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트릭은 전염병으로 쇠락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PC 및 콘솔용 스토리 게임 러스타운을 개발하고 있다. 주인공 지안은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위험한 무법지대에 뛰어들어 잠입과 퍼즐을 통해 비밀을 추적한다. 개발진은 미움과 혐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주제의식을 담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 러스타운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플로트릭)
작년, 플로트릭의 '러스타운(Rustown)'이라는 독특한 국산 게임을 발견했다.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전염병으로 인해 쇠락한 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PC, 콘솔게임이다. 특히 잠입을 중심으로 내세운 점이 매력 포인트였으나, 오랜 기간 개발 진척에 대한 소식이 없어 잠시 관심을 미뤄뒀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막을 내린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 '러스타운'이 출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건물을 돌아다니며 길을 찾고, 감염자와 자경단을 피하는 잠입 플레이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 소식을 듣자마자 플로트릭 최경빈 대표에게 접촉해 게임의 설계, 방향성 등에 대해 물었다.
▲ 러스타운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플로트릭 공식 유튜브 채널)
멋진 플롯을 가진 스토리게임을 만들자 ‘플로트릭’
플로트릭은 수년간 모바일게임을 주로 개발하다 재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PC, 콘솔게임 개발에 뛰어든 스튜디오다. 플로트릭은 멋진 플롯을 가진 스토리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에서 ‘플롯(Plot)’과 ‘트릭(Trick)’을 합성했다. 최경빈 대표는 “과거 소설을 썼던 터라 이런 욕심을 담았는데, 스토리게임 러스타운을 만들며 숙원을 푸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최경빈 대표는 이전에도 ‘블라인드 삼국’ 등 작은 규모의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모바일게임을 넘어 인디 PC 콘솔게임에 도전한 이유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최경빈 대표는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동안에는 살아남는 타이틀을 만들어왔는데, 요즘은 중요시 여기는 재미와 가치를 완성도 높게 구현하는 것에 집중해 즐겁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 플로트릭 공식 CI 이미지 (자료제공: 플로트릭)
현재까지 러스타운을 개발한 기간은 약 2년이다. 초기에는 4명의 인원이 참여했고, 최경빈 대표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레벨 디자이너, 아티스트, 프로그래머가 더해진 형태였다. 현재는 인원이 늘어 10명이 넘는다.
최경빈 대표는 "시나리오 하나 들고 시작한 게임이라 장르적인 고민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장르도 여러번 바뀌었다"라며, "이제는 장르가 구체화된 만큼 방향성을 번복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 최경빈 대표의 전작 '블라인드삼국' (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바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 '러스타운'
러스타운은 전염병으로 크게 쇠락한 세계를 다룬다. 전염병의 공식 명칭은 'FEVID'인데, 뇌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지능저하, 기억력 저하 등이 휴유증으로 뒤따른다. 세계관 내에서는 '바보 바이러스'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데, 최경빈 대표는 "멀쩡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어느 날 치매환자가 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질병의 후폭풍은 사회에 큰 짐이 됐다. '바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은 '반푼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직장과 가정에서 자리를 잃고 길거리를 헤맸다. 팬데믹과 함께 인구도 크게 줄어, 황량해진 외곽 도시들에 감염자들이 몰려들며 슬럼을 형성했다. 이 슬럼에는 감염자뿐만 아니라 원래 그곳에 살던 이들이 뒤엉키며 혼란을 더했다.
▲ 황량한 도시 '러스타운'에 온 주인공 '지안' (사진제공: 플로트릭)
▲ 도시는 무너지고 폭력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진제공: 플로트릭)
주인공 '지안'은 이런 세계관에서 살아가던 일반인이다. 지안의 아버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심각한 지능 저하의 휴유증을 앓았으며, 3년 전 모종의 이유로 행방불명됐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지안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슬럼 '러스타운'으로 향하게 된다.
