한 오리지널의 미션보다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한다.
‘업라이징’의 또 다른 묘미는 ‘정신 나간 유닛’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이다. 멀티플레이가 배제된 확장팩답게 ‘업라이징’에서 추가된 유닛은 밸런스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배째’스타일이 많다.
RTS의 매니아라면 게임을 즐기면서도 한번쯤 ‘이 유닛과 이 유닛이 합쳐지면 정말 강력할텐데’, 혹은 ‘모든 것을 일렬로 파괴하는 거대 유닛을 움직여보고 싶다’는 식의 망상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진영간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제약 앞에 그런 꿈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업라이징’은 그러한 망상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특히 ‘유리코 미션’은 ‘정신나간 유닛’의 로망과 추억의 ‘실내 코만도 미션’을 적절히 혼합한 ‘업라이징’의 백미다.
▲ 업라이징에서 최고로 정신나간 유닛, 기가포트리스
▲ 유리코 미션 도입부
▲ 다 박살내면서 돌아다닌다
새로운 즐길 거리, 도전 과제
‘도전 과제’는 싱글플레이 미션과는 별개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미션 모음집이다. ‘블리자드’의 크래프트류 RTS에서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유즈맵 셋팅 게임을 상상해보면 ‘업라이징’ 도전 과제의 형식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세계에 수많은 도전과제 임무들이 있다.
지금은 도입부라 두 개밖에 보이지 않지만 클리어할수록 도전과제들이 늘어난다
▲ 도전과제를 클리어할 때마다 유닛의 봉인이 풀린다
예를 들어 어떤 도전 과제에서는 생산되는 모든 유닛이 기본보다 훨씬 작게 등장한다. 다른 도전 과제에서는 거대한 곰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미니 미션들은 단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클리어할 경우 유닛의 생산제한을 풀어주는 형식으로 제공된다. 고급 유닛들의 생산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미션을 클리어하여 봉인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챌린지 미션은 생산제한이 걸린 유닛들의 테마와 맞추어서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련군 최강 병기인 ‘아포칼립스 탱크’의 생산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아포칼립스 탱크를 대량으로 뽑는 ‘올레그 사령관의 부대를 격파’해야 하는 식이다.
▲ 욱일제국의 두 쇼군의 싸움에 끼어드는 미션
▲ 연합과 소련의 공군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미션
이러한 형식은 평소 뭔가 잠겨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좋은 촉매가 된다. 거기에 간혹 등장하는 엄청난 난이도의 도전 과제와 시간 기록 저장 기능까지 제공된다면? 그야말로 다방면으로 유저들의 의욕을 불태워주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도전 과제로 주어지는 미니 미션은 무려 100개나 되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상 ‘업라이징’을 구매한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텐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멀티플레이의 부재는…
‘업라이징’의 최대 단점은 역시 미션용 소규모 확장팩으로써 멀티플레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업라이징’의 게임성을 논하는 데에 있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혹자는 싱글플레이에 주력하는 게임을 리뷰하는데 어떻게 멀티플레이가 없는 점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냐는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업라이징’은 명백한 RTS이며, 지금은 멀티플레이가 없는 RTS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기다. ‘업라이징’이 멀티플레이를 배제한 것은 수많은 팬들의 입장에서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싱글플레이에는 싱글플레이만의 묘미가, 멀티플레이에는 멀티플레이만의 묘미가 있는 법이다. 이 중 한 쪽으로 기울어진 작품은 지금까지 수없이 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게임의 어느 한 면이 아무리 재미있고 독특하다 해도, 결국 다른 반쪽의 부재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새롭고 참신한 시도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만용 이 아닐까?
차후에는 ‘업라이징’에 이어 멀티플레이 확장팩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별다른 정보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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