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데스티니'를 2편부터 해도 되는 이유
2018.08.30 16:29 게임메카 이새벽
▲ ‘데스티니 가디언즈’ 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블리자드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요즘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둔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화제다. ‘헤일로’를 만든 일류 개발사 번지가 제작하고,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배틀넷을 통해 퍼블리싱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에 쏠린 기대는 이미 대단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블리자드가 인기 아이돌 지코까지 영입해 적극적 홍보에 나서며 새롭게 ‘데스티니 가디언즈’에 관심 갖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시작할 생각으로 조금 정보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약간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해외 명칭은 ‘데스티니 2’. 즉 전작이 있는 후속작이다. 아무래도 전작을 해보지 않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전작까지 미리 알아두어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조금 걱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전작 ‘데스티니’를 플레이 해본 적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데스티니’는 세계관만 있을 뿐 스토리는 거의 없는 게임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데스티니’는 사실상 스토리가 없다시피 했고, 아예 게임 내에서 NPC가 ‘시간이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직접 말할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불친절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데스티니’는 왜 그렇게 열악한 스토리를 보여준 것일까? 그리고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과연 전작에서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데스티니! 그 브랜드와 세계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빈털터리 된 ‘헤일로’ 제작사, 비장의 승부수를 띄우다
▲ ‘헤일로’와 ‘데스티니’의 산실, 번지 로고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해외에서 ‘데스티니’는 작품이 발매된 2014년 이전부터 크게 화제가 됐다. 그 이유는 이 게임이 Xbox 간판 타이틀 ‘헤일로’를 만든 번지의 역작으로 소개됐기 때문이었다. 번지라는 이름값만으로 개발 시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셈이다.
1991년 번지 소프트웨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번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마라톤’, ‘미스’, ‘오니’를 비롯해 주목도 높은 작품들을 출시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이 시기부터 번지 소프트웨어는 액티비전,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등 큰 기업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시절까지만 해도 개발에 간섭 받는 것을 원치 않았던 번지 소프트웨어는 다른 기업의 인수 제안을 늘 거절하고 있었다.
▲ 악랄한 난이도로 유명했던 번지의 대표작 ‘미스: 폴른 로드’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1998년 발생한 ‘미스 2: 소울블라이터’의 치명적 버그가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출시 당시에는 몰랐지만, 게임을 삭제할 시 하드 드라이버 데이터가 함께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번지 소프트웨어는 ‘미스 2: 소울블라이터’ 20만 장을 리콜해야만 했고, 그 비용 80만 달러는 고스란히 회사 부담으로 돌아왔다.
번지 소프트웨어가 리콜로 부담한 금액은 지금 가치로 따져보면 약 13억에 달한다. 큰 손해를 입은 번지 소프트웨어는 이듬해 회사 주식 20%를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에 매각했고, 이로 인해 대표작 ‘미스’와 ‘오니’ IP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했다.
▲ 치명적 버그로 인한 ‘미스 2: 소울블라이터’ 리콜을 보도한 1998년 IGN 기사 (사진출처: IGN)
결국 2000년, 번지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완전히 인수되고 말았다. 이 인수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번지가 개발 중이던 ‘헤일로: 이볼브드’를 Xbox 런칭 타이틀로 출시하여 어마어마한 이익을 보았다. 발매 6개월이 채 안 돼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번지는 ‘헤일로’ 산실로 전보다 큰 명성을 얻었고, 재정상황도 차츰 다시 안정화 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수습되자 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갈라서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애초에 기업 인수는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고, 번지 내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개발에 간섭한다는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안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탓에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개발할 수가 없다는 것이 불만의 주된 이유였다.
▲ 번지는 독립을 위해 최고 흥행작 ‘헤일로’를 포기해야 했다 (사진출처: Xbox 공식 홈페이지)
결국 번지는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와 갈라섰다. 당시 번지 스튜디오 매니저 해롤드 라이언이 시애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보면 번지가 독립한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라이언은 “큰 조직 속에서 번지 정체성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며, “헤일로가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독립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번지는 외부 간섭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개발과 운영을 원했다.
그러나 독립을 위해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가장 큰 것은 ‘헤일로’ IP 일체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줘야만 했던 것이다. 게다가 위에서 설명했듯, 1999년 번지는 이미 ‘미스’와 ‘오니’ IP를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에 넘긴 바 있다. 즉, 기존 IP가 대부분 번지 손을 떠나버린 것이다.