러스타운은 도시를 수호하는 '자경단'과 살아남기 위해 요새를 쌓은 감염자 집단 '블루펜스'가 대립하는 무법지대로, 자경단과 블루펜스는 각각 일반인, 감염자의 폭력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지안은 이곳에서 각종 퍼즐을 해결하고 자경단, 블루펜스, 수상한 연구소 사이를 여행하며 이 세계의 비밀을 추적한다.
▲ 자경단, 마을 입구를 막는다 (사진출처: 플로트릭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목적지로 향하는 길 (사진제공: 플로트릭)
잠입과 퍼즐 중심 플레이
러스타운에 돌입한 주인공은 여러 위협에 노출된다. 특히 감염자와 자경단 두 집단은 상황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이며, 그 숫자도 많고 위협적이다. 주인공은 여러 도구를 활용해 상대의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숨기는 등 최대한 전투를 피해야 한다. 최경빈 대표는 "초기에는 서바이벌, 익스트랙션 등 여러 고민을 했으나, 도달한 지점이 잠입 어드벤처였다"고 전했다.
이는 주인공의 캐릭터성과도 연관이 있다. 최경빈 대표는 "호쾌하게 돌파하거나 처절하게 살아남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살피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캐릭터라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자경단과 블루펜스 사이를 오가며 두 집단의 이해도를 높이고, 본인만의 처세법을 익히기도 한다.
▲ 마을 사람과 대화하고 단서를 얻는다 (사진제공: 플로트릭)
▲ 이동과 퍼즐 중심 (사진제공: 플로트릭)
여기에 무너져가는 도시의 건물과 컨테이너 박스가 뒤엉킨 퍼즐도 등장한다. 주인공은 사슬 갈고리를 활용해 높은 지형을 오르거나, 장치를 작동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퍼즐을 푼다. 최경빈 대표는 "여러 인물과 대화하며 단서를 얻는 고차원적 퍼즐도 준비됐다"라며, "주인공이 세계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등 낯선 세계의 몰입을 돕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다만 잠입과 퍼즐 개발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잠입 요소는 플로트릭의 첫 도전인 만큼, 개발 숙련도 부족으로 시행착오도 많았다. 최경빈 대표는 "잠입 시스템 완성도는 여전한 숙제로, 어려움은 있지만 차차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전투는 최대한 피한다 (사진출처: 플로트릭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거나, 숨겨진 길을 찾아야 한다 (사진제공: 플로트릭)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러스타운은 설정부터 게임플레이까지 여러 독특한 요소들이 담겼다. '바보 바이러스'의 창궐, 인간과 감염자의 혐오와 대립, '감염자'들이 등장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풍기지만 전투보다는 잠입이 중심이 되는 등은 일반적인 장르 문법을 일견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경빈 대표와 플로트릭이 러스타운을 통해 전하고 싶은 확실한 주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경빈 대표는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왜 우리가 미움과 혐오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또 "러스타운은 정치적 의제도, 도덕 교과서도 아니며, 정답이 아닌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로 소비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초반부 일반인과 감염자의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 (사진출처: 플로트릭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사진제공: 플로트릭)
이런 마음가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주인공 '지안'이다. 러스타운은 공권력이 없고 두 폭력집단이 대립하는 공간으로, 인간을 쉽게 폭력적으로 물들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이런 공간을 탐험하는 주인공은 최대한 폭력을 자제하는 인물로 구현됐다. 최경빈 대표는 "주인공은 속임수나 기만을 서슴지 않기에 성품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폭력만큼은 선택하지 않는다"라며, "이 점은 주인공이 러스타운의 다른 인물과 구별되는 특별함"이라고 말했다.
러스타운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한창으로, 추후 체험판 역시 공개될 예정이다. 최경빈 대표는 "러스타운은 하나의 이야기를 밀도 높게 전달하기 위해 익숙한 장르 문법들을 차근차근 밟는 게임"이라며, "마음을 건드리는 시나리오, 이를 3차원 세계에 표현하는 연출 감각, 세계관에 맞는 레벨 디자인을 갈고 닦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