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첫 대면 앞둔 넥슨 노조, 교섭안 핵심 내용은?
2018.09.20 20:55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넥슨 노조 설명회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9월 3일, 게임업계에도 첫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본사와 자회사를 합쳐 4,0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넥슨이다. 넥슨코리아는 물론 계열사 직원 모두가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조합원은 1,000명에 근접했다. 그리고 넥슨 노조는 회사와 공식적인 첫 만남을 앞두고 있다. 넥슨 지회 배수찬 지회장은 “회사로 첫 상견례 일정을 잡는 공문을 보냈다. 넥슨은 10월 5일, 네오플은 10월 10일이다. 물론 일정이 조정되어 그 이전 혹은 이후에 만날 수 있지만 10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어떠한 이야기가 진행될까? 배수찬 지회장은 “보통 첫 교섭에서는 앞으로 얼마에 한 번씩 만날 것인지 ‘교섭 주기’를 정하고, 노조 운영진들의 근무시간 보장, 사무실 대여 등을 요구하게 된다”라며 “회사가 협조적으로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넥슨 노조가 현재 힘을 쓰고 있는 부분은 회사에 요구할 ‘교섭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회장을 합쳐 총 13명이 활동하고 있는 노조 운영진이 4,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 교섭안 마련을 앞두고 넥슨 노조에서 지난 18일부터 회사에 어떤 것을 요구하면 좋을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섭안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배수찬 지회장은 현재 설문조사에 4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넥슨 직원들이 가장 많은 찬성표를 던진 사안은 무엇일까? 9월 2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3층 강의실에서 열린 넥슨 노조 설명회 현장에서 이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사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포괄임금제’다. 배수찬 지회장 역시 “설문조사 결과 포괄임금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95%다”라며 “포괄임금제 폐지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오래 일을 시켜도 돈은 똑같이 주는 것이기에 초과근무를 억제하고 업무시간과 개발 일정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95%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은 '포괄임금제 폐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포괄임금제 폐지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얻은 ‘연봉 가이드’ 마련
그런데 이 포괄임금제 폐지보다 더 많은 찬성을 얻은 항목이 있다. 연봉, 인센티브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것이다. 직군 혹은 조직별로 어떠한 방식으로 연봉이 책정되는지, 인센티브는 어떠한 방식으로 계산해 어느 팀에, 어떠한 기준으로 나눠주는지 직원에게도 알려달라는 것이다. 직원들도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따져볼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배수찬 지회장은 “이 부분은 포괄임금제 폐지보다 많은 99%가 찬성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인사팀과 연봉 협상을 할 때는 언제나 최대한 주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누구는 1년에 150만 원이 올랐는데, 또 다른 사람은 600만 원이 오른다. 여기에 다른 직원 연봉이 얼마인지,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없기에 회사에 이를 따질 수도 없다”라며 “인센티브도 마찬가지다. 연봉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도 어떠한 공식으로 계산되어, 어떻게 배분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봉 가이드는 어떠한 형태가 될까? 배수찬 지회장은 “예를 들어, 연봉협상 대상자가 최소한 받을 수 있는 연봉을 계산하는 공식을 공개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내가 최소한 받을 수 있는 연봉 금액을 알고 협상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연봉 최저선이 얼마인지, 그 최저선이 어떤 공식을 거쳐 결정되는지, 직원에 주어지는 최대 파이는 얼마인지 등을 담은 가이드가 있다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 연봉, 인센티브 책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많은 찬성표를 얻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업계 직원 생명을 위협하는 고용불안
명확한 정보 공개와 포괄임금제 폐지에 버금가는 동의를 얻은 부분은 고용불안 해소다. 이 항목은 설문조사 참가자 전체 중 80%가 찬성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사실 이 부분은 40대 이상 혹은 아이가 있는 직원들이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라며 “게임을 만들다가 접히면 전환배치에 들어가고, 전환배치에 실패하면 권고사직 대상이다, 그 상황에서 버티는 사람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라며 “정규직은 60세까지 본인의 특별한 결격사항이 없다면 직장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게임업계에는 사실상 정규직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배수찬 지회장은 생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간관리자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중간관리자가 경영진으로부터 8월까지 게임을 완성하지 못하면 접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랫사람을 갈아 넣어서 어떻게든 내놓는 것, 또 하나는 정시까지 일하다가 마감을 놓쳐 게임이 터지는 것이다. 여기에 상위 직책자를 설득해 일정을 늘리는 것이 항상 가능하지도 않다”라고 전했다.
▲ 80%에 달하는 찬성표를 얻은 고용불안 해소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결국 게임업계 직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예전에 넥슨지티에 있을 때 같은 팀 직원 한 분이 쓰러져서 구급차가 온 적이 있다. 회사는 그 직원에게 연말에 우수사원상을 줬다. 당시 그 직원이 상을 받으며 ‘다시는 이렇게 일하지 않겠다’라고 말을 했고 실제로 퇴사했다”라며 책임을 직원에게 지우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현장 의견 중 하나는 조직별 퇴사율이나 퇴사 사유를 공개한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환배치 과정에서 같이 일하던 팀원이 회사로부터 ‘전환배치를 해주겠다’라는 말을 들어서 사인도 했는데 결국 자리가 없어 강제퇴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분들은 그걸 모르더라.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고, 그분들이 나간 것은 본인 의지라고 알고 있다. 퇴사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우리 회사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넥슨 노조 운영진이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안건이 제기됐다. 조직별로 평균적으로 몇 시간이나 일하는지, 만족도는 어떤지를 조사해 이를 공개하는 것, 상위 직급자에 대한 업무평가를 해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마지막은 직원이 받는 몫을 늘리는 것이다. 이 중 마지막에 대해 배 지회장은 “회사가 올린 이익 중 노동자가 가져갈 몫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이와 함께 배 지회장은 보다 많은 넥슨 직원들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직 교섭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는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교섭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배수찬 지회장은 “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네오플 분회를 포함한 모든 운영진이 모여서 집중 토론해 9월 29일까지 교섭안을 정할 예정이다. 교섭안이 확정된다면 이를 발표하겠다. 완성 시점은 10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넥슨 노조는 카카오 플러스친구, 공식 홈페이지, 조합원 전체 문자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배수찬 지회장은 “회사에서 강당도 막고, 회사 이메일도 막고, 자유게시판도 쓰지 못하게 했다. 스마일게이트에서는 이 모든 것을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게시판도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에 현재는 노조에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지만 교섭 전에 충돌하면, 싸우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올리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