▲ 2010년 공개된 ‘데스티니’ 콘셉트 아트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결국 번지는 신규 IP ‘데스티니’ 개발에 착수했다. ‘데스티니’는 수중에 어떤 IP도 안 남은 회사를 지탱해줄 구원자와도 같았다. 번지 COO 피트 파슨스는 2013년 코타쿠(KOTAKU) 인터뷰에서 “데스티니 세계관이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스타워즈와 동급으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후 번지는 4년이라는 세월의 공을 들이며 ‘데스티니’에 많은 투자를 했다.
좋은 소재에 아쉬운 플롯, 스토리로 감점 당한 ‘데스티니’
▲ 2014년 출시된 ‘데스티니’ 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데스티니’는 번지 야심작이라는 기대를 등에 업고 출시 첫날 매출 5억 달러(한화 5,557억 원)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해외 매체들도 뛰어난 그래픽과 충실한 FPS의 재미, 아이템 수집의 즐거움을 갖춘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티니’는 종합적으로 메타크리틱 기준 75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점수를 받았는데, 문제는 바로 스토리였다. 좋은 소재를 갖고도 엉성한 스토리텔링과 얄팍한 캐릭터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데스티니’ 이야기는 ‘여행자(the Traveler)’라는 거대한 기계 구체가 인류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이 기계는 ‘빛(the Light)’이라고 하는 신비한 힘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는데, 어떤 의도인지 인류에게 선진기술을 제공했다. 이제 막 지구를 벗어나 화성을 탐사하던 수준의 기술에 머물러 있던 인류는 이 정체불명의 기계 덕분에 급속한 발달을 이루었고, 곧 인접한 항성계를 여럿 개척하며 우주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 태양계에 도착하자마자 대뜸 화성을 테라포밍 해주는 ‘여행자’ (사진출처: 게임 영상 갈무리)
그런데 ‘여행자’에게는 아주 오래되고 막강한 ‘어둠(the Darkness)’이라는 적이 있었다. 이 ‘어둠’은 상극의 속성인 ‘빛’을 다루는 ‘여행자’를 오랜 세월 적대하고 사냥해왔다. 이에 ‘여행자’는 우주를 떠돌며 찾아낸 지성 있는 종족을 성장시켜 ‘어둠’에 맞서게 했으나, 이미 최소 두 개 이상의 외계 종족이 ‘여행자’를 위해 ‘어둠’과 싸우다 몰락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인류가 ‘어둠’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인류는 ‘어둠’을 숭배하는 외계 종족들의 침략 앞에 버티지 못했다. 빠르게 확장하던 인류의 우주 제국은 덧없이 무너졌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성 지구로 후퇴했다. 하지만 최후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어둠’의 하수인에게 패배했다. 다만 ‘여행자’가 인류 최후 생존자들을 감싸는 거대한 방어막을 전개해준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아래 ‘도시(the City)’를 세우고 멸절을 피할 수 있었다. 게임 시작 시점에서 ‘도시’를 제외한 지구상 인류 거점은 몇 남지 않은 상태다.
▲ 게임 시점에서 지구는 온갖 외계 종족들에게 털리는 중이다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악화됐다. 인류가 몰락한 틈을 타 다른 외계 종족들이 하나씩 태양계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폴른(the Fallen)’이라는 종족은 과거 ‘여행자’ 인도를 따랐지만 버림받았고, 이제 인류로부터 ‘여행자’ 총애를 빼앗아 다시 번성하고자 한다. 그런가 하면 군국주의 문화를 지닌 정복자 종족 ‘카발(the Cabal)’은 태양계를 정복하겠다는 단순한 이유로 인류를 적대하고 있다. ‘여행자’ 덕에 살아남기는 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였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지구를 침략한 종족들 중 하나인 ‘벡스(Vex)’가 ‘빛’의 힘을 제한하는 억제 시설을 건설하고 압박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이에 ‘여행자’는 힘을 보존하고자 ‘도시’를 감싼 방어막만 남긴 채 일시적 작동 정지 상태에 들어가는데, 침묵하기에 앞서 마지막 안전장치 하나를 더 남기고 간다. 이것이 바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를 돕고 여러 정보를 주는 인공지능 서포터 ‘고스트(the Ghost)’다.
