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와 천랑이 남긴 것
2003.02.22 13:12원병우
지난 1~2주 동안에 게임계의 화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천랑의 버그열전이었다.
여기저기서 막힌다. 진행이 꼬인다. 싱크가 안 맞는다. 세이브가 안된다. 시스템이 정지한다... 이건 숫제 버그수준라고 하기도 뭣한 중대한 프로그램 오류가 끊임없이 발견되었고 거기에다가 CD-키가 없다든지 CD 수가 부족하다든지 하는 패키징작업의 오류까지 겹치면서 천랑열전은 ‘절대로 이렇게 게임을 제작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교범으로까지 생각될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천랑열전을 구입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여기저기서 리콜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천랑열전의 제작자인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유통사인 엠드림 측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고 패치일정을 공개하고 사후보상책을 내놓아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패치의 완성도(게임의 완성도도 아닌 ‘패치의 완성도’라니...)에 따라서 언제든지 불씨가 다시 타오를 여지는 남은 셈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천랑열전 사태는 1여 년 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이하 마카) 사태와 어쩜 그리 판박이일까 싶을 정도로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그나 카르타 사태는 당사자인 소프트맥스 측이야 부인하고 싶겠지만 코스닥이라는 괴물에 목을 물린 소프트맥스가 자칭 타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개발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한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던 것이고 천랑열전은 유통사와의 납기일에 목숨을 걸고 내서는 안될 미완성작을 출시했다가 결국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두게임 모두 정작 제 1조로 삼아야할 게이머들과의 약속보다는 돈과의, 혹은 유통사와의 약속(결국은 돈이 결부되지만)을 더 중요시한데서 비롯된 사태라는 데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회사의 이미지보다는 실리를 택했다가 결국은 실리도 잃고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회사의 이미지를 땅바닥까지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소프트맥스 측에서야 ‘이제 좀 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지만 우리는 뒤돌아서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붕어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이 ‘국산 게임의 버그’라는 말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마그나 카르타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로 마카의 쇼크는 심했고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천랑열전과 나란히 지게 되었을 뿐 또 다른 버그게임이 나왔다고 해서 그 잘못이 상쇄되지는 않는 법이다. 그리곤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잘하면 기울어져가는 패키지시장에 한가닥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천랑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과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시장의 상황 때문도 개발사와 유통사의 사정도 아닌 그리곤 자신들의 장인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카와 천랑이 남긴 것은 아주 간단하다. “절대 만들다 만 게임을 출시하지 말 것”
그런 마카와 천랑이 아니, 소프트맥스와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이제는 패키지게임을 만들어서는 힘들어 온라인게임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 정당한 이유이고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약구매 등으로 패키지게임에 성원을 보내준 소프트맥스와 그리곤 팬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어정쩡하게 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존심이 있는 개발사라면, 자신들이 뿌려놓고 간 ‘버그투성이의 국산게임’이라는 치욕적인 용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개발사라면 적어도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된 게임 하나는 만들어 놓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다들 PC게임 시장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데 나는 PC의 수요가 있는 한은 PC게임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PC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해 온라인으로 달려간다고? 그렇다면 지금 PC게임을 제작해서 돈을 버는 개발사들은 대체 뭔가? 설마하니 소프트맥스와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그만한 실력이나 오기도 없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온라인게임을 잘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가?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이번에는 이를 갈고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고통을 겪은 후에 강해진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하고 앞으로 쓰여질 우리나라 게임 역사책에 ‘2000년대 초 국산 PC게임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준 개발사들’이라는 문구를 스스로 삭제해야만 한다.
이렇게 물러나 버리면 그들이나 우리나 국산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게이머들 모두 정말 시쳇말로 너무 ‘쪽팔리지’ 않는가?
여기저기서 막힌다. 진행이 꼬인다. 싱크가 안 맞는다. 세이브가 안된다. 시스템이 정지한다... 이건 숫제 버그수준라고 하기도 뭣한 중대한 프로그램 오류가 끊임없이 발견되었고 거기에다가 CD-키가 없다든지 CD 수가 부족하다든지 하는 패키징작업의 오류까지 겹치면서 천랑열전은 ‘절대로 이렇게 게임을 제작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교범으로까지 생각될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천랑열전을 구입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여기저기서 리콜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천랑열전의 제작자인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유통사인 엠드림 측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고 패치일정을 공개하고 사후보상책을 내놓아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패치의 완성도(게임의 완성도도 아닌 ‘패치의 완성도’라니...)에 따라서 언제든지 불씨가 다시 타오를 여지는 남은 셈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천랑열전 사태는 1여 년 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이하 마카) 사태와 어쩜 그리 판박이일까 싶을 정도로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그나 카르타 사태는 당사자인 소프트맥스 측이야 부인하고 싶겠지만 코스닥이라는 괴물에 목을 물린 소프트맥스가 자칭 타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개발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한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던 것이고 천랑열전은 유통사와의 납기일에 목숨을 걸고 내서는 안될 미완성작을 출시했다가 결국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두게임 모두 정작 제 1조로 삼아야할 게이머들과의 약속보다는 돈과의, 혹은 유통사와의 약속(결국은 돈이 결부되지만)을 더 중요시한데서 비롯된 사태라는 데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회사의 이미지보다는 실리를 택했다가 결국은 실리도 잃고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회사의 이미지를 땅바닥까지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소프트맥스 측에서야 ‘이제 좀 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지만 우리는 뒤돌아서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붕어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이 ‘국산 게임의 버그’라는 말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마그나 카르타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로 마카의 쇼크는 심했고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천랑열전과 나란히 지게 되었을 뿐 또 다른 버그게임이 나왔다고 해서 그 잘못이 상쇄되지는 않는 법이다. 그리곤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잘하면 기울어져가는 패키지시장에 한가닥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천랑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과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시장의 상황 때문도 개발사와 유통사의 사정도 아닌 그리곤 자신들의 장인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카와 천랑이 남긴 것은 아주 간단하다. “절대 만들다 만 게임을 출시하지 말 것”
그런 마카와 천랑이 아니, 소프트맥스와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이제는 패키지게임을 만들어서는 힘들어 온라인게임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 정당한 이유이고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약구매 등으로 패키지게임에 성원을 보내준 소프트맥스와 그리곤 팬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어정쩡하게 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존심이 있는 개발사라면, 자신들이 뿌려놓고 간 ‘버그투성이의 국산게임’이라는 치욕적인 용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개발사라면 적어도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된 게임 하나는 만들어 놓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다들 PC게임 시장의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데 나는 PC의 수요가 있는 한은 PC게임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PC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해 온라인으로 달려간다고? 그렇다면 지금 PC게임을 제작해서 돈을 버는 개발사들은 대체 뭔가? 설마하니 소프트맥스와 그리곤엔터테인먼트가 그만한 실력이나 오기도 없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온라인게임을 잘 만들어 보겠다는 것인가?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이번에는 이를 갈고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고통을 겪은 후에 강해진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하고 앞으로 쓰여질 우리나라 게임 역사책에 ‘2000년대 초 국산 PC게임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준 개발사들’이라는 문구를 스스로 삭제해야만 한다.
이렇게 물러나 버리면 그들이나 우리나 국산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게이머들 모두 정말 시쳇말로 너무 ‘쪽팔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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