▲ 되살릴 시체를 찾고 있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고스트’ (사진출처: 게임 영상 갈무리)
‘고스트’의 특별한 점은 ‘여행자’ 힘을 일부 끌어와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아무 인간에게나 부여할 수는 없어서, 각각의 ‘고스트’는 자신에 맞는 인간을 찾아내야 한다. 게임 시작 시 플레이어 캐릭터의 ‘고스트’는 오래 전에 죽어 수세기 동안 백골 상태로 있던 캐릭터를 부활시켜 힘을 주는데, 이 부분만 봐도 ‘고스트’가 어떤 수준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게임 내에서도 ‘고스트’ 도움을 받는 사람은 불사나 다름 없다고 언급될 정도다.
플레이어는 이처럼 ‘고스트’로부터 ‘빛’의 힘을 받아 부활한 전사 ‘수호자(the Guardian)’ 역할을 맡는다. ‘수호자’는 ‘빛’ 덕분에 다양한 초자연적 힘을 휘두를 수 있는데, 빛으로 이루어진 무기를 소환하거나 방어막을 전개하고, 죽어도 육체를 재구성해 부활하는 등이 그 예시다. ‘데스티니’는 ‘수호자’가 ‘빛’의 힘을 사용하여 아직 태양계에 남아있는 적들로부터 ‘여행자’와 ‘도시’를 지킨다는 내용을 다뤘다. 초인 전사들이 외계인 침략자들과 싸우는 SF 포스트 아포칼립스인 셈이다.
▲ ‘수호자’가 ‘빛’으로 이루어진 망치를 소환한 모습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여기까지 설정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인다. 하지만 ‘데스티니’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배경 설정이 짜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게임에서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줄거리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태양계 여러 적대 외계 종족을 두서없이 물리치다 ‘여행자’를 억제하는 시설인 ‘밤의 정원’ 위치를 듣고, 그곳으로 향해 시설을 박살내서 ‘여행자’를 재가동시킨다는 밋밋한 내용이 전부였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내에서 스토리를 이해시키고 흥미를 느끼게 할 만한 시도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퀘스트에서는 NPC가 “설명할 시간이 없다(I don't have time to explain)”면서 아예 스토리 맥락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까지 한다. 그러니 게이머 입장에서는 자기가 뭘 하는 건지도 모른 채 NPC가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해외 매체들은 ‘데스티니’에 “감정적 보상이 없는 게임’이라는 공통된 비판을 내놓았다.
▲ 공식 포럼에도 자주 올라온 ‘설명할 시간이 없다’ 조롱 글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뛰어난 세계관과 스토리를 장담했던 ‘데스티니’가 왜 이 수준의 스토리텔링에 그쳤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발매를 1년 앞두고 시나리오를 완전히 다시 썼다는 설이다. 코타쿠가 익명의 번지 직원들에게 제보 받았다는 이야기에 따르면, 번지 스튜디오 간부들이 3년간 쓴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지루하고 직선적이라고 판단해 다시 쓸 것을 요구했고, 새 스토리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급히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잔뜩 부풀어 있던 게이머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전환됐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왜 설명할 시간이 없는지 설명할 시간이 없다(I don't have time to explain why I don’t have time to explain)”라는 조롱이 부실한 스토리를 뜻하는 밈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문제는 세 번째 확장팩 ‘테이큰 킹’에서 어느 정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악화된 인식을 바꾸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절치부심한 ‘데스티니 2’, 전작에서 부족했던 마지막 조각 맞췄다
▲ ‘카발’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 ‘데스티니 2’ (사진출처: ‘데스티니 2’ 공식 홍보영상 갈무리)
이렇듯 ‘데스티니’는 스토리텔링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다행인 점은 번지도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딛고 지난 2017년에 출시된 ‘데스티니 2’는 스토리텔링 문제 상당부분을 개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상 ‘데스티니 2’부터 제대로 된 스토리 전개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전작 ‘데스티니’는 ‘폴른’, ‘카발’, ‘벡스’, ‘하이브’를 비롯한 여러 적 종족이 등장했다. 문제는 게임 스토리가 이들 사이에서 맥락을 잃고 갈팡질팡했다는 것이었다. 적은 많지만 그 누구도 ‘주적’은 아니었고, 그에 따라 시나리오 갈등 구조도 모호했다. 반면 ‘데스티니 2’는 주적을 ‘카발’ 하나로 줄이고 스토리를 보다 밀도 있게 구성했다. 하나의 적에만 집중한 만큼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 데스티니 2 주요 악당인 카발 황제 ‘가울’ (사진출처: 번지 공식 홈페이지)
‘데스티니 2’는 ‘여행자’가 힘을 회복한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전작의 사건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는 않기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대신 새로운 적이 등장한다. 전작에도 등장했던 외계 종족 ‘카발’의 황제 ‘가울’이 군단을 이끌고 지구를 침략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카발’ 제국의 방침과 달리 이번 공습은 특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바로 ‘여행자’를 인류에게서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고아였던 ‘가울’은 특유의 힘과 카리스마로 군 고위직에 올라 쿠데타로 황제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뛰어난 종족을 선별해 신적인 힘을 부여한다는 ‘여행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 기계를 포획해 강제로 ‘빛’의 힘을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게임 초반에 그와 ‘카발’ 군단은 기습적으로 ‘여행자’를 포획해 특별한 장치로 힘을 봉인하고, 이로 인해 플레이어 캐릭터를 비롯한 ‘수호자’들도 모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 ‘가울’은 차츰 ‘여행자’의 인정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사진출처: 게임 영상 갈무리)
그러나 ‘여행자’에서 힘을 추출할 준비를 하던 ‘가울’은 곧 이 신적인 기계에 매료되어버리고 만다. ‘여행자’가 진정 뛰어난 자들을 선별해 힘을 하사하고 ‘수호자’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지금까지의 업적을 인정 받아 정식으로 ‘빛’을 얻고 싶어진 것이다. 그 탓에 가울은 ‘여행자’에서 빛을 추출할 준비가 끝나고도 추출 작업을 계속 지연시킨다. 이로 인해 ‘카발’ 제국 내부에서는 ‘가울’의 ‘여행자’에게 인정 받겠다는 집착을 두고 분열이 벌어진다.
이러한 ‘카발’ 내부의 갈등 덕에 ‘수호자’들은 카발의 무기를 파괴하고 ‘여행자’를 되찾을 준비를 할 시간을 벌게 된다. ‘데스티니 2’의 내용을 담은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국내 정식 발매를 앞둔 만큼 그 내용을 여기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겠으나, 전작에 비해 명료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특히 악역 ‘가울’의 동기, 목적, 딜레마에서 비롯되는 갈등 요소는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던 것들로, 플롯 구성이 확실히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여행자’에 집착하는 ‘가울’에게 불만을 표하는 ‘집정관’ (사진출처: 게임 영상 갈무리)
이 덕분일까, ‘데스티니 2’는 메타크리틱 85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매체들은 ‘데스티니 2’에서 전작보다 개선된 점으로 대부분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를 꼽았다. 전작은 스토리가 거의 없어서 플레이 동기가 약했던 반면,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싸워야 하는 상황과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여 흥미와 만족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스토리 중심 게임에 비하면 다소 통속적이긴 해도, 일단 게임 스토리 본연의 목적에는 충실하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부족한 스토리를 확장팩으로 충당했던 전작처럼, 이번 ‘데스티니 2’도 계속 스토리를 추가 중이다. 특히 국내 시간으로 9월 5일 출시될 신규 확장팩 ‘포세이큰’은 깊고 어두운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층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줄 예정이다. ‘포세이큰’은 한국에 발매되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에 포함되므로,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게이머는 기본 시나리오에 더해 ‘포세이큰’ 시나리오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꾸준히 이어질 IP, 스토리 개선도 계속 기대해본다
▲ 보다 깊고 어두운 스토리를 다룬다는 ‘포세이큰’ (사진출처: ‘포세이큰’ 공식 홍보 영상 갈무리)
‘데스티니 2’가 스토리에 있어 많은 개선을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남아있다. 일단 분량 자체가 썩 길지는 않은 데다, 아직도 전작에서 제시된 수많은 설정들 중 극히 일부만 게임 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둠’ 앞에 인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몰락했는지, 대체 ‘어둠’의 정체는 무엇인지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게임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야기임에도 구체적 사항이 드러나지 않아,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다만 지속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희망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데스티니’는 번지가 사운을 걸고 있는 IP로, 기대와 희망이 큰 만큼 개선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 실제로 번지는 ‘데스티니’ 약점으로 거론된 스토리텔링 문제를 ‘데스티니 2’에서 크게 개선했고, 오는 9월 출시될 확장팩 ‘포세이큰’에서 보다 진지하고 깊이있는 스토리를 보여주겠다고 확언한 상황이다.
이렇듯 ‘데스티니’ 브랜드는 초기의 부족한 모습을 딛고 점차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면 ‘데스티니’ 시리즈를 계속 기대해도 좋을 이유는 아직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